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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청년 기업가들]
푸드테크 넘어 배달 로봇까지… 경영하는 디자이너의 대단한 꿈,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배달의민족(배민)’ 앱 누적 다운로드 3000만 돌파, 등록 업소 20만여 곳, 월간 주문 건수 2100만 건, 2017년 매출액 1626억 원.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성장세가 놀랍다. 앱에서 시작, 사업 분야를 확장해 배달 안 하는 음식점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스’, 모바일로 주문하면 새벽에 집으로 배송해주는 모바일 반찬가게 ‘배민찬’, 배민만의 위트와 키치함이 돋보이는 카피를 새겨 넣은 각종 브랜드 제품을 파는 ‘배민문방구’도 열었다. 2010년 5명의 창업 멤버로 시작한 임직원은 현재 800명에 달한다. 연내 1000명 돌파 예정이라고 한다.

글 | 김민희 톱클래스 기자   사진 | 우아한형제들

배민이 주목받는 건 성장 속도 때문만이 아니다. 어딜 가나 시선을 확 끄는 ‘배민다움’, ‘배민스러움’으로 세상에 없던 낯선 문화를 퍼뜨리고 있다. 지하철 환승장에는 ‘박수칠 때 떠놔라-회’, ‘짜장면 식히신 분-혼나야지’라는 기발한 문구로 ‘큭’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TV에서는 배우 류승룡이 온갖 산해진미 앞에서 ‘OO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며 해학을 안긴다. 거리에서는 민트색 헬멧을 쓴 ‘배민라이더’가 ‘OO이 타고 있어요’라며 돌아다니고, 여성지를 열면 ‘경희야, 넌 먹을 때가 가장 예뻐’라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광고문구로 어필한다.

또 있다. ‘앉으면 내 땅’이라는 돗자리, ‘이런 십육기가’가 쓰인 USB, ‘니가 자꾸 떠올라’라는 튜브까지. 척 봐도 배민임을 알아차리는 문구와 물건들이 일상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오죽하면 ‘배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배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배민의 성공 사례는 경영학과 마케팅업계에서 연구와 분석의 대상이고, 광고대행사에서는 질시와 부러움의 대상이다.


B급 문화와 키치스러움을 내건 ‘배민다움’은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 김봉진 대표의 진지한 고민의 산물이다. 그는 스스로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가 아니라. 이 두 표현은 천양지차다.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거둔 경영자로 우뚝 섰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로서 아이덴티티를 고수하겠다는 분명한 표현이다.

경영하는 디자이너로서 그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 김봉진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빅터 파파넥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배민 본사에는 빅터 파파넥의 글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 붙어 있다. 일부를 보자.

“… 모든 것들이 계획되고 디자인되어야 하는 /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 디자인은 인간의 도구와 환경(더 나아가 사회와 자아)을 만드는 /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어 왔다. /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 높은 사회적·도덕적 책임이 요구된다.”


주 4.5일 근무, 도서비 무한 지원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 중인 ‘행복얼굴 사진관’은 디자이너로서, 경영자로서 직원을 대하는 온도와 눈높이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활짝 웃는 직원의 얼굴을 찍고 “언제가 행복해요?” 묻는다. 대답은 각양각색. 답도 답이지만 표정이 예술이다. 안면근육의 힘을 툭 빼고 눈빛까지 웃는 편안한 미소는 아무 앞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회사 대표의 카메라 앞에서는.

“저는 기본적으로 디자이너지만 지금은 기업 경영을 하고 있잖아요. 경영을 하다 보면 골치 아픈 숫자도 많이 챙겨야 하고, 인사위원회 일도 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즐거울 때는 브랜딩이나 디자인 관련 업무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의 일을 할 때예요. 사진 찍는 걸 원래 좋아하고, 군대에서 사진병으로 있으면서 사진을 배웠어요. 피사체로서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을 때 느껴지는 감동의 순간이 있어요. 그렇게 나온 사진을 볼 때도 그렇고요. 회사 구성원분들이나 지인들을 사진으로 찍을 때, 이분들이 밝게 웃으면 행복감이 전염됩니다.”


직원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사원복지로 이어진다. 배민은 주 4.5일 근무다. 월요일 오후에 출근한다. 아이의 입학식, 졸업식 날에는 별도의 유급휴가가 있다. 잡담하는 회사 문화, 수평적 인간관계 추구도 배민다움의 하나다.

“일하는 방식, 일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믿어요. 그런 마음으로 저희만의 새로운 회사 문화를 하나씩 실현해보자고 이야기해요. 이게 저희끼리 좋은 걸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배달의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다른 누군가가 이걸 또 혁신하게 되겠죠.”

또한 도서 구매비를 무한 지원한다. 단, 오프라인 서점에서 정가로 살 때만이다. ‘인터넷 할인 가격에 사면 회사로선 더 이득이 아닐까’ 싶지만 김봉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회사를 넘어 사회를 생각한다. “출판시장이 어려운데 매번 할인받고 사면 제대로 된 책을 출판계에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 지난해 이 회사의 도서 구입비는 1인당 매달 평균 12만 원 정도였다.


100억 원 개인 자산 사회환원


《책 잘 읽는 방법》이라는 책을 낼 만큼 다독가로 명성이 높지만, 그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성인이 되어서다.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공부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후 디자인 에이전시를 거쳐 이모션, 네오위즈 등에서 웹디자인 일을 했다. 회사를 나와 간절히 원하던 수제 가구점을 차렸지만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이후 네이버에 입사했고, 이때 월급은 빚 탕감에 쏟아부었다.

“10년 차 디자이너가 됐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새로 온 친구들과 저를 비교해봤는데, 그들이 새로 알고 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저 자신을 들여다봤습니다. 기능적인 디자이너로 변해 있었어요. 기술자에 가까운 디자이너. 공부를 더 하고 싶어졌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시각도 바뀐다. 국민대 시각디자인 대학원에 입학해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들과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 워밍업을 했고, 얼마 후 형, 친구 등 뜻 맞는 지인 5명이 ‘배달의민족’을 시작했다. 당시 배민은 배달 앱 최초는 아니었다. 그는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했다.

“창업할 때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들 하잖아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첫 번째 사업 아이디어로 성공할 확률은 환상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창업할 때만 해도 비슷한 앱이 30~40개 있었어요.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배민. 여기서 ‘발전’은 회사의 범위를 넘어선다. 한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길 원한다.

“저는 살면서 좀 더 쓸모 있는 사람, 남들에게 좀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꿉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고, 선현들의 시행착오와 혜안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김봉진다움’, ‘배민다움’을 완성해나갔다.

“배민의 핵심 역량은 우리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균적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나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배민은 스타트업계에서는 ‘나눔과 상생’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무료 프로그램인 ‘배민아카데미’를 열어 업주의 매출이 증가하도록 꿀팁을 제공하고, ‘어르신 우유 안부 묻기 프로젝트’를 통해 12개 구 1600가구의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우유를 매일 배달하고 있다.

그는 작년 가을엔 통 큰 기부로 화제가 됐다. 100억 원의 개인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것. 그중 절반인 50억 원을 우선 올해 3월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기부했다. 그동안 최고액 기부자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41억 원)을 넘어선 금액으로, 역대 최대 기부액이다. 그는 당시 “오늘의 저와 배달의민족이 있기까지는 많은 분의 응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성금이 과거의 저처럼 힘든 환경에서 노력하는 학생들이 꿈을 위해 도약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패요? 너무 많죠


배민이 탄탄대로만 달려온 건 아니다. 실패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많죠”라며 사례를 조목조목 들었다. 일본에서 라인과 합작한 배달서비스 ‘라인 와우’, 기업 대신 법인결제를 시도한 서비스, 대학생들에게 구내식당 메뉴 정보를 알려주는 ‘캠퍼스 밥’, 판도라TV와 손잡고 시도한 스포츠 중계 서비스, 음식 큐레이션 서비스인 ‘푸드박스’ 등.

김봉진 대표는 개념에 대한 ‘정의’를 중시한다. 무슨 일이든 정의를 내리는 것이 일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배민은 ‘과연 한국인에게 배달음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혼자 끼니를 때우기 위해 쓸쓸히 먹는 음식이 아니라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를 보며 즐기는 치킨과 맥주, 친구들과 홈파티를 하며 먹는 음식과 같이 좋은 사람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 그가 내린 배달음식의 정의다.

그래서 물었다. 의외로 무수한 실패담이 있는데, 실패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겠냐고. 그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꺼냈다.

“실패에 대한 정의보다는 어떤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려서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건 자기가 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하는 일은 실패를 통해서도 배움을 얻기 쉽지 않아요.”

푸드테크 창시자로서 세상에 없던 길을 가던 그는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일에 도전했다. 자율주행 로봇기술을 이용해 ‘배달 로봇’을 선보이는 것.

“창업기 첫 사명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였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을 세워 지금까지 써 오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센 지금, 푸드테크 분야를 넘어 또 한 번의 기술을 통한 일상의 혁신을 시도하려 합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기술 등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에 맞춰 비전을 담은 사명의 업그레이드가 또 한 번 필요할 것 같아요.”
등록일 : 2018-1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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