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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을 상대로 훈련, UFC 최고 흥행카드 된 하빕의 다음 상대는? 메이웨더? GSP? 엘 쿠쿠이?

UFC 최초로 두 체급을 동시 석권한 맥그리거를 꺾으며 최강자로 인정받은 하빕.
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강자’는 한둘이 아니다. 과연 UFC 최고의 흥행카드로 떠오른 하빕의 다음 상대는 누가 될까.

글 | 최우석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UFC 최고의 흥행카드로 떠오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 newsis
재미있는 상상 하나. 권투 선수와 유도 선수가 겨루면 누가 이길까? 프로스포츠 세계에선 거의 불가능한 대결이기에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이런 호기심과 상상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이종(異種)격투기 때문이다. 이종격투기는 문자 그대로 각종 격투기가 한곳에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막싸움’을 지켜보다 보면, 진정한 ‘싸움 구경’이 뭔가를 절감할 수 있다.

방식은 크게 종합격투계와 입식타격계로 나뉜다. 종합격투계는 그래플링(관절꺾기 등의 접근기술)과 타격이 합쳐진 방식이고 입식타격계는 킥복싱, 가라테, 태권도, 쿵후 등 선 채로 가격하는 기술을 위주로 하는 방식이다.


현대 이종격투기의 기원

현대적 이종격투기의 기원으로는 1970년대 일본의 레슬러였던 안토니오 이노키가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벌인 격투 시합을 꼽기도 한다. 복싱과 레슬링 룰을 합친 이상한 방식으로 열린 1976년의 그 경기는 기대만 잔뜩 부풀려 놓고 ‘이거, 뭐 이래’로 끝났다. 이노키는 엉덩이를 매트에 붙이고 기어 다녔고, 알리는 누운 이노키의 발차기를 피해 외곽으로 돌아다녔다. 심판들은 ‘채점 불가’라는 결론과 함께 무승부를 선언했다. 이종격투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성행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전 세계로 퍼졌다.

현재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는 UFC (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다. ‘권투는 당신 아버지를 위한 스포츠였다. 진정한 격투기를 원하면 우리에게 오라’는 슬로건으로 이종격투기가 권투의 인기를 누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1년 미국 정치인들이 “이종격투기는 인간닭싸움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이에 반발한 선수들은 UFC 리그 아래 더욱 단단히 뭉쳤다. 그리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 링에서 보여주는 격렬한 경기로 대중성을 확보해 나갔다.


UFC 역사상 최고의 흥행 맞대결

2018년 10월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메인 이벤트인 라이트급 타이틀전 하빕과 맥그리거의 대결. 하빕이 1차 방어전에 승리했다. 사진은 하빕이 4라운드서 맥그리거의 목을 조르는 모습. © 조선DB
2018년 10월 8일 UFC 역사상 최고의 흥행 맞대결이 펼쳐졌다. UFC 사상 최초로 동시에 두 체급을 석권한 강자인 코너 맥그리거와 UFC 역사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현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UFC 229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맞붙은 것이다.

1988년생인 코너 맥그리거는 신장 175cm로 운동선수치고 다소 작은 편이지만, 체중이 75kg가량에 달하는 등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다. ‘The Notorious(악명 높은 사람)’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에게는 영웅 같은 존재다. 2014년부터 이미 UFC계를 이끌어갈 슈퍼스타로 낙점받은 그는 이듬해 12월 챔피언이었던 조제 알도를 상대로 1라운드 13초 만에 원 펀치 KO 승을 따내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옥타곤 최고의 타격가인 그는 복싱을 주무기로 변칙적으로 가라데를 사용한다. 높은 정확도와 빠른 펀치로 상대를 녹다운 시킨다. 물러서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하는 스타일이다.


최고의 그래플링 소유자 하빕

하빕은 옛 소비에트연방에 속했던 북캅카스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1988년 태어났다. 체첸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에게는 6~8세기 지금의 헝가리 평원에 제국을 세워 비잔틴 제국에 저항하고 게르만 부족 전쟁에도 개입해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인의 남하에 영향을 미친 아바르의 피가 흐른다. 아버지 압둘마납은 많은 훈·포장을 받은 군인 출신으로 여덟 살 때부터 하빕에게 레슬링을 가르쳤다. 아버지는 집 아래층을 체육관으로 개조해 레슬링을 익히게 했다.

유년 시절 하빕의 훈련 파트너는 곰이었다. 지난 1997년 9월 러시아 공영방송이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 영상은 어린 하빕이 새끼 곰을 상대로 훈련 중인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 속 곰은 당시 하빕의 이웃이 키우던 2마리의 곰 중 한 마리다. 하빕은 곰의 힘에 밀려 번번이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나 레슬링 기술을 건다.

아버지에게 배운 레슬링뿐만 아니라 유도, 1920년대 구소련 적군에 의해 개발돼 국민 스포츠로 성장한 삼보(sambo·유도와 레슬링 요소를 가미한 격투기) 기술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든 하빕은 최고의 그래플링(grappling·관절꺾기 등의 접근기술)을 보유한 파이터가 됐다.


하빕 vs 맥그리거, 재대결?

UFC에서 서로를 ‘유일한 태양’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동갑내기 강자 둘의 대결은 기대와는 달리 싱겁게 끝났다. 하빕이 4라운드에서 맥그리거를 바닥에 쓰러뜨린 뒤 등 위로 올라타서 목조르기 공격을 펼치며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경기 후인 10월 23일(한국시간) 맥그리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빕의 턱에 주먹을 명중시키는 사진과 함께 경기 내용을 분석한 글을 올렸다.

“준비하는 과정에 상대의 타격 기술을 존중하지 않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입식 타격을 가하도록 허용하는 등 몇 가지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하빕의 타격 실력을 좀 더 존중했다면 2라운드에 그에게 라이트 훅을 맞고 테이크다운(상대 선수를 쓰러뜨려 매트에 눕히는 기술)을 내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입식 상황 스파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플러나 레슬러를 상대하는 법만 연습했다. 멋진 경기였고, 경기를 할 수 있어 기뻤다. 자신감 가득한 상태로 완벽히 준비해서 돌아오겠다.”

맥그리거가 재대결에 대한 각오를 밝히면서 ‘러시안 불곰’과 ‘The Notorious’의 2차전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당장 재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은 적다. UFC 최초로 두 체급을 동시 석권한 맥그리거까지 꺾으며 최강자로 인정받은 하빕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강자’가 많아서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도 “맥그리거가 재대결을 원하는 것은 알지만 나는 토니 퍼거슨이 하빕의 다음 상대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재다능한 ‘엘 쿠쿠이’

토니 퍼거슨은 UFC 라이트급 2위의 강자다. 퍼거슨은 링 안에서 정신없이 치고받는 스타일이다. 그의 경기가 혈전 양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 newsis
토니 퍼거슨은 UFC 라이트급 2위의 강자다. 퍼거슨은 링 안에서 정신없이 치고받는 스타일이다. 그의 경기가 혈전 양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른바 ‘피를 부르는 남자’의 별명은 ‘엘 쿠쿠이(El Cucuy).’ 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전설로 유래한 히스패닉 도깨비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부모가 말을 잘 안 듣는 자녀에게 “나쁜 짓을 하면 엘 쿠쿠이가 잡으러 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망태 할아버지로 볼 수 있다. 그래플링 중심의 하빕, 타격의 맥그리거와 달리 퍼거슨의 경기는 어떤 영역에서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전략적 패턴보다는 상대의 반응에 맞춰 본능적으로 맞불을 놓는 스타일이라 의외성이 짙다. 많은 이가 하빕과 퍼거슨의 맞대결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조 로건 UFC 해설위원은 “퍼거슨은 하빕에게 가장 어려운 UFC 시험 상대(toughest test)가 될 것이다. 그것은 퍼거슨의 강심장과 다재다능함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하빕과 퍼거슨의 대결은 지금까지 모두 4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15년 12월에는 하빕이, 2016년 4월에는 퍼거슨이 부상이라 경기가 취소됐다. 2017년 3월에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을 치르기로 했지만 하빕의 신체에 문제가 생겼고, 올해 4월 대결하려 했지만, 퍼거슨의 무릎 부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복싱의 신’과 돈 잔치

맥그리거(오른쪽)가 2017년 8월 27일 메이웨더와의 경기에서 왼손 강펀치를 얻어맞는 모습. 맥그리거는 이 경기에서 완패했지만,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하빕은 메이웨더에게 승부를 가려보자고 했다. © 조선DB
하빕과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시합을 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하빕은 맥그리거에게 승리한 직후 미국 TMZ와 인터뷰서 “메이웨더, 한번 붙자. 우리는 지금 싸워야 한다. 넌 50승 무패, 난 27승 무패다. 정글의 왕은 한 명”이라고 도발했다. 옥타곤(종합격투기) 지배자의 도발에 사각 링(복싱)의 제왕은 “하빕이 내게 도전하는 모습을 봤다. 좋다. 한번 붙자. 우리는 조만간 싸울 것”이라고 했다. 메이웨더는 복싱 역사상 최고의 ‘아웃 복서’로 불린다. 현란한 풋워크와 숄더롤(어깨너머로 펀치를 흘려보내는 기술)은 ‘무적의 방어술’로 불릴 정도다. 포인트를 착착 쌓는 스타일이라 지루하다는 비판도 받지만, 카운터펀치의 위력이 막강하다. 그의 49연승은 복싱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다. 메이웨더는 2017년 8월 27일 맥그리거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 바 있다. 복싱룰 대결이라 메이웨더가 무난하게 승리했지만 일부에선 “진정한 승자는 맥그리거”라는 말도 나왔다. 맥그리거가 40분간의 이 시합으로 벌어들인 돈이 1100억 원이었기 때문. 하빕과 메이웨더가 맞붙을 경우, 대전료는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다. 맥그리거와의 대결 때 메이웨더가 받은 돈은 2200억 원이었다.


조상필(GSP)과 계약체중 슈퍼파이트?

조르주 생피에르의 이름도 하빕과 대결 희망 명단에 있다. 생피에르는 맥그리거 이전 UFC의 최고 스타였다. 조르주 생피에르와 하빕은 체급 차가 나지만 UFC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계약 체중으로 맞붙으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 newsis
조르주 생피에르의 이름도 하빕과 대결 희망 명단에 있다. 생피에르는 맥그리거 이전 UFC의 최고 스타였다.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배들과 싸우기 위해 가라데를 배운 그는 2004년 UFC에 데뷔한 뒤 2년 만에 웰터급 왕좌에 올랐다.

맷 세라, 맷 휴즈와의 혈전을 통해 통합 챔피언에 오른 그는 이후 9번이나 타이틀을 지켰다. 한국에서도 ‘조상필’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2013년 11월 은퇴를 선언한 그는 2016년 복귀를 선언했고, 2017년 11월 가진 복귀전에서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을 쓰러뜨리고 1경기 만에 다시 챔피언 자리로 올라갔다. 하빕과 생피에르 대결의 걸림돌은 체급 차이다. 하빕은 라이트급, 생피에르는 그보다 두 단계 위인 미들급이다. 원래 웰터급이었는데 미들급으로 복귀했다.

UFC의 라이트급은 66~70kg(146~155파운드), 웰터급은 70~77kg(156~170파운드), 미들급은 77~84kg(171~185파운드)의 체급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165파운드(75kg) 계약 체중으로 맞붙으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UFC 헤비급과 라이트헤비급 동시 챔피언에 오른 다니엘 코미어는 “하빕과 생피에르의 경기에 흥미를 느낀다. 생피에르는 더 터프한 상대다. 165파운드 계약 체중으로 경기하면 빅 매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웰터급 강자인 콜비 코밍턴은 “하빕이 무리해서라도 감량해 라이트급에 머무는 이유는 웰터급 강자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UFC 최고의 흥행카드로 떠오른 하빕의 다음 상대는 누가 될까.
등록일 : 2018-12-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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