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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는 가장 본능적인 몸동작”, 문화공연 기획자 이병수 UPD 대표

글·사진 | 서경리 톱클래스 기자   글 | 최지인 작가

‘플라멩코 괴물’로 불리는 세계적인 무희, 후엔산타 라 모네타가 지난 3월 내한해 서울과 안동에서 플라멩코를 공연했다. 성녀 테레사의 시를 춤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 〈디비노 아모르 휴마노(Divino Amor Humano·순수한 인간애)〉는 테레사 탄생 500주년인 지난 2015년 발표돼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라 모네타는 이 공연으로 월드투어 중인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공연했다. 세계적인 플라멩코 무희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이는 평소 ‘플라멩코 전도사’로 불리는 공연기획자 이병수 유나이티드프로듀서스(UPD) 대표다.

공연기획자 이병수 대표는 한국에 플라멩코를 처음 소개한 1세대 프로듀서다. 2007년 무용수 카르멘 모타의 공연을 유치해 크게 성공했다.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SK그룹(옛 선경) 공채로 입사해 쉐라톤워커힐에서 근무하며 1992년부터 공연 프로듀싱을 시작, 3만 5000회의 공연을 제작 및 유치했다. 나훈아, 남진, 이승철, 김건모, 김범수, 성시경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의 공연은 물론이고, 최초의 풀 사이드 파티 콘서트, 최초의 심야 스탠딩 콘서트, 최초의 EDM파티, 최초의 호스(horse) 뮤지컬 등 우리나라 공연계 1세대 기획자로 공연 역사를 나란히 한다. 내한 공연에 앞서 그를 만났다.

― 플라멩코에 애착을 갖는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 플라멩코를 선보이고 공연을 유치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습니다. 20년 전 스페인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처음 접할 때는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우연히 본 플라멩코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강렬했죠. 심장이 아플 정도로 울림이 요동쳤습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춤 플라멩코는 함부로 도전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춤입니다. 형식적인 기교나 틀이 있는 춤이 아닌 심장박동(코라손·Corazón )에 맞춰 추는 원초적이면서 가장 순수한 춤이죠. 그러한 매력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삶의 고통과 사랑, 상처와 희망, 욕망과 욕정 등 삶의 순수한 감정들이 묻어나야 진정한 춤으로 발현되는 가장 본능적인 몸동작입니다.”



플라멩코를 이해하려면 먼저 안달루시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플라멩코는 서유럽과 스페인 최남단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한 집시들이 1850년경 삶의 감정을 몸동작에 섞어 풀어낸 것이 기원이다. 집시는 흔히 사회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나 지식인, 낭만주의자로 인식되지만, 그들은 사실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 가난한 유랑민이었다. 플라멩코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공연을 보면 플라멩코는 가혹하리만치 극대화된 슬픔을 표출한다. 우리는 플라멩코를 단순하게 춤으로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고 보면 춤, 노래, 기타 연주 3가지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 라 모네타는 혼자서 80분의 공연을 소화합니다. 그 자체가 생소한데요, 다른 플라멩코 공연과 어떻게 다른가요?

“서른네 살의 라 모네타는 어리지만, 무용수로는 물이 오른 때입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이글거리는 호랑이 같죠. 세포 하나하나가 맹수의 몸처럼 살아 있어요. 그가 팔색조처럼 하늘로 날아 땅으로 꺼지는 순간은 표현할 수 없는 전율로 다가옵니다. 직접 보면 놀랄 겁니다. 상식적으로 한 명의 무용수가 홀로 장시간을 공연한다고 하면 지루할 것 같지만 오히려 숨 돌릴 틈 없이 시간이 흘러요. 일생에 한 번 플라멩코를 보게 된다면 단연코 라 모네타의 공연을 봐야 합니다. 발레는 군무, 탱고가 커플 춤이라면 플라멩코는 독무입니다. 독무로서 순수한 플라멩코를 선보이는 공연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거예요. 가장 정통의 순수한 플라멩코죠.”

― 플라멩코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관람 포인트가 있을까요?

“플라멩코 공연을 볼 때 두 가지 키워드 ‘칸테혼도(cante jondo)’와 ‘두엔데(duende)’를 기억하면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칸테혼도는 ‘깊은 노래’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창과 매우 흡사합니다. 애끊는 슬픔, 주로 죽음과 사랑에 대한 내용을 시처럼 간결한 가사로 토해내듯 읊죠. 거칠고 탁한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는 플라멩코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자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두엔데는 오직 플라멩코에서만 느끼는 ‘절정의 황홀경’을 말합니다. 플라멩코를 보는 이유가 바로 이 순간의 느낌을 경험해보기 위함이죠. 깊은 슬픔과 아픔을 읊조리던 무용수가 점점 몰입하며 어느 순간 접신을 하듯이 광기와 무아지경에 빠져 온몸의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표출되는데, 이때 무용수의 ‘몰아적 도취’, 소위 오르가슴이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 돋는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이게 바로 두엔데죠. 라 모네타를 플라멩코의 몬스터, 괴물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접신의 경지에서 뿜어내는 두엔데 때문입니다.”


―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 공연이 통할까요?

“감히 말하자면 심장이 터지는 흥분과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플라멩코와 한국인의 감정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도 식민지배와 전쟁을 지나며 한의 정서가 있잖아요. 집시들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슬픔이 묻어납니다. 그 슬픈 음악을 배경으로 춤을 추지요.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표현합니다. 플라멩코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 때문이죠. 한의 정서가 있는 우리와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예전에 플라멩코 페스티벌 등에서 23개의 작품을 봤는데, 그중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울림을 받았어요. 기획자로서 제 감동을 믿습니다. 혼자서 80분을 끌고 가는 동안 무용수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극적이고 열정적이죠.”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제가 세운 회사의 이념은 홍익창인(弘益創人), 즉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창조적인 사람입니다. 단순하게 공연에만 그치지 않고 외식업이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건축 그리고 아카데미까지 다양한 분야로 뻗어 활동하고 싶어요. 그리고 숙원인 ‘타블라오’(tablao·플라멩코 공연이 열리는 라운지 바)를 국내에 만들어서 플라멩코를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인과 타파스(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의 일종)를 먹으며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미니 인터뷰 : 후엔산타 라 모네타


플라멩코의 중심지인 그라나다에서 태어나 8살 때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고, 플라멩코 전문 예술학교에서 지도자를 사사해 16살에 프로 데뷔했다. 지금은 월드투어 공연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은?

“너무 흥분된다. 한국의 한(限)은 플라멩코의 감정과 유사하다. 특히 한국의 창(昌)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마치 플라멩코의 노래인 칸테(Cante)와 닮았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공연보다도 한국에서의 공연에 애착이 많이 간다. 한국인 관객들이 내가 독무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공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파키스탄의 종교음악과 협업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창과도 꼭 한 번 접목해서 멋진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다.”
등록일 : 2018-04-05 09:00   |  수정일 : 2018-04-0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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