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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월드뮤직 그룹 ‘고래야’

대중적인 가사와 호소력 있는 창법의 노래, 대금, 거문고, 장구 등 우리나라 전통악기와 기타, 퍼커션이 어우러진 연주…. 국악–월드뮤직 그룹 ‘고래야’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 없는 독특한 색깔의 음악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국악의 전통적인 장단이 힙합의 비트와 어우러지고, 록 음악이나 남미, 아프리카, 집시 음악의 색채가 섞이기도 한다.

사진제공 : 플랑크톤 뮤직

글 | 이선주 톱클래스 객원기자

2017년 이들의 활동 반경은 넓었다. 벨기에와 스페인·헝가리 등 유럽,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브라질·우루과이·파라과이 등 남미까지 전 세계를 누비면서 연주여행을 했고, 특히 뉴욕 센트럴파크 음악 축제인 ‘서머 스테이지’와 링컨센터 공연 등 세계적인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그들에게 “고래야의 색깔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퍼커션을 연주하는 경이 씨는 “우리 공연에 대해 스코틀랜드의 한 언론이 ‘이국적이지만 이상하게 친숙하다’고 평을 한 적이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전통악기를 사용한다는 면에서는 친숙하지만,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낯선 음악으로 느낀다”고 대답한다.

“한국에서는 전통악기가 등장하면 어떤 음악을 연주하리라는 기대나 선입견이 있어요. 그동안 연주된 전통음악뿐 아니라 퓨전 국악도 일정한 틀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우리 연주를 듣고 나면 어리둥절해지죠. 외국에서는 처음 보는 악기이기 때문에 아예 고정관념이 없어요. ‘저런 악기로 어떤 음악을 연주할까?’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들어요. 그러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한국어 가사로 부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어로 노래 설명을 자세히 해줄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사를 몰라도 팝 음악을 충분히 즐기잖아요? 음악에는 그렇게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링컨센터 공연의 경우 관객들이 진지하게 들어주어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센트럴파크 음악 축제는 피크닉 같은 분위기여서 흥겹게 춤출 수 있는 신나는 공연으로 꾸몄죠.”

지난 8월 남미 공연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고 경이 씨가 전한다.

“제가 연주하는 퍼커션에 브라질에서 유래한 악기들이 많아요. 자연스레 저희 음악에 남미의 색깔이 섞여 있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5년 전 브라질 국민이라면 모두가 아는 국민가요 ‘하얀 날개(Asa Branca)’를 리메이크한 노래를 발표했을 때부터 반응이 뜨거웠어요. 브라질에서 8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그 동영상을 봤다고 해요. ‘브라질에 꼭 오라’고 댓글을 단 사람도 많았습니다. 우루과이나 파라과이에서도 한국 아이돌의 인기가 대단해 한국에서 왔다니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지고 간 CD가 모두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제는 독보적인 음악을 하는 그룹으로 자리 잡았지만, 탄생 과정은 즉흥적이고 불순했다고 말한다.

“2010년 창작국악경연대회인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 참가하려고 급조한 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금, 거문고, 장구, 해금에 기타, 퍼커션, 건반, 보컬 등 8명이 함께 연주했죠. ‘이런 조합으로 팀을 만들면 신선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짐작으로 모였고, ‘돈돌라리요’란 음악을 함께 만들어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나도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밴드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는 많은 해석이 있어요. 그중 ‘대상을 받을 줄 알았는데 장려상을 받은 아쉬움 때문에 헤어지지 못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웃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함께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는 과정에서 다들 이제까지와는 다른 기운을 느꼈기 때문 아닐까요? 저희 그룹은 작곡가가 넘겨준 악보대로 연주하거나 리더가 이끄는 대로 연주하지 않아요. 각자의 음악적 배경을 바탕으로 공동 창작을 합니다. 대금이 어떤 선율을 불면 제가 거기에 어울리는 퍼커션 연주를 붙이는 식이지요. 서로 칭찬도 하고 비판도 하면서 새로운 곡이 만들어집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각자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니 재미있고 보람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대금·소금·퉁소·단소를 연주하는 김동근 씨, 거문고를 연구하는 정하리 씨, 장구·징·꽹과리를 연주하는 김초롱 씨는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선후배 사이로 어릴 적부터 한국 전통음악을 공부해왔다. 반면 경이 씨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월드뮤직에 심취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힙합 음악에 빠져들었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비트를 만들고 무대에서 랩도 했습니다. ‘대학에 가면 마음껏 음악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에 가니 음악만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학생운동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과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하면서 ‘앞으로 뭐하고 살까?’ 고민할 때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치솟았습니다. 홍대 인디밴드들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퍼커션을 배웠고, 기타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퍼커션은 모두 어떤 나라의 전통악기이기 때문에 전통음악과 맥이 이어져 있습니다. 퍼커션을 연주하면서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연구했어요. 그냥 아프리카 음악이 아니라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어느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 식으로 세부적으로 공부했죠.”

전통음악 연주자들과 그의 이런 음악적 배경이 뒤섞여 고래야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낸다. 고래야는 2011년 북촌창우극장이 주최한 신진국악 콘테스트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대상을 받고, 같은 해 CJ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대중음악지원 프로그램 ‘Tune up’ 뮤지션으로 선정됐다. 2012년에는 KBS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Top 16까지 올라가는 등 국악과 대중음악 양쪽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2012년 벨기에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에 초청돼 유럽 4개국을 순회 공연한 후 2013년에는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최고 평점을 받고, 2015년에는 국제 음악시장인 프랑스의 MIDEM, 2016년에는 캐나다의 문디알 몬트레아(Mundial Montrea)에 참가하면서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제까지 27개국 36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면서 “넋이 빠지게 하는 경이로운 음악”, “전염성이 있는 다채로운 소리” 등 극찬을 받았다. 경이 씨는 고래야와 고래야 멤버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음반제작, 공연기획,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회사인 ‘플랑크톤 뮤직’을 설립했다. 2017년은 고래야가 새롭게 출발하는 해이기도 하다. 창립 멤버였던 고래야의 리더 옴브레와 보컬 권아신이 탈퇴하고, 기타리스트 박상흠, 보컬 함보영이 새로 영입되었기 때문이다. 옴브레는 연극과 무용 음악감독, 권아신은 판소리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펼치고 싶어서 탈퇴했다고 한다.

“2016년 말 3집 앨범 〈서울포크〉를 발표하면서 고래야의 색깔이 어느 정도 확실해졌지만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면서 계속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음악적 배경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고래야의 특징이니까요. 여러 나라의 음악 중 저는 특히 브라질 음악을 좋아해요. 삼바나 보사노바 말고도 브라질의 음악적 자원은 대단합니다. 아메리카와 유럽, 아프리카, 아랍 음악, 아마존에서 살아온 토착민의 음악까지 다양한 요소를 뒤섞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죠. 끊임없이 다양한 요소를 흡수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브라질 음악의 정체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오늘날에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우리 음악이 가야 할 길을 발견합니다.”

11월 대만 가오슝에서 열리는 ‘하터 댄 더 선(hotter than the sun) 페스티벌’에서 대만 아티스트들과 합동 공연, 12월 16일 서울 CJ아지트에서 단독 콘서트, 2018년 1월 뉴욕 공연 등 고래야의 연주 일정은 앞으로도 빼곡하게 차 있다.
등록일 : 2017-11-13 08:38   |  수정일 : 2017-11-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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