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FUN | 피플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할리우드 ‘뷰티션’ 에바 김

대서양을 건너 자랑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할리우드 뷰티 어워드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 스물일곱에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공한 에바 김이다.

글 | 황혜진 여성조선 기자

세계 최고 스타들이 모인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 할리우드에서 ‘뷰티션’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한국 여성이 있다. 2003년 아무런 연고 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백화점 화장품 매장을 거쳐 토니 브랙스톤, 시에라 등 톱스타들의 얼굴을 책임져온 메이크업 아티스트 에바 김(본명 김현정·42)이다.

그녀는 지난 2월 뷰티션들에게 최고 영예로 꼽히는 할리우드 뷰티 어워드(Hollywood Beauty Awards) 메이크업 부문에서 3명 중 한 명으로 후보에 올랐다. 아쉽게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정글에서 거둔 쾌거임에는 틀림없다. 20년간 뉴욕에서 활동하다 최근 남편과 함께 LA로 무대를 옮긴 그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할리우드 뷰티 어워드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후보에 올랐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행복했어요.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람과 보상을 받는 듯했습니다. 뷰티 어워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 후보에 오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처음 미국 생활을 시작할 때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일할 때 친한 언니가 저에게 “기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사람에게 미소를 보낸다(Opportunity smiles at those who make their best effort)”는 말을 해줬어요. 평범한 말이었는데 당시 저에게는 큰 위로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역경 하나하나가 제가 꾸는 꿈, 목표로 가는 길이라고 저 자신을 믿고 채찍질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목표를 세우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행하는 것이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에서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며 미술 공부를 했다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있어 그림을 자주 그렸습니다.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며 미술 기초부터 공부했어요. 일반인보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미술을 포기하고, 제 재능에 맞는 일을 찾다 메이크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고요.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그림 그리는 걸 반대하셨습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공부 잘하는 걸 바라셨죠. 하지만 어머니께서 저의 재능을 알아보시고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미술 공부에서 메이크업을 택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가수 김현정 씨 메이크업을 담당했다고요. 김현정 씨는 아주 친한 친구입니다. 예전에 김현정 씨가 홍콩과 타이완에서 활동할 때 함께 일했습니다. 그 외 레드카펫이며 포토슛 등 같이 다니며 많은 일을 했었죠. 지금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해서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제가 외국에 있는 시간이 많아 김현정 씨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트 디렉팅도 같이 상의하면서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LA나 뉴욕에서 공연을 오면 제가 메이크업을 담당합니다.
 
본문이미지

한국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 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메이크업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메이크업을 시작할 당시 외국인을 메이크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얼굴이 동양 사람과 다른 것에 매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메이크업을 하려면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가까운 곳을 찾던 중 우연히 홍콩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게 됐습니다. 영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좀 더 넓은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판단이 굉장히 빨랐던 것 같아요.

미국으로 건너가 곧바로 톱스타들과 인연을 맺은 건 아닐 텐데요.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처음 미국에 갈 때 친한 언니와 형부가 뉴욕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언니가 친구를 소개해주었는데 한국말을 잘 못하는 한국 사람이었어요. 그 친구가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일을 해보겠느냐고 제안을 했죠. 당시 스물일곱 살이던 저는 미국에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영어가 능숙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 제안을 받고 앞이 깜깜했어요. 겁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오로지 ‘도전’이라는 두 글자만 생각했습니다. 그 언니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20장의 이력서를 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이력서를 들고 전 세계 유명 브랜드가 다 모여 있는 뉴욕의 백화점에 들어가 일하고 싶은 카운터에 가서 “저 여기서 일하고 싶은데요. 매니저는 어디 있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백화점을 방문하기 전에 언니와 영어로 일종의 예행연습을 했는데 문제는 그 시나리오에는 매니저가 없어 그저 이력서를 주고 돌아오는 거였어요. 그런데 방문한 카운터에는 매니저가 있었고, 예행연습을 할 때 없던 인터뷰를 하며 이력서를 건넸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매니저가 하는 말이 들리지도 않았고 그저 떨리는 모습만 감추려고 노력했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옵니다. 월요일에 전화를 주겠다고 해서 걸어 나오는데 다시 와보라고 손짓을 하더라고요. 그때 행운의 여신이 제 편이란 것을 직감했죠. 월요일에 나올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렇게 시작해서 백화점 유명 코즈메틱 회사들(스틸라, 로라 메르시에, 샤넬, 나스, YSL 등)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플라자호텔 살롱(워런앤트리코미(Warren&Tricomi))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할 기회가 생겨 웨딩, 패션쇼, 카탈로그, 축하파티 등 다양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스타들과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고 간 것이 아니어서 경제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일주일 넘게 시리얼만 먹은 적도 있고, 살고 있던 아파트에 화재가 나서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두 잃은 적도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많이 슬펐고, 모든 걸 잃고 다시 시작할 때 무척 힘들었습니다. 고통스러운 마음을 잊어보려고 뉴욕을 떠나 1년 정도 LA에 가서 일했습니다. 메이크업의 꿈을 잃지 않고 포토그래퍼들과 함께 할리우드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을 메이크업하며 버텼습니다. 숱한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사랑하는 뉴욕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도 다르고 트렌드도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자기 확신’을 갖기가 어려운 직업일 것 같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사람마다 눈의 색깔과 머리카락 색, 피부색, 얼굴 윤곽, 직업, 패션 등에 따라 메이크업이 달라집니다. 이런 부분을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직업이겠죠.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의 특징을 얼마나 빨리 인지하느냐에 따라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상대방의 특징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매력을 느낍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조소를 기본으로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기본을 갖춘 후에는 사람을 대하는 매너와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유명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신중해야 합니다. 일할 때는 최대한 말수를 줄이고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클라이언트의 특징을 살려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틈틈이 여러 사람의 특징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패션위크도 찾아보고요.

화려한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민낯의 수수한 모습도 소셜미디어에 종종 올립니다. 뷰티션으로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화려한 화장은 파티에 갈 때 한 번씩 합니다. 평소에는 패션에 더 신경을 쓰고, 민낯에 아이라이너만 그리고 다닙니다. 꾸미지 않아도 사람에겐 저마다 아름다움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정해놓고 ‘이것이 아름다움’이라고 하기보다 개개인이 품고 있는, 마음에서 얼굴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인스타그램에 남편을 “인생의 남자, 내 꿈의 왕, 영혼의 친구”라고 표현했더군요. 그런 배우자를 만난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6년 전 클라이언트와 플로리다에 행사가 있어 갔다가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클라이언트의 헤드셋이 없어 찾고 있는데 옆 건너편에 있던 지금의 남편이 자기 것을 쓰라고 권하더군요. 클라이언트가 “네 헤드셋을 날 주면 넌 뭐할 거냐?”고 묻자 저를 가리키며 “네 옆에 있는 친구랑 이야기하면 되지”라고 했습니다. 그 남자가 지금의 남편입니다.

남편이 워너브라더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편은 지난 13년간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 월드 와이드 TV 디스트리뷰션’에서 일하고 있는데, 판매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 코미디언 앨런 드제러너스, 온라인 매체 TMZ, 드라마 <빅뱅 티어리(Big Bang theory)> 등을 대표하고 있죠. 코코넛 워터로 만든 세계 최초의 프리미엄 글루텐프리 보드카 ‘토스트(Toast) 보드카’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에요. 모든 일에 노력하며 열정적입니다. 남편을 가장 존경하는 부분은 많은 일을 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이자 제 삶의 파트너로서 역할도 완벽하게 해내는 것입니다.

문화 차이도 있을 텐데 사이좋은 비결이 뭔가요? 결혼 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혜 한 가지만 이야기한다면? 한국이든 이곳 미국이든 몇 십 년 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살다 만난 부부들은 모두 서로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편이 김치를 못 먹는 것이 고민이라면 고민이네요.(웃음) 고리타분할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의 지혜는 존중, 믿음, 인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진리라고 믿습니다.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프리랜서라 아이 키우는 게 어떤가요? 딸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원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서른아홉이라는 늦은 나이에 딸 이든(Eden)을 선물 받았습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서른여덟이 되어 있더라고요. 여자로 태어나 엄마도 되고 싶어 늦게 얻은 딸입니다. 딸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합니다. 한창 일할 때 선물 받은 딸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셔서 출산 후 두 달 지나면서 다시 조금씩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딸이 두 살이라 예전처럼 투어 등의 일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제 일과 사랑하는 딸을 잘 키우기 위해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겠죠. 하지만 일과 육아는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엄마와 아내로서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있나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목표는 제 뷰티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을 출시하고 메이크업 숍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목표가 이루어진다면, 제가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겠죠. 미국에서 K뷰티 붐이 일고 있는데요. 전 세계 뷰티를 이끌어가는 국내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 프로젝트로 함께 일하며 저만의 노하우로, 진정한 K뷰티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더 많이 활동할 계획입니다. 미국에서 K뷰티 붐이 일고 있는 이 시점에 전 세계 뷰티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에도 아티스트들을 위한 시상식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엄마와 아내로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과 가족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사람은 행복할 때는 그 행복을 모른다고 하더군요. 지금의 삶 매 순간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등록일 : 2018-04-17 15:00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