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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의 부활]놀고 싶어 시작한 자매의 인문학 살롱

‘아인아르스’ 이수정·이수진

글·사진 | 서경리 톱클래스 기자 2019-04-29 09:27

이수진 이사(왼쪽)와 이수정 대표.
“마네, 모네, 드가, 르누아르, 샤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화가는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사이 활동한 분들입니다. 인상파로 불리는 시기죠. 오늘은 그들을 만나러 19세기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떠나보려 합니다. 샹송 가수 무슈 고 선생님이 여행을 떠나는 ‘두근두근’한 마음을 담아 ‘빠담빠담’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자, 우리 같이 예술 한잔하실까요?”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지난 3월 30일,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 살롱, 아인아르스의 ‘문화 회식’ 자리. 삼삼오오 모인 40~50대 회원들이 ‘빠담빠담’에 귀와 마음을 적신다.

아인아르스는 미술을 전공한 이수정(51)·이수진(49) 자매가 2015년 만든 예술 집단이다. ‘Ask(질문)’와 ‘Answer(답)’의 첫 자를 딴 ‘A’와 전치사 ‘in’ 그리고 예술의 라틴어 표현인 ‘ARS’의 합성어로 ‘Ask&Answer in Art’, 즉 ‘예술 속에서 질문하고 답을 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인아르스가 인문학 살롱을 연 건 3년 전 겨울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 회식’이 그 시작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기업 문화도 달라지고 있어요. 그중 가장 큰 변화가 회식 문화입니다. 예전처럼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 회식이 아닌 문화를 함께 즐기기 시작했죠. 이러한 변화를 눈여겨봤습니다. 틀에 맞춰 돌아가는 일상에서 예술 감성으로 몸의 구석구석을 깨우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예술은 한순간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쉼’이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힘’입니다.”(이수정)

문화 회식은 예술을 통해 지식을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이다. 그동안 배우 김기정과 연극 연출가 이민섭, 팝페라 가수 조형준, 모둠북 창시자 김규형 선생 등이 강연자로 참여했다. 한 달에 한 번, 예술가를 초청하고 미니 콘서트를 여는 형식인데, 일반적인 공연이라기보다 예술가들의 뒤풀이 자리 같은 분위기다. 40평(132㎡) 남짓 편안한 공간,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은 숨죽여 아티스트의 음악과 목소리에 젖어든다.

“김규형 선생님의 모둠북 공연은 북을 치는 스킬이 현란해 보는 것만으로도 통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북 치는 소리가 가슴으로 마구 들려오는…. 선생님은 전통 공연을 볼 때 언제, 어떻게 추임새를 넣어야 하는지를 알려줬어요. 관객과 예술가가 정말 가까이에서 대화하듯 공연하고 소통하는 시간이었습니다.”(이수정)


‘회식 문화’ 대신 ‘문화 회식’ 시대


문화 회식을 기획한 건 언니 이수정 대표다. 그는 이 모든 게 “우리가 놀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하는 회식, 우리끼리 놀지 말고 아는 사람 더 불러보자 해서 시작한 ‘살롱’이에요. 누군가를 초대했으니 콘텐츠를 더 잘 만들어야 했죠.”

23년 동안 기업체 등에서 강연한 그만의 노하우를 녹여 새로운 교육 문화를 구상하던 중 동생 이수진 이사가 합류하며 사업으로 이어졌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가지만 둘의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다. 이수정 대표가 내성적이고 강단 있는 리더라면, 동생 이수진 이사는 외향적이고 발이 넓은 사업가 형이다.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도 언니는 콘텐츠 제작을, 동생은 영업을 맡고 있다.

“어려서부터 화가를 꿈꿨어요. 저는 홍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의류업체 MD로 일했고, 동생은 한양대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의류 제작을 했죠. 둘 다 결혼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각각 다른 길을 걸었어요. 저는 1997년부터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고, 동생은 콘텐츠 관련 사업을 했습니다.”(이수정)

강사의 길은 불안했다. 프리랜서였기에 일이 많을 때와 적을 때가 들쑥날쑥했다. 또 나이 40을 넘기면서 하는 일이 얕게 느껴졌다. 나만의 커리어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어릴 적 꿈꿨던 길, 미술로 돌아갔다.

“내적 갈등이 많았어요.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기업의 인적자원개발(HRD)에 대해 연구해왔기 때문에 내가 제일 잘하는 ‘미술’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생각했습니다. 기업과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교육을 구상한 거죠. 삶의 통찰을 나누고 싶었습니다.”(이수정)


4050을 위로하는 인문학 놀이터

문화 회식은 페이스북이나 SNS로 신청자를 받는다. 매달 공지 때마다 참석자가 점점 늘었다. 처음에는 지인이, 그다음에는 지인의 친구가, 또 그 친구의 친구가 하나둘 모이면서 취향 공동체가 형성됐다. 매회 30~40명이 찾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재방문 회원이다. 참가비는 한 달에 5만 원. 좋은 콘텐츠에 기꺼이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 주로 40~50대가 많지만, 20~60대까지 다양한 편이다.

“인문학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40~50대, 중소기업 사장님이나 기업 임직원들이 주로 찾아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가 잘 통하죠. 또 취향이 다르더라도 ‘이곳에 가면 재미있고 늘 새로운 게 있어. 다음엔 뭘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에 또 찾아와요. 때론 국악과 오페라를 들려주고, 때론 미술 작품을 해석해주면서 다양한 인문학적 사고를 키우고 취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이수진)

이수진 이사는 10대의 살롱이 취미를 만들고, 2030의 살롱이 취향을 나누는 자리라면, 4050의 살롱은 지식 습득의 열망이 만든 모임에 가깝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인문학 공부를 더 잘하게 돼요. 그동안 쌓아온 단발적이고 산발적인 정보가 모여 큰 틀을 형성하잖아요. 세계사에서 들은 이야기가 미술사와 연결되는 식이에요. 살면서 쌓아온 나름의 처세가 인문학이 됩니다.”(이수진)

아인아르스가 지향하는 살롱 문화는 ‘기성세대를 위로하는 인문학 놀이터’다.

“40~50대는 문화를 향유할 여유 없이 일만 한 세대예요. 그들에게 삶의 질을 높일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특히 술 마시는 것 말고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남성분들에게 다양한 문화 예술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이라고, 뛰어난 예술 작품을 봤을 때 눈물이 핑 돌고 다리가 휘청하는 그 감동을 가져가면 좋겠어요.”(이수정)

자매는 ‘찾아가는 문화 회식’을 기획하고 있다. 취향을 나누고 만들어가는 일. 그들이 꿈꾸던 문화 향유의 자리가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다.
등록일 : 2019-04-29 09:27   |  수정일 : 2019-04-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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