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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 이정재

<도둑들> <암살>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콰트로 천만 배우’에 등극하며 흥행력을 입증한 배우. 장르 불문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온 이정재가 이번에는 신흥 종교를 좇는 목사로 변신했다. 새로운 캐릭터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는 그는, 이번에도 전에 없는 매력적인 인물로 분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글 | 임언영 기자 2019-03-08 09:23

이정재의 필모그래피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배우로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좇는 수양대군, 독립군을 가장한 친일파,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대왕,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 섹시한 도둑 등 그가 해온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개성 넘치고 강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흥행 성적이 좋은 작품이 많은 것도 눈에 띄지만, 공백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것도 대단해 보인다.

그가 올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은 <사바하>다.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검은 사제들>로 544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정재는 여기서 신흥 종교를 좇는 박 목사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돈벌이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의문의 사건들과 인물을 마주하며 사슴동산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인물이다.

이정재가 맡은 박 목사 역은 평범한 목사와는 결이 살짝 다르다. 유머와 농담을 좋아하는데다 돈을 밝히는데 부끄러움이 없다. 그럼에도 결코 가벼운 인물은 아니다. 가짜를 좇고 있지만, 그 안에서 진짜를 찾고자 하는 내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이정재의 섬세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터뷰 자리에 마주한 이정재는 박 목사가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면서 작품을 소개했다.
 

5년 만의 현대물
데뷔 후 첫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사바하>가 오컬트 영화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찬찬히 읽어보니 미스터리 스릴러인데 종교 이야기가 살짝 가미된, 새로운 스토리였다. 전작과는 다른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감독의 욕심이 보였고, 그가 연기할 박 목사 캐릭터에도 매력을 느꼈다.

<검은 사제들>과는 장르 자체가 다른 작품이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연기한 박 목사는 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다.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사이비 종교를 찾아다니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상적이지 않잖나. 종교인을 사칭하고 범법 행위 하는 걸 찾아서 잡아내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다.

오랜만의 현대물이다. 최근엔 주로 사극, 시대극 출연이 많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5년 만이라고 하더라. 계속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였다. 역할이 너무 ‘강-강-강’은 아닌가 생각했다. 하다하다 염라대왕까지 했으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생각했다.(웃음) 전 작품들에 비하면 고생했다는 말이 쑥스러울 정도로 편했다. 일단 분장하는 시간부터 짧으니까.

덕분에 오랜만에 이정재의 슈트 스타일을 반기는 반응이 많다. 이번에는 안경도 썼다. 이왕 쓰는 거니까 도수를 넣어볼까, 하고 시력 검사를 했는데 노안이 왔다더라. 그런가 보다 하고 도수를 맞춰서 안경을 썼다가 충격을 받았다. 세상이 너무 또렷이 잘 보이더라. 그동안 내가 보아온 세상과 안경을 쓰고 본 세상의 채도가 다르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평소 색에 민감한 편인데, 어디 가서 색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우울하다 갑자기.(웃음)

박 목사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연기 톤이다. 얼마나 유연하고 가볍게 스타트를 하고, 후반으로 가면서 변모할 수 있을지 톤과 수위를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중요했다. 너무 점잖고 무겁게 스타트하면 전체가 무거워지니까, 가볍게 시작하는 게 어떤가가 감독님 의견이었다.

의도된 설정도 있나? 담배를 많이 피웠다. 유머 코드는 빠진 것이 더 많다. 안경은 감독님 아이디어였다. 유리에 반사되는 효과를 내고 싶다고 하셨다. 눈동자가 안 보일 때도 있고, 안경을 잠시 벗어 손에 들기도 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연기하기에 유용한 소품으로 작용했다.

리허설을 많이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오랜만에 현대극을 하는 것이니 생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캐릭터에 색깔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고민 아닌 고민이었다. 감독님과 사무실에서 리허설을 많이 했다. 감독에게 직접 연기 시범을 보이라고 해서 휴대전화에 저장해두었다. 그게 확실히 도움이 됐다.

이다윗, 진선규, 박정민 등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진선규는 <범죄도시>에서 보고 현장에서 봤는데, 사람이 너무 부드러워서 깜짝 놀랐다. 심성이 부드럽고 착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그런 (센) 연기를 했지?’ 생각했다. 이다윗은 전 작품을 많이 봤다. 연기가 신선하고, 굉장히 좋았다. ‘나도 저렇게 과장 없이 해야 하는데’ 생각했다. 일상적으로 툭툭 던지는 연기를 한다. 그 호흡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정민도 모든 작품을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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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박 목사의 질문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은 이정재가 연기한 박 목사를 “세상이 어둡고 불합리할 때 신은 과연 있는가 되묻던 나 스스로가 투영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기독교를 믿는 이정재는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내 생활을 반성하는 의미가 크다면서, 작품을 통해 건전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묵직한 생각이 들게 하는 지점도 있다. 시나리오보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훨씬 좋았다. 특히 후반 20분 정도는 ‘이 영화가 이렇게 슬픈 영화였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출자 의도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감정 조절을 훌륭하게 잘하셨다.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가령 박 목사가 들려주는 선교사 친구 이야기나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독백 장면이 그렇다. 안 좋은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가. 영화에서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왜 이런 일이 나를 아프게 하는가. 진짜로 신이 있다면 좋은 세상을 주셔야지, 왜 이런 상황을 나에게 주시는가. 박 목사의 대사 중 그런 뉘앙스의 대사가 두 번 정도 나오는데, 슬픈 대사다.

그런 질문을 던질 만큼 힘들었던 상황이 실제 이정재에게도 있었나. 많다. 개인사라서 말 못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종교를 믿게 된 부분도 없지 않다. 마음을 달래야 하니까. 나는 오래전부터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다.

어떤 관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해피엔딩이다. 이중적 느낌을 주는, 묘한 영화다. 찍을 때보다 관객으로서 영화를 봤을 때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딱히 어떤 분이 보면 좋겠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한 번 보고 또 봐야겠다는 분들은 계시더라. 여러 번 보시기를 권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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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의 기준은 ‘변화’
절친 정우성과 영화 찍고파

이정재가 청춘스타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은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이다. 이후 27년 동안 그는 똑같거나 식상한 존재가 된 적이 거의 없다. 장르건 캐릭터건 항상 새로움이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도전했다. 끊임없는 변화를 선택한 덕분에 배우 이정재라는 이름이 주는 에너지는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 선택할 때 ‘변화’가 중요한 선택 요소인가. 물론. 전에 보여드린 것 이외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구와 욕심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겹치지 않는 걸 선택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어렵다. 서양 배우들은 이목구비도 크고, 헤어스타일, 눈동자 컬러도 다양하고 심지어 수염도 많다. 변화가 자유자재로 되는 반면, 우리는 검은 머리에 눈동자도 검은색이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직업군이나 독특한 캐릭터 자체로 설정된 것들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그런 작품을 기다리는 편이다. 데뷔 초창기에도 그랬다. 그때그때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

그게 배우 이정재의 롱런 비결인가. 관객은 새로운 걸 좋아하니까. 공급자 입장에서 신상품을 안 내놓을 수 없다.(웃음)

27년 전과 지금, 배우 이정재는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았나. 일에 대한 책임감은 훨씬 더 무거워졌다. 소중함도 많이 느끼고,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재미를 느끼니 덜 지친다. 요즘은 영화 촬영 현장이 좋아지기도 했다. 이틀씩 사흘씩 밤새는 일은 없다. 옛날에 비하면 할 만하다.

‘절친’ 정우성과의 우정은 늘 화제다. <태양은 없다>가 1999년 2월에 나왔다. 20년 됐다. 둘이 작품 하나 하고 싶은데, 아직 성사가 안 되고 있다.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스케줄이 맞아야 하니까 쉽지 않더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 툭별한 이유보다 서로 각자 삶을 존중하는 것이 비결이 아닌가 싶다. 일이든 개인사든 그 사람이 선택하는 것에 의견을 맞춰주고 격려해준다.

최근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필라테스로 건강관리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그것만 하면 지겹다. 필라테스도 했다가 요가도 했다가, 스포츠 댄스도 하고 테니스도 친다. 이것저것 골고루 한다기보다는 심심해지면 바꾸는 스타일인 것 같다. 안 해본 걸 자꾸 해야 몸과 뇌가 잘 작용한다고 하더라.

올해 첫 영화가 개봉했다. 이후 계획은? 빨리 뭘 해야 한다.(웃음) 차기작을 빨리 결정해서 선보여야지. 뭔가 도전이 될 수 있는 역할이 왔으면 하는데, 기다려야 하니까. 뭔가 큰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좋은 인연이 되는 시나리오를 만났으면 좋겠고, 그걸 잘해내고 싶다 정도다.

계속 일 이야기만 한다. 다른 관심사 없나? 관심사는 다음 작품이다. 다음엔 뭐 할지를 늘 생각한다. 요즘은 일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현장에서 스태프, 배우들과 뭔가를 맞춰가면서 일을 해나가는 것이 좋다. 또 무슨 신상품을 개발하나, 그런 것들.(웃음) 일 외적으로는 ‘어디 놀러 갈까’ 정도 생각한다. 여행도 좋아한다.
여성조선 2019년 3월호
등록일 : 2019-03-08 09:23   |  수정일 : 2019-03-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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