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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장동건

글 | 시정민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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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배우 장동건이 영화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브이아이피(V.I.P.)>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국가정보원과 북한 보안성,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이 저마다의 이해관계 속에서 충돌하는 내용을 다룬 범죄 영화다. <신세계>(2012)와 <대호>(2015) 등을 쓰고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장동건은 CIA와의 합작으로 북한 고위층의 아들 김광일(이종석)을 기획 탈북 시킨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극 중 박재혁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면서도 직업인으로서의 임무와 인간적 도덕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장동건은 국가 권력의 딜레마와 그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차갑고도 묵직한 연기로 그려냈다.
 
“박재혁은 조직의 지시에 순응해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VIP 김광일을 비호하다가 그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점차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캐릭터입니다. 초반에는 도덕적인 양심이나 정의감을 누르고 현실을 넘어서지 않으려는, 업무에 충실한 회사원의 모습이지만, 김광일의 실체를 보고 딜레마를 겪으면서 현실을 넘어서게 돼요. 심경의 변화를 다 드러내면 마지막 반전이 심심해질 것 같아 최대한 감정을 덜어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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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 스틸 사진

영화는 살인 용의자 사이코패스 김광일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지만 박훈정 감독의 여느 작품처럼 마초 냄새가 짙다. 사냥개 같은 눈빛의 리대범(박희순)부터 광일을 잡겠다는 일념 하나로 거칠게 몰아붙이는 채이도(김명민), 국정원 요원답게 거친 액션과 욕설을 내뱉는 박재혁까지 수컷들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이 속에서 장동건이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다름 아닌 욕설 연기였다.
 
"평소에 욕을 하지 않아서 처음 욕설 연기를 할 때 NG도 나고, 제가 들어도 어색했어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하다 보니 나중에는 입에 붙더라고요.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가끔씩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웃음)”
 
영화에서는 광일이 일방적으로 여성을 고문하고 처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수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건 개인의 편차가 있는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장동건은 “실제 영화를 본 분들 중에는 잔혹하다는 의견도, 한편으로 밋밋하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영화에서는 김광일 캐릭터가 관객의 공분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그 장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표현의 수위는 연출자의 몫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신세계>와 <악마를 보았다>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에서 장동건은 몇 년 전 자신이 겪었던 슬럼프를 덤덤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흥행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고갈됐던 시기가 있었어요. 연기가 재미 없어지기 시작해 처음엔 이게 뭘까 싶었죠. 다른 영화도 잘 안 보게 되고 말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배우에게는 나르시시즘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제 자신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던 시기였어요."
 
매너리즘에서 허우적거리던 그의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브이아이피> 이전에 작업한 추창민 감독의 <7년의 밤>이었다.
 
"<7년의 밤>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볼 수 있었던 여한이 없는 작품이에요. 요즘 시스템으로는 하기 힘든 한 가지 감정으로 다양한 버전의 연기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또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물론 촬영 장면이 많아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연기에 대한 설렘을 찾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브이아이피>에서 감정을 덜어내는 재미와 맛을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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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장동건은 선이 굵은 역할을 주로 해왔다.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2000), 남북을 넘나든 전쟁의 희생자 <태극기 휘날리며>(2003), 남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탈북자 <태풍>(2005)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다수의 캐릭터는 대부분 거친 눈빛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누아르 장르의 영화를 선호하기도 하고 또 그런 작품이 많이 들어오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은 영화<라라랜드>와 같은 멜로에도 관심이 가요.”
 
‘우는 남자’(2014)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그는 앞으로 좀 더 속도를 낼 생각이란다.
 
“배우 생활을 25년 했는데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더라고요. 이전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하느라 70%가 좋더라도 30%가 신경 쓰이면 고사한 경우가 많았어요. 요즘에는 60%가 좋으면 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신중하게 고른 작품이 그렇게 잘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는<브이아이피>를 비롯해 하반기 <7년의 밤> 개봉을 앞두고 있다. 9월에는 <창궐> 촬영에 들어간다. 장동건은 "길게 가는 배우 인생을 꿈꾼다"며 "연기가 재미없던 시절을 겪고 나니 연기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예전엔 거창하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지금은 오랫동안 즐겁게 하고 싶어요. 그동안 너무 잘하려고 해서 연기가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가 즐겁게 일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슬럼프를 겪었을 때가 아마도 연기자로서의 갱년기가 아녔을까란 생각을 해요. 그런 시기를 겪고 나니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줄었고,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랄까요. 스스로도 좀 편해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연기하는 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2010년 5월 동갑내기 배우 고소영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장동건은 아빠가 된 이후 삶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사회인 야구단에서 투수를 맡고, 최근 LA다저스와 뉴욕 메츠 경기에서 야구 시구를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야구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야구를 못 한지 5년이 다 돼간다고 한다.
 
“처음엔 아이들이 일요일엔 유치원에 안 가고 집에 있으니까, 아이들을 두고 야구를 하러 가는 게 눈치가 보여 점점 안 가게 됐어요. 요즘은 생활 패턴이 일이 없을 땐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왔을 때 함께 시간을 보내요. 친구를 만나려면 애들 잘 무렵에 나가서 12시 정도엔 들어와요. 이제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도 하고 싶어요.”

[글=시정민 기자]
 
등록일 : 2017-08-21 16:46   |  수정일 : 2017-08-2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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