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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민초들의 삶 그린 뮤지컬 <아리랑>...'독립운동가'로 돌아온 서범석

글 | 시정민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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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아리랑>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뮤지컬화해 화제를 모은<아리랑>이 2015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재연한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았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서범석은 뮤지컬 <아리랑>에서 일제 치하 시절 목숨을 내놓고 독립운동에 앞장선 양반 '송수익' 역을 맡았다. 초연에 이어 같은 역할을 맡게 된 서범석은 “<아리랑>의 송수익 역은 다른 사람에게 주기 아깝다”라고 말할 정도로 송수익 역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는 "송수익은 하고자 하는 바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자기 신념이 강한 사람입니다.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민초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의병활동에 적극적인 인물이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가며, 물불 가리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요. 겉으로는 근엄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욕심도 있는 이중적인 면이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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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연에 이어 '송수익 역'을 맡은 배우 서범석

서범석이 연기하는 송수익은 슬픔을 초월한 인물이다. 슬픈 장면에서도 송수익은 울지 않고 슬픔을 참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리랑은 애통함만으로 머물지 않고, 슬퍼도 눈물은 흘리지 않는, '애이불비' 정신을 담은 작품입니다. 슬픔 속에서도 툭툭 털고 일어난 선조들의 내면을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아리랑>은 제가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서범석이 생각하는 뮤지컬 <아리랑>의 매력은 무엇일까.

“다른 어떤 뮤지컬보다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잘해요. 배우들이 채워주는 에너지, 그리고 연극성이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12권이나 되는 원작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어떻게 무대로 옮기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아리랑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면 눈이 번쩍 떠져요. 아리랑의 전율이 마치 제 몸 속에서 흐르는 느낌이랄까요.”
 
초연과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일까. 그는 옥비와의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을 꼽았다.
 
“초연 때는 옥비와의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서 과연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방대한 소설을 뮤지컬로 압축하면서 수익과 옥비의 이야기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옥비가 창을 하는 소리꾼인 만큼 그저 ‘우리의 것’이라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생각했어요. 남녀의 사랑이라기보다는 독립운동가 수익이 ‘우리의 것’인 옥비를 지켜내려는 것으로 표현했었죠.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옥비의 소리를 그리워하며 연정을 갖고 접근하는 송수익으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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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라! 죽을 것 같아도 죽지 마라!” 극 중 ‘찬바람’ 넘버는 이 작품이 지닌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밟히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민초들의 한과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깃든 뮤지컬 ‘아리랑’의 정서를 함축하고 있다.
 
공연에 한창인 그는 꽤 수척해 보였다. 수액을 맞은 팔을 보여주며 공연 일주일 만에 살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연습실에서만 연습하다가 초연과 달리 극장도 커지고 오케스트라의 규모도 커져서 처음엔 버거웠어요. <아리랑>이 워낙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작품이라 온몸이 부스러질 것처럼 힘들때도 있지만,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좋은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서범석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떠올렸을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선입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드레스를 입고, 가발을 쓰고, 오페라 발성으로 노래하는 게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은 창작뮤지컬도 해외 유명 소설, 영화 등을 각색해 만드는데 우리의 전통적인 소재로 뮤지컬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소재를 비롯해 한국 전통 춤, 한복 심지어 사투리까지 쓰는 <아리랑>은 여러 의미가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을 올리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아리랑>이 그렇게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뮤지컬<명성황후>
 
서범석을 만난 곳은 뮤지컬 <아리랑>이 공연 중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의 한 카페였다. 카페 한 켠에서 뮤지컬 <명성황후> 영상이 흘렀고, 그는 인터뷰 내내 그 영상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그가 앙상블에서 주연을 맡게 된 작품이자 1998년부터 5년 동안 출연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일까.
 
“1990년대 중반, 객석에서 명성황후를 봤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었어요. 당시엔 볼 수 없었던 무대 메커니즘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놀랐거든요. 저 큰 무대에 올라 내 꿈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에 1998년 <명성황후>에 뛰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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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명성황후>연습을 하면서 노래, 춤, 무술을 수백, 수천 번을 반복해 연습했다. 그에게 연습실은 가장 혹독하면서도 연기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좋은 훈련소가 됐다.
 
"발음, 발성을 비롯해 몸을 다루는 방법을<명성황후>를 통해 확실히 배웠어요.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저를 뜻밖의 기회로 이끌었죠.  매 시즌마다 참여하면서 노래 한 마디 없던 제게 노래 한 소절 그리고 한 곡씩 차근차근 주어졌어요. 그렇게 2002년, 꿈에 그리던 홍계훈 장군 역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뮤지컬 <블루 사이공><동숭동 연가><사랑은 비를 타고><미스터 마우스><겨울 나그네><위대한 캣츠비><하루><라디오스타><서편제> 등, 데뷔 후 20여 년 동안 그가 참여한 출연작의 절반 이상은 창작 뮤지컬이었다.
 
한국적인 정서를 잘 표현하는 배우로 꼽혀왔지만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롤로 역'을 통해서다. 서범석은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면서 인간의 욕망을 처절하게 그리는 악역을 선보였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기 전까진 창작 뮤지컬을 고집했어요. 막연히 다른 나라 얘기를 하는 작품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외국 영화도 잘 보지 않거든요. 사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오디션 볼 생각을 못했는데 ‘콰지모도 역’에 캐스팅된 김법래가 프롤로 역을 아직 못 구했다며 제가 그 역에 어울릴 것 같으니 오디션을 보라고 권했어요. 당시에 한창 창작 뮤지컬 출연 배우의 설움을 느끼고 있던 때라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죠. 이 작품에서 많은 박수를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연기에 대한 초석을 다진 작품으로 그는 <지하철 1호선>을 꼽았다. “제 존재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신경 쓰느라 연기에 몰두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어요. 당시 <지하철 1호선>의 조연출을 맡았던 배우 김윤석 형이 “연기는 정확히 해야 한다"는 말을 해줬어요. 처음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죠. 윤석이 형은 "이 대사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찾아내서 하라"고 조언해 주었죠. 그때부터 대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고 연구하면서 자연스레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듣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었어요. 그땐  연기를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마치 연기를 계산하듯이 했었던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제가 느끼는 대로, 그 느낌을 살려 연기합니다."
 
그는 이달 말 개막하는 뮤지컬 <서편제>에도 출연한다. 내년 이 맘 때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는 그는 “틈틈이 연극도 하고 싶고, 그동안 기억에 남는 뮤지컬 넘버를 모은 앨범도 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 앨범에 <아리랑>의 ‘찬바람’은 꼭 넣을 거예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배우를 위한 작품이 아닌 작품 그 자체를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뮤지컬 <아리랑>
공연기간: ~9월 3일(일)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시간: 평일 8시│토•일•공휴일 2시, 6시 30분
 
등록일 : 2017-08-11 16:40   |  수정일 : 2017-08-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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좃정래  ( 2017-08-12 )  답글보이기 찬성 : 2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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