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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9회 말 2아웃’에서 찾은 새로운 삶 야구 선수에서 뮤지컬 배우가 된 민우혁

글 | 시정민 조선pub 기자   사진 | 서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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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위키드>의 피에로, <아이다>의 라다메스 역까지 연이어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는 민우혁. 그는 2013년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시작으로 <김종욱 찾기><풀하우스><총각네 야채가게>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달에는 디지털 싱글 앨범 <선물>을 발매해 가수로서의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상암동에서 만난 민우혁은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최근 KBS2 <불후의 명곡>, JTBC <잡스>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바쁜 모습이 역력했다. 무대에서 선보이는 파워풀한 발성과 강인한 이미지와는 달리 연신 해맑은 미소를 띠며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이 마치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떤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무 살까지 줄곧 야구만 해왔지만 원래 꿈은 가수였다고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해 중학교 2학년 땐 가수를 꿈꾸며 남들이 야구 스윙 연습할 때 야구 배트를 거꾸로 들고 노래 연습을 했어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야구였기에 사춘기 때는 그만두겠다는 반항을 하기도 했죠.
 
잦은 부상이 많았다고요. 야구를 그만두게 된 것도 부상 때문이었나요.
 
중요한 시합이 있을 때마다 다쳤어요. 고등학교 2, 3학년 땐 어깨를 다쳐 경기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벤치에 앉아 응원만 해야 했죠.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에서 군산으로 전학 온 후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는데 부모님께는 부상당했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경기가 있을 땐 몇 타수, 몇 안타를 쳤다고 거짓말까지 했죠. 걱정 끼쳐드리는 게 싫어 한 거짓말이었지만 그 시간이 가장 힘들었어요. 오랜 부상을 이겨내고 LG트윈스에서 연락이 왔지만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야구는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야구를 과감하게 접었어요.
 
2003년 SBS 드라마 ‘요조숙녀’OST로 데뷔했지만 10년이란 무명시절을 겪었다.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는요.
 
2003년 서울로 올라와 친구 소개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어요. 얼마 안 돼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으로 ‘요조숙녀’ OST를 부르며 화려하게 데뷔하는 듯했지만, 일은 자꾸 꼬여만 갔어요. 무려 10년의 무명 생활을 하며 제가 원하는 일로는 단 돈 한 푼도 벌수 없어 막노동부터 치킨 집, 커피숍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연극배우인 친구 어머니를 만난 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친구 어머니는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싶어 하는 제게 뮤지컬을 권했고, 친구 어머니께 꾸준한 연기지도를 받으며 뮤지컬 <젊음의 행진>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젊음의 행진>에서 여고생들의 사랑을 받는 교생 선생님으로 시작해 <쓰루 더 도어>에서는 샬롯의 마음을 훔치는 ‘카일 왕자’, <위키드>에서는 오즈의 킹카로 불리는 ‘피에로’ 역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엔 <레미제라블><위키드><아이다>까지 연이어 대형 뮤지컬 주연을 맡았다.
 
때때로 큰 키와 외모 덕분에 대형 뮤지컬 주연을 맡았던 것 아니냐는 질시를 받기도 했지만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못 했을지도 몰라요. 매 작품에 온전히 몰입해 캐릭터 속에서 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고 해요. 제가 맡은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 연구를 집요하리만큼 꼼꼼하게 하죠. 연기는 왠지 본 것을 따라 하게 되는 것 같아 누군가 했던 작품을 잘 보지 않는 편이에요. 더블 캐스팅으로 리허설이 있어 봐야 할 경우엔 움직임과 동선을 눈여겨봅니다. 제가 있는 동선에 조명과 무대가 어떻게 움직이고, 앙상블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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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민우혁 배우를 뮤지컬 스타덤에 올려준 <아이다>에서 라다메스 역을 맡았다. 뮤지컬 <아이다>는 워낙 오디션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작품인 만큼 지원자도 1000명이 훨씬 넘었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당시 <레미제라블> 공연에서 발목 인대가 파열돼 깁스를 한 상태로 오디션을 치렀어요. 라다메스 역의 파워풀한 동작을 함께 선보일 수 없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민우혁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인상만 남겨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1, 2차 합격 후 3차 오디션에서 장군 역할인 라다메스 역을 하기에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저는 바로 ‘콘셉트를 바꿔 다시 오디션을 보겠다’고 했고, 4시간 후 진행 예정이었던 최종 오디션 전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의상을 바꿔 입었어요. 발목에 깁스마저 푼 채로 들어가니 연출가가 깜짝 놀라며 오케이 사인을 보내줬어요.
 
지난해 국내 첫 야구 뮤지컬이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승엽, 김건덕 선수의 이야기를 그린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에서 김건덕 선수 역을 맡았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것 같았다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부상, 야구 등의 얘기를 철저하게 숨기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속 얘기를 하지 못했어요. 단 한 번도 누군가 앞에서 울어본 적이 없는데 첫 공연 때, 어깨 부상으로 야구 생활을 마감하는 장면에서 다음 장면이 안 넘어갈 정도로 오열을 했어요. 그때 뭔가 다 쏟아낸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 이후, 속 얘기를 못했던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연이어 작품 활동을 하며 힘든 점은 없는지요.
 
공연이 끝날 때쯤 되면 다음 작품을 고민하고 오디션 경합을 해야 하는 게 쉽지 않지만 힘든 걸 느낄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오랜 무명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야구를 하면서 길러진 ‘인내심’ 덕분인 것 같아요. 또 일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끊임없이 노력하게 만든 것 같아요.
 
지난달 발매한 디지털 싱글 앨범 <선물>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따뜻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가슴 벅찬 프러포즈의 순간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그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선보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발성으로 새롭게 느껴지는데요.
 
지금까지 공연에서 보였던 역할이 거칠거나 한스럽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많이 다루다 보니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뮤지컬 무대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섬세한 감정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요. 싱글 앨범을 통해 뮤지컬 무대와는 결이 다른 달달한 노래를 불러 보고 싶었어요. 좋은 일, 행복한 순간에 생각나는 노래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타이틀을 <선물>이라고 정했습니다.
 
최근 KBS2 <불후의 명곡> 고정 출연 및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무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뮤지컬 무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배우의 표정, 눈빛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뮤지컬 차기작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그는 얼마 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내한공연을 보고 이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해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목표도 생겼다”며 “어떤 역이든 그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10년의 무명 시절 동안 노력하며 쌓아온 것을 보여주기에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민우혁,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글=시정민 기자]
 
 
 
 
 
 
 
 
 
 
 
 
 
 
 
등록일 : 2017-05-11 14:04   |  수정일 : 2017-05-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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