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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반찬’ 전종하, 800만 원으로 시작해 300억 원의 신화를 이루다

글 | 이근미 톱클래스 객원기자

대학 진학 대신 20세에 부모님의 식당에서 창업, 8년 만에 월 매출 25억 원에 직원 160명으로 성장, 동원그룹에 300억 원에 매각, 최연소 대기업 상무로 입성. 28세에 놀라운 성공을 이룬 주인공인 온라인 푸드마켓 ‘더반찬’의 신화 전종하 전 대표를 만났다.

187cm 키와 잘생긴 얼굴이 모델을 연상케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면 노련한 사업가임을 바로 인지하게 된다. 더반찬을 경영할 때나 동원홈푸드에 근무할 때 한사코 인터뷰를 피했던 그가 《언더독 레볼루션》을 출간하고 만남에 응했다.

“20대 중반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20대, 30대, 40대를 마감할 때마다 책을 한 권씩 내기로 결심했어요. 10년마다 마디가 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올해 딱 서른이어서 책을 낸 겁니다.”

책 속에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업에 성공한 이유를 물었을 때 전종하 전 대표가 털어놓은 얘기가 그의 지난날을 대변한다.

“공격을 잘하려면 수비가 튼튼해야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잘될까보다는 실패 안 하려면 어떻게 할까, 이 고민을 더 많이 합니다. 이거 하면 잘될 거 같아, 이런 생각은 리스크가 높습니다. 왜 안 될까, 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생각을 하면서 안 되는 이유에 접근합니다. 겉보기엔 제가 공격수 같지만 수비를 더 많이 생각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이런 생각을 한 데는 남다른 성장 과정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채소 가게를 하는 부모님을 도우며 저절로 시장의 법칙을 익힌 것이다. 고등학교 때 리니지 게임에 빠져 살면서 전국 유일의 고교생 성주에 등극, 5000만 원을 벌어들이며 저절로 경영에 눈을 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다니는 형과 달리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자 고교를 졸업한 뒤 사업을 결심한 것도 남다른 선택이다.


장사가 아닌 사업을 시작하다


진로를 정한 후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비용을 지불하고 1년간 학원에 다니며 경영 공부에 매진했고, 그 기간에 100년 된 장수회사들의 성공비결을 연구했다. 2008년 7월, 부모님의 식당 한쪽에서 800만 원으로 온라인 음식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그는 ‘장사’가 아닌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어떤 반찬을 만들었고, 얼마나 맛있었는지 얘기할 줄 알았는데 《언더독 레볼루션》에 그런 언급이 전혀 없었다.

“맛은 한 요소일 뿐입니다. 기본이고 당연한 겁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맛이 우선이지만 회사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반찬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300~400가지 정도 만들어야 합니다. 처음엔 그만한 여력이 없으니 50가지를 내놓고, 다음 주에 다른 반찬 50가지를 내놓는 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자주 들어와도 계속 프레시하게 보이도록 사이클을 돌린 거죠. 유니클로와 자라의 생산구조를 벤치마킹한 겁니다.”

처음부터 업계 1,2,3등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정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장수기업들이 100년 넘게 사업을 이어가는 비결이 뭘까 살펴보니 철학과 이념이었습니다. 단순히 이윤을 남기겠다는 회사와 다른 점이었죠. 그걸 따르느라 저의 사업철학과 이념을 정하는 과정이 꽤 길었습니다. 룰에서 벗어나면 그때마다 브레이크를 걸고 인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큰 회사들도 선뜻 하지 못하는 선택을 했고 그런 결정들이 주효하면서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예를 들어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는 ‘콜센터’를 ‘커뮤니케이션팀’으로 명명하고 1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 창업 2년 만에 월 매출 3억 원이 되면서 회사에 과부하가 걸리자 한 달에 2번은 주문을 받지 않고 대신 전 직원 세미나를 실시했다. 연장근무를 금지하고, 비용을 회사가 부담해 문화활동을 권장하고, 자녀가 있는 여성들을 배려하는 등의 복지정책을 초기부터 실시했다. 원가비율이 높은 것에 상관하지 않고 모든 재료를 일류 회사에서 구매했으며 안전한 배송을 위해 비싼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다. 사람을 중시하고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철학에서 나온 결정은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졌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2016년 동원그룹에 더반찬을 매각한 후 동원홈푸드 상무로 영입된 그는 2017년 1월에 사직하고 바로 새로운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지난 1년간 강남역 인근의 공유 오피스에서 8명의 직원과 함께 면밀하게 준비한 끝에 3월부터 새 사업을 시작한다. 무인 스토어 개발이라는 업종 선택에만 서너 달이 걸렸다고 한다.

전국 200만 개의 소매점이 빠르게 무인 스토어로 바뀔 거라고 예상하는 그는 데이터 수집부터 관리, 결제까지 디지털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거라고 낙관했다. 이미 온라인 푸드마켓 경영 경험이 있는 그가 새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일까.

“사람이죠. 사람이 사업의 전부입니다. 각각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커리어가 다른 사람들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철학과 이념이라는 골조를 잘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맞지 않는 시대입니다. 한 명이 50명, 100명을 먹여 살리는 세상이니 리더가 개입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입히려고 하면 안 되죠. 산업이 바뀌면서 리더십의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더반찬 성공 경험이 있으니 새 사업을 잘할 거라고 할 때마다 그는 고개를 흔든다.

“리더십도 트렌드가 있고, 업종마다 리더십이 달라야 하기 때문에 계속 배우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7개월간 규모의 경제를 익힌 것은 새 사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창업을 비롯해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청년들을 위한 팁을 부탁하자 신중하게 답했다.

“대학에 안 가도 된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런 분들은 다 대학을 나왔더라고요. 저는 다시 태어나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경험을 쌓은 다음에 창업할 겁니다. 대학만 나오면 다 되던 시대는 지났으니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추가로 쌓아야 합니다. 대학교는 기본이니 내가 또 무엇을 갖추어야 하나, 그걸 생각하면서 실력을 쌓으면 좋겠죠.”

조기 성공은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전종하 대표는 늘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돈도 벌었는데 좀 쉬지 그러냐고들 하시지만 지금이 사업을 할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해서 바로 사업 구상에 나선 겁니다. 나이도 적당하고, 건강하고, 경험도 쌓았으니 지금 새 사업을 시작해야죠. 조기 성공에 대한 우려는 잘 알고 있습니다. 처세도 그렇고 열정도 식었을 테고 결의 깊이도 줄어들 수 있겠죠.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굉장히 주의하면서 가려고 합니다. 졸부가 되고 싶지 않은 만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는 70세까지 사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사업을 바르게 하여 고객들과 직원들, 그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세금을 잘 내고 인더스트리에서도 모범이 되어 사회에 고루 영향을 주는 건 굉장히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사업을 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역할을 담당하는 값진 인생을 사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등록일 : 2018-01-26 09:09   |  수정일 : 2018-0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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