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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연구하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을 넘어서 최고 음식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식재료를 연구하는 이들의 특별한 맛 이야기.

글 | 강부연 기자 2019-03-14 09:50

갈리나 데이지 박누리 셰프
여행처럼 즐긴 식재료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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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탈리아 음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재료 공급이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대중화되었지만 트러플이나 프로슈토 등 수입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었죠. 좋은 식재료가 있는 곳이라면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원주의 한 식당을 우연히 들렀는데 밑반찬으로 나온 버섯이 너무 맛있는 거예요. 사장님에게 산지를 물어 치악산 큰송이버섯을 알게 되었죠. 이탈리아의 포타벨라 버섯과 식감이 비슷해서 갈리나 데이지의 시그너처 메뉴 중 하나인 버섯 전채메뉴 ‘풍기’를 요리할 때도 큰송이버섯을 씁니다. 제주도에서는 딱새우를 맛보고 반해 어부를 수소문해서 지금도 그분에게 딱새우를 공수하고 있어요.”

갈리나 데이지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보타르가(어란 파스타)는 스파게티 면에 지리산에서 문배주를 발라가며 말린 양재중어란과 주키니 호박, 모레스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넣어 만든다. 우연히 맛본 어란 맛에 반해 양재중 대표를 찾아 지리산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식재료를 찾아 산지를 다닌 지도 어느덧 10년 세월이 훌쩍 넘었어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단순히 일하기 위해 다녔다기보다 여행하듯 그 시간을 즐긴 것 같아요. 유명 산지만 찾아다녔다면 그런 식재료들을 찾지 못했을 거예요. 그 지역 음식들을 먹어보고, 산지에서 만난 많은 분과 이야기 나눈 것들이 식재료를 이해하는 데 엄청난 자양분이 된 셈이죠.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식재료가 많습니다. 식재료 자체는 훌륭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수요가 맞지 않아 생산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레스토랑은 한 발 앞서 새로운 식재료를 소개하는 공간이기에 좋은 식재료를 발견한다면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 많은 분이 함께 드실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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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리산 기슭에서 문배주를 발라가며 말린 양재중어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좋아 파스타에 넣으면 잘 어우러진다.
2 이탈리아에서는 비싼 식재료인 스캄피와 비슷하게 생긴 제주산 딱새우. 갈리나 데이지에서는 딱새우를 이용해 파스타와 라비올리 등을 만든다.
3, 6 남해 굴에 비해 작지만 속살이 단단하고 굴 향이 진한 서해안 굴 생산지.
4, 5 지방에 가면 그 지역의 재래시장은 한번쯤 들러본다는 박누리 셰프.
7 치악산 큰송이버섯은 표고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양송이보다 향이 진하다. 오븐에 구우면 육즙이 나오는데 송이 맛이 은은하게 나는 게 특징이다.
 

큰송이버섯의 풍미를 제대로 담은 트리폴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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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큰송이버섯 3개, 레몬 ½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0㎖, 간 마늘 2g, 페페론치노·소금·베이비 채소 약간씩

만드는 법
1 큰송이버섯은 불순물과 꼭지를 제거한다.
2 믹싱 볼에 레몬즙을 내어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간 마늘, 페페론치노, 소금을 넣어 고루 섞는다.
3 ②에 큰송이버섯을 넣고 소스를 고루 묻힌다.
4 오븐 용기에 ③의 큰송이버섯의 갓 부분이 밑으로 가도록 올리고 볼에 남은 소스를 버섯의 살 부분에 고루 바른 뒤 250℃로 예열한 오븐에서 5분간 굽는다.
5 ⑤를 꺼내 접시에 담고 베이비 채소를 곁들여 낸다.
 
 

샘표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팀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 위 식재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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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 식품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로, 전통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샘표식품에서는 이 질문을 계기로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맛에 대한 기초 연구가 탄탄해야 우리 맛이 발전할 수 있는데, 현재는 우리 맛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기초 연구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샘표는 우리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장, 발효에 관한 기초 연구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우리 밥상에 대한 기초 연구 또한 절실하다고 느껴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우리 밥상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요리과학방법론’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샘표 우리맛 연구원들과 식재료 전문가, 셰프, 영양학자, 식품과학자, 옛 음식책(고조리서) 연구자, 사찰요리 전문가, 김치 장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멘토들과 협업해 진행하며, 공동연구원인 멘티가 함께 연구하고 있다.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 이홍란 연구원은 “마트에서 감자를 자주 구입하시죠?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감자는 ‘감자’라고만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감자는 쪘을 때 껍질이 터지면서 익고, 어떤 감자는 껍질이 단단하게 그대로인 채 익는 걸 경험했을 거예요. 껍질이 터져서 포슬포슬하게 익은 감자를 원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실망했던 경험도 있을 테고요. 감자도 종류에 따라 식감이 다르고, 감자뿐만 아니라 다른 식재료도 저마다 가진 특징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품종이나 부위 등 식재료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입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맛있거든요”라고 말한다.

2019년 첫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의 주제는 우리 밥상의 보물 ‘봄나물’이다. 나물은 흔히 비슷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재료 역시 파, 마늘, 참기름 등 거의 같은 양념을 넣어 무친다. 하지만 나물은 저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나물 고유의 풍미를 잘 살리면 새로운 요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 팀원들은 입을 모은다.

“앞으로는 식재료뿐만 아니라 조리법, 장 등 다양한 우리 밥상의 구성 요소를 확대하여 연구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 밥상의 고민은 무엇인가?’에 더 관심을 가질 거예요. 우리 밥상의 모든 것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밥상을 더 맛있고 건강하게, 쉽게 요리해서 많은 사람이 즐기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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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이를 센 불에 가열하면 훈연 향, 해물 향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물을 부어 끓이면 훈연 향 해물육수를 만들 수 있다.
2, 3 봄동, 냉이, 방풍나물, 세발나물, 두릅, 돌나물 등 우리맛 연구팀에서 연구 중인 봄나물들.
4, 5, 6 2018년에는 ‘우리맛 위크’ 행사를 열었다. 가을 제철 식재료인 버섯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재료 맛을 살리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비자들과 공유했다.
 

볶은냉이쌀국수

기본 재료
냉이 40g, 쌀국수·양파 50g씩, 숙주 100g, 마늘 1쪽, 연두 2숟가락, 물 600㎖, 포도씨유 1숟가락

만드는 법
1 냉이와 숙주는 깨끗하게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양파는 채 썰고 마늘은 편으로 썬다.
2 쌀국수는 찬물에 불려둔다.
3 팬을 달궈 포도시유를 두르고 냉이를 넣어 20초 정도 볶다 양파·숙주·마늘을 넣고 2분 정도 볶은 뒤 분량의 물과 연두·소금을 넣어 1분 정도 끓인다.
4 ③에 불린 쌀국수를 넣고 1분 정도 끓여 그릇에 담아낸다.
 

세 가지 양념의 봄동무침

기본 재료
봄동 200g 
된장고소 양념 된장·참깨 2숟가락씩, 참기름 1숟가락
연두고소 양념 연두·참깨 2숟가락씩, 참기름 ½숟가락
고추장 새콤 양념 고추장 2숟가락, 식초 1숟가락, 설탕 ½숟가락

만드는 법
1 봄동은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다.
2 김발을 이용해 봄동에서 초록색 즙이 나오기 직전까지 물기를 짠다.
3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면 결 방향대로 손으로 찢고 아삭한 식감을 살리려면 칼로 썬다.
4 넉넉한 크기의 볼에 봄동을 담고 취향에 따라 양념을 넣어 손끝으로 비비고 풀어가며 무친다.
 
 

김치명인 이하연·요리연구가 김정은
요리 고수들의 식재료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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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일로 만났습니다. 이하연 선생님이 제가 근무하고 있는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에서 김치 특강을 한 것이 계기였지요. 그때 선생님 김치를 맛보고 매료되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겨울엔 지인들과 이하연 선생님 작업실에 모여 김장을 담그기도 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장을 담기도 했어요.”

음식 만드는 사람들 모임인지라 자연스럽게 식재료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특히 소금과 젓갈 같은 한국 음식의 근간을 이루는 식재료 정보를 공유하다가 산지를 찾아가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작년에는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태평염전으로 식재료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하연 명인은 김치 맛을 좌우하는 건 좋은 식재료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김치를 담글 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보다는 배추나 무 등 주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김치를 담그고 있습니다. 익을수록 아삭한 김치를 먹으려면 양념 재료를 최소화하고 맛있는 배추와 질 좋은 소금, 젓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특히 김치 맛을 좌우하는 대표 재료 중 하나는 소금입니다. 김치를 담글 때는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자연 바람과 햇빛으로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과 천일염 중에서도 갯벌에서 바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토판염을 쓰는 게 좋아요. 김치뿐만 아니라 각종 나물이나 국을 끓일 때도 토판염을 사용하면 건강에도 좋을뿐더러 미묘한 감칠맛을 더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살림조합과 임업진흥원 일을 하며 산나물과 버섯에 대해 공부하고 레시피를 연구해온 김정은 선생은 올봄 이하연 명인과 함께 산나물과 버섯 산지를 찾을 생각이다.

“음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는 많지만 건강한 식재료만한 열쇠가 있을까요. 좋은 식재료로 정성을 다해 요리한다면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어요. 김치는 물론이고 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고수이자 동지가 옆에 있어 참으로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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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은 선생이 요즘 연구 중인 자광도. 중생종 메벼이며 우리나라 토종 품종으로 끈기는 없지만 밥맛이 구수해 궁중에 진상하던 쌀이다.
2 흰쌀 2컵에 자광도 ½컵을 넣은 뒤 밥물은 쌀의 1.3배 정도 잡아 밥을 짓는다. 찰기는 덜하지만 구수한 향이 좋아 김치지와 함께 먹으면 맛 궁합이 좋다.
3, 4 토판염으로 장을 담그면 보통 장보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깊은 맛이 난다.
5, 6 갯벌의 영양분을 풍부하게 함유한 태평염전 토판 천일염은 천일염 중에서도 생산량이 극히 적어 명품으로 손꼽힌다.
 

젓갈을 빼고 토판염으로 양념한 김치지

기본 재료
배추 6㎏, 물 2ℓ, 천일염 600g
부재료 무 700g, 배 ½개, 갓 50g, 쪽파 70g, 미나리 50g
양념 생수 1½컵, 토판염 50g, 고춧가루 150g, 다시마물·찹쌀풀 1컵씩, 다진 마늘 150g, 다진 생강 20g

만드는 법
1 배추는 밑동에 칼집을 넣어 손으로 벌려 가른다. 분량의 물에 소금 양의 절반을 녹인 다음 배춧잎 사이사이에 끼얹어 적신다. 남은 소금은 배추 줄기 부분에 켜켜이 뿌린다. 큰 통을 준비해 소금을 뿌린 배추 속이 위로 올라오도록 차곡차곡 담고 남은 소금물을 붓는다. 5시간 지나 배추를 위아래로 한번 뒤집은 다음 다시 5시간 절인다.
2 절인 배추는 깨끗한 물에 세 번 씻어 건져 채반에 엎어 3시간 정도 물기를 뺀다.
3 무와 배는 0.5㎝ 두께로 채 썰고 쪽파·미나리·갓은 4㎝ 길이로 썬다.
4 양념을 만든다. 볼에 생수를 붓고 토판염을 녹인 뒤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고루 섞는다.
5 ④에 무, 쪽파, 미나리, 갓, 배를 넣고 고루 버무린다.
6 절인 배추에 ⑤의 소를 켜켜이 넣고 가지런히 오므린 후 겉잎으로 감싸 항아리에 담는다.
7 서늘한 곳에 36시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서 20일 정도 숙성시켜 먹는다.
여성조선 2019년 3월호
등록일 : 2019-03-14 09:50   |  수정일 : 2019-03-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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