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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어울리는 구두 개발한 러비모 김수지 대표

글 | 김성동 톱클래스 편집장   사진 | 서경리 톱클래스 기자

예쁜 꽃신들이 놓여 있는 그의 공방 테라스에서는 차 한 잔을 마시며 인왕산, 북악산을 배경으로 청와대와 경복궁을 바라볼 수 있다. 경복궁의 돌담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 한복 차림의 젊은이들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다.

그곳에서는 전통의 아름다운 곡선과 현대의 편안함이 만난다. 한복에 어울리는 신발, 즉 한복에 어울리는 구두를 만드는 곳인데 이 한복구두의 색깔과 무늬가 참 아름답다.

공방의 주인장은 김수지 씨. 올 3월 말 ‘러비모’라는 전통 한복구두를 만드는 공방과 회사를 차렸다. 그는 ‘러비모’의 대표다. 아직은 주문을 받으면 생산하는 1인 회사다. 당장 공장 라인을 만들어 대량생산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경제적 여유가 넘쳐서가 아니다. 우선은 우리 전통 꽃신의 색채와 곡선, 단아한 멋을 온전히 복원해 현대의 생활 스타일에 접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대량생산은 그런 일을 하는 데 방해 요소다. 그래서 혼자 주문을 받고 디자인을 하고 신발을 만든다. 당분간은 그렇게 우리 전통의 고고함과 아름다움을 지켜나갈 생각이다. 물론 그 고고함과 아름다움을 세상 사람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게 김 대표의 꿈이다. 공방은 그렇게 그의 꿈이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곳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패션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후 결혼 전까지 일본과 홍콩 등 해외 기관에서 일했다. 팔자였는지 결혼 후에도 그는 해외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야 했다. 외교관인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한복에 어울리는 구두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외교관의 아내로서 외교활동을 하는 과정에서였다고 한다. 한복을 입고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외교사절 행사에 갈 때마다 신고 있는 신발의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전통 한복의 색감과 잘 어울리고 디자인도 품위를 잃지 않는 한복구두를 생각했다. 지난해에 한국으로 돌아온 후 9개월 동안 패션에서 만드는 법까지 구두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그렇게 해서 올 3월 탄생한 것이 ‘러비모’다. 러비모의 한복구두는 편안함이라는 실용과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패션의 결합인 셈이다.


생활의 불편함이 한복구두 개발의 시초가 된 셈이네요.

“그렇죠. 해외에서 생활하는 외교관들의 부인은 한복을 입을 기회가 많아요. 저도 한복을 여러 벌 가지고 있었고 한복에 따라오는 한복구두도 여러 켤레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한복을 구입하면 끼워주는 한복구두는 오랜 시간 신고 있으면 발이 너무 아팠습니다. 심지어 아침과 저녁으로 행사가 이어진 날에는 두통이 올 정도로 힘들더군요. 그때부터 신어도 발이 편하고 모양이 예쁜 한복구두가 없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른 외교관 부인들에게 ‘발이 아프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너무 아프다는 거예요. 심지어 한복구두에 솜까지 넣었는데 발톱에 피가 난 적도 있다는 부인도 있었죠.”

사업 구상은 꽤 오래전에 한 거네요.

“남편 친구 중 구두 공장을 하는 분이 계시는데 한복구두를 제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발이 편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분이 그 구두를 보더니 너무 좋다며 한번 디자인해서 팔아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남편과 해외 근무를 마치고 작년 여름에 귀국한 후에 학원을 열심히 다니며 구두에 대해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된 거죠.”

김 대표 외에 한복구두를 만드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까.

“있었어요.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 일을 접은 경우가 있죠. 시장이 좁아요. 전통 한복에 맞춤 신발 2만~3만 원짜리를 끼워주는데 굳이 따로 돈을 내서 한복구두를 맞추러 오기는 쉽지가 않죠. 예식장에서 발 아픈 것은 2~3시간 정도 참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한복구두를 신을 일이 많았기 때문에 편한 구두가 절실했죠. 그런데 상업성이 없어서 아무도 안 해주니까 제가 나선 것이죠. 주문생산이면 필요한 사람한테는 공급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죠.”

주로 어떤 분들이 주문합니까.

“한복 ‘덕후’라고 아세요? 일종의 한복 마니아들이죠. 그런 분들이 꽤 있어요. 한복 입고 여행하는 분들이나 국악하시는 분들이 찾으시고요.”

남자용 한복구두는요.

“생각하고 있죠. 정치인들이 연말에 보신각 타종을 할 때 한복에 양장구두를 신더군요. 서울시장이 한복구두를 신은 게 화제가 된 일이 있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아마 퀄리티 좋은 남자 한복구두가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명감도 좋지만 수익도 중요한 일인데 지금의 한복구두를 양장과 어울리는 구두로까지 확장할 생각은 없나요?

“이 한복구두가 양장과도 잘 어울려요. 결혼식 하객으로 제가 직접 신고 신라호텔 돌계단도 올라가봤는데 정말 편해요. 양장에 신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생활한복 회사에서 제휴하자는 제의는 안 받았습니까.

“아 세 군데 있었어요. 체인점까지 있는 회사서 왔었는데 제가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저희 제품을 대량생산해야 가능한 제안이었죠. 아직 대량생산할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제휴를 못 했죠.”

이영희 한복 등 고급 한복 의상실도 있잖습니까.

“청담동에 있는 고급 한복 의상실에서 촬영하는 데 빌려달라는 연락은 왔었어요. 제가 숫기가 없어서 아직 영업을 못 나가고 있어요.(웃음)”


어려서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습니까.

“지금처럼은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50대인데 디자인 학원을 다닐 때 같이 배우는 학생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어요. 그런데 50대가 거기에 껴가지고 배웠죠. 시작하고 나서 다른 감각은 모르겠는데 몰입도는 최고였다고 자부합니다. 인터넷 디자인 사이트를 온종일 보면서 공부했어요.”

외교사절 행사에 한복을 입고 가면 정말 외국인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에 감탄합니까.

“정말로 그렇습니다.”

립서비스는 아니고요?

“아니에요. 한번은 독일 대사 부인이 귀여운 농부 스타일 옷을 입고 왔어요. 너무 귀엽다고 했더니 제 한복을 보고는 너무 럭셔리하고 예쁜데 자기네는 전통의상이라고는 농부 옷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정말로 우리 한복을 보고 감탄하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반응의 강도라고 할까요. 전 세계 전통의상 중 한복에 대한 반응이 세 손가락 안에는 드나요?

“반응의 강도를 보면 저는 1, 2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한복에 어울리는 한복구두까지 갖춰 신으면 금상첨화겠죠.”

러비모라는 브랜드가 러블리 빈티지 모던(Lovely Vintage Modern)에서 따온 거던데 누가 작명한 겁니까.

“아들이 옛날에 액세서리 장사를 해보겠다고 지은 브랜드예요. 그게 귀엽고 좋아 보여서 내가 좀 쓰자고 했더니 주더군요. 사랑스럽고 전통도 존중해가면서 모던한 것을 가미해간다는 저희 콘셉트와 잘 맞거든요. 아들도 미국에서 쇼핑몰을 시작하는데 이 브랜드를 같이 쓰기로 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구두에 전통자수를 놓아 말 그대로 꽃신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서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등록일 : 2017-08-25 08:57   |  수정일 : 2017-08-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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