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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서산 아라메길]길을 걸으며 감탄… 꽃을 보면 감탄… ‘마음’ 강의 들으며 또 감탄…

글·사진 | 박정원 월간 산 편집장 2019-04-26 10:27

목련화 외
 
화려한 목련과 수선화가 활짝 피어 더 이상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흐드러지게 핀 목련과 수선화… 우리나라 유일의 자줏빛 왕벚꽃… 이런 꽃들을 언제 보겠습니까. 생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은 처음 봅니다. 이렇게 좋은 코스를 누가 개발했습니까. 정말 너무 좋습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완전 힐링입니다.”

감탄의 연속이다. 길을 걸어도 감탄…, 꽃을 봐도 감탄…. 자연과 혼연일체가 된 분위기다. ‘산과 문화’ 국내 트레킹으로 마련한 천리포수목원 탐방과 서산 아라메길을 걸으면서 참가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저녁에는 멘토로 동행한 이홍식 연세대 의대(정신건강의학 전공) 명예교수의 ‘마음 다스리기’ 특강으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산과 문화’를 시리즈로 기획한 월간<山>은 지난 4월 22~24일 2박3일간 힐링 트레킹을 다녀왔다. 국내 최다 수종을 보유하고 봄꽃 목련과 수선화로 유명한 천리포수목원 탐방, 그리고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국보 제84호 용현리 마애석불 답사, 보원사 터에서 개심사까지 이어지는 서산 아라메길 걷기, 이어 우리나라 유일의 왕벚꽃 휘날리는 개심사는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특히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 12번째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은 천리포수목원에서 숲전문가 장현재씨의 해설로 수목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다.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의 스카이라인에도 목련과 각종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길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봄꽃들이 방문객 반겨

천리포수목원은 총 1만5,700여 종에 이르는 국내 최다 식물종을 보유한 최고의 수목원이다. 특히 4월에 만개하는 목련만 500여 종류로, 최다 목련류 보유 수목원으로 더 유명하다. 4월의 천리포수목원은 목련뿐 아니라 수선화·동백·벚꽃 등 봄꽃들로 만발했다. 꽃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는다. 호랑가시류 370여 종, 동백나무류 380여 종, 단풍나무류 200여 종 등도 계절마다 수목원을 화려하게 빛낸다. 단일 수목원으로 개방 후 2014년 사상 첫 30만 명 방문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현재 숲해설사의 안내로 목련원에 이어 흔히 일반인들이 입장료를 내고 출입하는 밀러가든, 평소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종합원과 침엽수림, 그리고 국사봉 인근 스카이라인까지 방문하면서 다양한 꽃에 취하고 향기에 취해 감동을 더했다. 장 해설사는 “천리포수목원은 해무가 많이 끼어 4월까지도 패딩조끼를 입을 정도로 아침저녁으로는 춥다. 그래서 다양한 수종이 살 수 있는 기후조건을 갖춰, 더욱 자연풍광이 좋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천리포수목원은 바다와 산이 접한 곳에 있어, 식물의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 겹치는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춘 장소이기도 하다.

밀러의 사색길은 설립자인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한국명 민병갈)가 생각하고 싶을 때 숲 사이로 걷던 산책길이다. 참가자들이 목련가든 부근에 있는 형형색색의 목련꽃 사이로 이 길을 걸을 때는 마치 ‘목련꽃 여왕’이라도 된 듯 꽃 사이에 얼굴을 묻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백목련, 수목원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자목련, 가장 일찍 피는 얼리 버드, 꽃이 늦게 피는 손난지목련, 큰별목련, 노란목련 등 이름도 여러 가지로 빨갛고, 노랗고, 희고, 주황색을 띤 목련까지 온갖 형형색색으로 눈이 호사를 흠뻑 누린다. 그 사이로 2020년 제57회 세계 목련학회 개최를 알리기 위해 제1회 목련축제를 연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어머, 이 목련은 색깔이 마치 진달래 같다.”

“목련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목련은 수십 년은 족히 된 듯하다.”

“어머, 이 꽃은 또 무슨 꽃이냐?” 

그때마다 장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자목련은 꽃이 불꽃같이 타올라서 명명됐고, 백목련은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 목련을 말합니다. 목련은 봄에 꽃을 피워 화려하지만 가을엔 볼품없이 변합니다. 가을 단풍의 화려함을 봄에 목련을 통해서 미리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참가자들은 일반인이 평소에 들어올 수 없는 장소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고, 그 안에 있는 화려한 꽃과 나무를 보면서 완전 힐링되는 듯했다. 저녁엔 이홍식 교수의 ‘마음 다스리기’ 특강이 이어졌다.

천리포수목원 외
1 천리포수목원에서 장현재씨가 수목에 대해서 설명하는 가운데 산과문화 트레킹 참가자들이 사방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와 꽃을 즐기고 있다. 2 형형색색의 목련꽃을 배경으로 중년 부부가 셀카로 사진을 찍고 있다. 3 이홍식 교수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마음 다스리기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
 
자율신경도 명상 통해 조절가능

“천리포수목원의 첫 인상은 ‘목련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구나’였다.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도 인연이다. 같은 길을 걷는 인연은 옷깃을 스치는 인연 이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3,000겁 이상이 돼야 가능하다. 여러분들이 여기 모인 것은 나와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다들 연세가 있으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다이어트해야 한다. 내려놓아야 한다. 아는 것을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라. 60대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자신이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닫는 시기다. 그걸 확인하고 인정하는 순간 편해진다. 그 전에 즐거웠던 것은 돈과 명예였다. 60대에서는 ‘그게 별게 아니구나’하고 느끼기 시작한다. 수필가 김형섭 교수는 ‘인생에서 가장 돌아가고 싶은 나이를 60대’라고 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몸도 건강해야 하지만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 세계건강보건기구(WHO)에서 건강의 개념에 대해서 항상 정의를 내린다. 초기엔 몸과 마음의 웰빙만 말했다. 차츰 신체의 건강 못지않게 관계(relationship)에 대한 사회적 건강을 강조했다.

최근 WHO에서 몸과 마음, 사회적 건강뿐만 아니라 영적인 건강(Spiritual well-being)까지 포함시켰다.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이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지만 마음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 약효가 전혀 없는 거짓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해서 환자에게 복용토록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가 작용한다. 몸의 생리는 마음적으로 위안을 얻는 것이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다. 집에서 혈압을 재면 지극히 정상인데, 병원에서 측정하면 160㎜Hg까지 나온다. 혈압의 상당부분은 마음에서 작용한다. 하지만 심장내과 의사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혈압조절은 불가능하다는 게 의학계 속설이다. 원숭이로 실험을 했다. 원숭이 스스로 혈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면 당연히 사람도 조절 가능하다.

서해바다 황금산 너머 해변에는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해바다를 즐기기 위해 찾는다.
 
몸을 이완시켰을 때 자연치유력 극대화

이완(relaxation)이 매우 중요하다. 뉴욕에서 ‘초월명상’이 유행한 적이 있다. 동양의 명상수련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다. 통상 호흡과 같은 자율신경은 조절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도 통제할 수 있다. 티베트 고승들은 히말라야의 춥고 높은 곳에서 명상을 해도 얼어 죽지 않는다. 더욱이 속옷도 입지 않고 명상복만 입고 명상을 하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몸에서 열이 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연치유력을 최대화시키는 생활을 하면 가능하다. 

인체는 스스로 복원하는 노력을 하고, 그런 능력도 있다. 암이 발생했을 때 암 억제세포가 자동적으로 생긴다. 평소에 몸에서 보낸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했을 땐 이미 늦었다. 인간의 자연치유력은 바로 몸이 이완했을 때 생긴다. 뇌와 마음이 그윽하고 편안할 때 자연치유력은 자동적으로 극대화된다.

몸은 마음의 그림이다. 몸을 고치려면 마음을 고쳐야 한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져라. 미움·분노·의심을 가지고 있으면 몸은 상한다. 제 의사면허가 259번이다. 지금은 아마 4만 번이 넘었을 것이다. 의료정보나 의학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더 나아졌지만 우울·불안·불면증세 등을 보이는 환자수는 의료환경이 개선된 수준보다 더 엄청나게 늘어났다. 왜 그런가?

병에 대한 총체적인 부분을 못 보거나 안 보기 때문에 그렇다. 하물며 WHO에서 선언한 영적인 건강까지 챙기겠는가. 영적인 건강은 아예 보지 않는다. 예를 들면 폭력사고가 높아진다. 마음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마음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가 나이가 들면서 숙제이고 화두다. 마음이 안 좋아지는 건 80~90% 이상이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모든 게 인간관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담배로 절대 해소 못 한다. 저는 우연히 산행을 했더니 좋아지더라. 지리산 갔다 오니 일주일간 지속되더라. 히말라야 갔다 오니 한두 달 가더라. 그 기간을 지나면 다시 원위치다. 분명한 건 뭔가 좋아지고 있더라는 거다. 우리는 왜 좋아지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했다.

개심사 외1 왕벚꽃으로 유명한 개심사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2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상. 3 형형색색의 목련과 수선화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 없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분명 ‘이완’됐을 것이다. 꽃과 나무와 더불어 자연을 보고 영적인 건강을 얻었을 것으로 본다. 숲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꽃을 보고 뭔가를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이완이다.

행복은 본인의 선택이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편하고 행복할 때 모든 게 편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여진다. 우울은 슬퍼지는 게 아니라 기쁨을 모르는 데서 발생한다. 항상 마음챙김을 하라. 행복이 찾아온다.

주변을 돌아보고 오감을 열어라. 생각을 줄여야 몸이 행복하다. 생각을 없애려면 현재에 집중하라. 현재 이 천리포수목원이 얼마나 좋은가. 비울 수 있는 건 가급적 버려라. 걸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감이 느껴진다. 걷는 것은 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병을 치유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이 교수의 강의가 끝나자마자 일제히 뜨거운 박수를 쳤다. 꽃에 취하고, 꽃의 향기에 취하고, 마음 다스리기 강의에 취한 하루였다. 모두들 이완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튿날 서산의 자랑이자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용현리 마애석불로 향했다. 서산 8경 중에 5경이 있는 아라메길 제1구간 중에 있다. 서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집약시켜 놓았을 뿐만 아니라 서산의 역사를 보여 준다. 용현계곡은 최치원을 비롯한 옛날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읊던 곳이다. 그만큼 아름답다. 그중의 백미는 마애석불이다. 불상을 보는 각도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이고, 아침엔 밝고 온화하고 저녁엔 은은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 백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명 서산 마애불이다. 세 마애석불이 각각 과거와 현세,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사적 제316호인 보원사지가 1km 남짓 떨어진 거리에 있다. 보물 제104호인 5층석탑, 102호인 한국 최대의 석조물, 보물 제105호인 법인국사 보승탑, 보물 제106호인 보승탑비, 보물 제103호인 당간지주 등의 유물이 줄줄이 기다린다. 예사 절이 아닌 사실을 출토유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상왕산숲길로 걷는 아라메길은 흙길로 걷기 안성맞춤이다. 참가자들도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을 어떻게 찾았냐”고 묻는다. 약 4km 걸은 뒤 벚꽃 만발한 개심사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보물 제143호인 대웅전, 보물 제1264호 영산회괘불도, 보물 제1619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보물 제1765호 오방오제위도 및 사직사자도 등으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더욱이 봄이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형색색의 왕벚꽃으로 출사가들이 탐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감탄의 연속이다. 이어 우리나라 성곽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해미읍성에 도착하면서 트레킹을 끝낸다.

마지막 날 역시 우리나라 유일의 이름을 가진 황금산 트레킹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모든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2박3일 내내 너무 좋은 코스와 음식이었고, 일정이었다. 이렇게 좋은 일정을 짜면 언제든지 다시 올게요. 또 봐요!”
등록일 : 2019-04-26 10:27   |  수정일 : 2019-04-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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