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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빈곤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착한’ 물류 회사, 품고 박찬재 대표

물류 전문 회사인 ‘품고’는 규모나 비용 면에서 기존 대형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나 중소 온라인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틈새시장을 개척한 덕분에 2015년 설립 이후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또한 기업의 사명을 ‘사회적 빈곤층 일자리 창출’에 두고, 회사의 성장에 따라 꾸준히 고용을 늘리고 있다.

글 | 최선희 톱클래스 객원기자   사진 | 김선아

품고는 ‘풀필먼트(fulfillment)’ 전문 물류 서비스 회사다. 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 시대가 열리면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으로, 상품의 입고부터 재고관리·분류·배송·반품 등 물류의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에서 시작된 풀필먼트 서비스는 이제 ‘온라인 위주의 물류 대행 서비스’라는 특화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박찬재(31) 대표는 “과거에는 소품종을 대량생산해서 특정한 유통 채널을 통해 대량 납품하는 방식이었는데, 요즘은 온라인으로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고, 다품종 소량 생산도 많아졌다”며 “이런 변화들이 물류산업의 트렌드를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는 그날그날 어떤 물건이 어떤 고객에게 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비정형성’이 특징입니다. 제품 종류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걸 관리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죠. 풀필먼트가 기존의 일반 창고업이나 물류 대행업과 비교해 훨씬 어렵고 고도화된 분야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또한 소품종 대량생산 제조업체들은 진열보다는 보관을 위한 공간이 더 필요한 반면, 전자상거래 업체들에는 체계적인 진열 시스템이 필요해요. 그래야 매일 수시로 발생하는 고객의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물류 관련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품고를 설립하기 전인 2013년, 당시 휴학생(성균관대 독문과)이던 그는 예비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를 설립하고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친환경 종이 옷걸이와 광고시장을 연결하는 것으로, 광고주인 기업에서 일정 금액을 받고 광고를 제작해 옷걸이에 새긴 후 노숙인들과 함께 이를 조립해 세탁소에 공짜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지속해서 매출을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월 옷걸이 주문이 1억 원을 넘길 때도 있었지만 매출액이 0원인 달도 있었다. 희망을 품고 일하던 노숙인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을 보며 안정적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던 중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를 만났다.

마리몬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이나 압화를 이용해 폰 케이스, 가방, 액세서리, 의류 등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당시 마리몬드는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으로 만든 폰 케이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주문이 폭주해 전 직원이 배송에 매달리고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마리몬드의 윤 대표는 ‘커피나 마시자’고 찾아온 그에게 마리몬드의 재고 관리, 배송 등 물류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얘기가 나오고 며칠 뒤 맞은편 건물에 18평짜리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었어요. 물류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그냥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씩 배워나갔죠. 그러면서 이렇게 작은 규모의 온라인 판매자들이 물류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금방 입소문이 나서 고객사가 순식간에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물량이 많지 않아 물류 서비스 대행을 맡기기엔 여의찮은 작은 제조업체들, 또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근근이 제품은 개발했지만 물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오배송·배송지연 등의 문제가 심각한 스타트업이 주요 거래처가 되었다. 일감이 몰리면서 공간이 부족해 창업 10개월 만에 495㎡(150평)로 넓혔고, 6개월 뒤 다시 두 배로 확장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1487㎡(45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해 이전했다. 물동량은 2년 동안 8배 이상 늘었고, 누적 거래처도 100여 곳에 이른다. 매출도 창업 첫해 2억 원이던 것이 2016년 14억 원으로, 지난해에는 20억 원을 넘겼다.


취약계층 고용 1000명까지 늘리는 것이 꿈


업종은 바뀌었지만 박 대표는 지금도 ‘품고’를 통해 창업 초기 세웠던 ‘사회 빈곤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명을 꾸준히 실현하고 있다. 취약계층 직원 채용은 지역자활공동체나 복지기관 등의 추천으로 이뤄진다. 직원 수는 20여 명,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일한다. 정년이 65세이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연령대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일한다. 50세만 넘어도 나이의 벽에 부딪쳐 재취업이 어려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는 그는 “고령층 일자리 확보는 장기적으로 꼭 풀고 싶은 문제”라며 “회사를 잘 키워 그분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손컴퍼니를 창업할 때만 해도 제가 주체가 되어 취약계층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자만심이 있었어요. 지금은 제가 주체가 아니고, 서로 호혜적인 관계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어요. 삶의 지혜, 인품, 성실도 등 모든 면에서 이분들을 통해 제가 배우는 게 훨씬 많거든요. 때로는 업무에서도 그렇고요. 자활센터 추천으로 온 직원 중에 외국계 기업에서 데이터 관련 일을 했던 분이 있어요. 이분이 저희 물류 재고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첫째는 우리나라에 풀필먼트 물류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고, 둘째는 취약계층 고용을 1000명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막연히 10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런 비전을 가진 회사도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매출 규모에 대한 욕심보다는 일자리를 얼마나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느냐가 제게는 더 큰 관심사입니다. 수익을 많이 남겨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 그것이 이 사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등록일 : 2018-05-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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