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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 않는 악몽, 리벤지 포르노

온 세상이 ‘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범죄)로 떠들썩하다. 그간 꾸준히 논란이 되어온 문제다. 구하라 사건으로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됐다. 여기에 낸시랭의 폭로까지 이어지며 경각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다. 수면 아래에서 매일 밤, 쓴 침을 삼키는 일반인도 많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최근 100일간 디지털 성범죄 피해접수가 무려 2358건에 이른다. 한땐 가장 사랑했던 사람. 그가 등을 돌리자 악몽이 시작됐다. ‘남의 얘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태와 사례, 대처 방안까지 짚어봤다.

글 | 박지현 여성조선 기자   사진제공 | 조선DB·셔터스톡

PART I
다른 듯 닮은, 구하라·낸시랭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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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폭행사건’이었다. 지난 9월 13일, 112에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헤어디자이너 최 모 씨. 구하라의 전 남친이다. 그는 “헤어지자고 하자 폭행을 가했다”고 했다. 장소는 구하라의 자택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빌라. 최 씨는 이후 폭행 증거 사진으로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다. 손톱으로 처참하게 긁힌 모습. 한때 ‘한류 요정’이라 불리던 구하라의 이 같은 소식은 그 자체로도 충격이었다.

구하라의 얘기는 달랐다. 쌍방 폭행이었다고 했다. 구하라는 오해가 생겼는데, 화가 난 최 씨가 집으로 찾아와 “‘이 와중에 잠이 오냐. 일어나라’면서 먼저 발로 찼다. 그렇게 다툼이 커진 후 할퀴고 때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린 진술. 이후 최 씨는 9월 17일 오후, 구하라는 다음 날인 18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둘은 합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은 머지않아 원점으로 돌아갔다. 구하라가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 구하라 사건 쟁점
유포 의도 없었다 vs. 협박당했다

폭행 공방 중이던 9월 17일, 구하라는 한 매체를 통해 “최 씨가 ‘연예인 생활을 끝나게 해주겠다’며 30초 분량의 사생활 동영상을 보내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최 씨에게 폭행당해 멍든 다리와 발 사진을 공개했다. 구하라 법률대리인인 세종 측은 “의뢰인은 지난 9월 27일 전 남자친구 최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박 및 강요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면서 “범죄 혐의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지난 10월 2일 최 씨 자택과 자동차 등을 압수 수색해 그의 휴대전화와 USB 등을 확보하고 디지털 포렌식 복구 작업을 마쳤다.

최 씨 측도 입장 표명에 나섰다. 최 씨의 법률대리인은 지난 10월 8일 입장문을 통해 “리벤지  포르노란 당사자의 동의 또는 인지 없이 배포되는 음란물로, 그것으로 그 사람을 협박해 다른 성행위를 하도록 강제하거나 관계를 파기할 수 없도록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라면서 “최 씨는 사건 당일 구하라로부터 상해당한 것에 매우 화가 나서 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유포는 물론, 유포를 시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혐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0월 15일 이 사건에 관해 “진술이 엇갈려서 대질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둘은 10월 17일 대질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경찰은 기존 조사와 압수물 분석, 대질 조사에서 확인한 내용을 더해 종합적인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 낸시랭
폭행과 동영상 협박 폭로,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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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 낸시랭 또한 폭로에 가세했다. 그는 “구하라의 심정이 이해된다”면서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지난 12월, 온갖 논란 속에서 왕진진과 결혼식을 올린 그는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10월 11일 이혼 소식을 밝혔다. 그는 남편의 폭언과 폭행을 이유로 들었다. 왕진진은 “40억 사기를 당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낸시랭은 “내가 선택한 결혼이니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면서 “남편은 거짓이 밝혀질 때마다 나를 위협하고 폭언과 감금, 폭행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왕진진은 한 언론을 통해 “운동을 한 내가 힘으로 만약 폭력을 휘둘렀다면 겉모습이 멀쩡할 수가 없다”면서 “일정 부분 폭언은 인정하지만 폭행은 결코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폭행을 당했다”면서 손톱으로 할퀸 팔, 다리 사진을 공개했다.
 
엇갈린 진술. 갈등은 지난 10월 17일 정점을 찍었다. 낸시랭이 왕진진으로부터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낸시랭은 한 라디오 뉴스에 출연해 “지난 10월 15일 왕진진으로부터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가 “다 죽여버리겠다. 함께 죽자”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낸시랭은 이어, 왕진진이 “나는 징역살이를 오래 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너의 40년 인생은 끝”이라는 식의 협박성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냈다고도 했다. 그는 “너무나 두렵고 수치스럽다”며 “자신이 얼마나 나쁜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안다면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낸시랭은 해당 방송 이후 연락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방송 이후 왕진진은 즉각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동영상은 존재하지만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 그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함께 찍은 동영상 파일은 20개 이상이다. 내 전화기로 촬영했고 같이 모니터한 후 잘 안 나왔다 생각되는 것은 삭제했다. 괜찮게 나온 것은 추억하기로 해 보관하고 있었다”며 동영상이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유포 협박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폭행 감금 얘기가 자꾸 나와서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 재판부에 증거로 내겠다고 말했던 것이지 대중에게 공개할 의사는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구에게 관계 동영상(리벤지 포르노)을 공개하겠느냐. 낸시랭이 동영상에 대해 스스로 폭로한 상황이 씁쓸하다”면서 재차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낸시랭의 법률 대리인은 왕 씨가 지난 10월 15일부터 현재까지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자행한 증거물 일체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9일에는 ‘피해자 보호 명령 청구서’도 제출했다. 법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낸시랭은 ‘왕 씨가 피해자의 거주지에서 퇴거하고’ ‘의사에 반해 주거, 직장 등지에서 100여m 접근해서는 안 되며’ ‘면담을 강요하거나 전화, SNS 메시지 등을 보내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요청이 담긴 청구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PART II
수면 아래, 고통받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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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나 있을 법한 사건이었다. 1990년대 국내 연예계는 매우 보수적이었다. 특히 여성 연예인에게 더 그랬다. 노출 의상으로 방송 출연 금지를 당하기도 했고, 열애설만 돌아도 몸값이 떨어지곤 했다. 그때 세상을 발칵 뒤집은 사건이 발생했다. 한 연예인의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된 것. 이른바 ‘A양 비디오’다. 이는 당시 성인 비디오 유통의 메카로 불리던 한 상가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영상 속 여배우는 결국 미국행을 택했다. 몇 년 후, 세간에 그의 이름이 잊힐 무렵 B양 동영상이 나왔다. 전 매니저가 데뷔 초기 몰래 촬영해놓은 영상이었는데, 마침 인터넷 사이트가 속속 생기던 즈음이라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B양 역시 활동을 중단했다. A양과 B양 모두 방송에 복귀하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강산이 변할 시간이라고 하지만, 꼬리표는 여전히 따라 붙는다. 아직까지 온라인에서는 검색 하나로 그 영상을 볼 수 있다. 비극이다. 리벤지 포르노는 이처럼 연예인 포르노로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 C씨
“창살 없는 감옥, 죽지 못해 산다”

수화기 너머로 수차례 정적이 이어졌다. 벌써 8년 전 일이지만 복기하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목구멍이 옥죈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C씨(36)는 한때 국내 한 백화점에서 근무했다. 일을 정리한 건 지난 2010년. 온라인에서 우연히 본인의 동영상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고객을 대해야 하는데 눈을 못 보겠더라. 어떻게 일을 계속했겠느냐.”

당시 그는 호기심에 구글 검색창에 ‘free porn’을 쳐봤다고 한다. 해외 사이트를 비롯해 한국 사이트 몇 개가 검색됐는데, 그곳에서 ‘○○대 영문학과 ○녀’라는 제목으로 본인의 영상을 발견했다. “당시 헤어진 상태였던 대학교 때 만난 전 남자친구 A와의 짧은 성관계 영상이었다. 영상 자체에서는 얼굴이 거의 안 나온다. 하지만 영상은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일상 스냅사진과 함께 편집, 가공돼 있었다.”

악의적으로 신상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C씨는 당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서 대신 정신과를 찾았을 뿐이었다. 그 외엔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안 좋게 헤어지긴 했지만 뒤늦게 연락해서 ‘네가 퍼뜨린 거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유출된 거라고 하면 끝이지 않나. 요즘은 피해자들이 속속 목소리를 내서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땐 그런 것도 없었다.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지도 몰랐다. 미련하게 은둔생활을 하다가 그저 죄인처럼 도망칠 생각밖에 못 했다.” 

가족들 전화도 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혹시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죽으면 끝날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죽어도 영상은 남지 않나. 차마 죽을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깨지 않는 악몽 같았다.

“나 또한 피해자이기 전에 호기심으로 영상을 찾아보려 했었다. 그게 범죄인지 몰랐다. 누군가에겐 흥밋거리 ‘야동’이겠지만, 누군가에겐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족쇄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어느 정도 정착했지만 혹시나 남편이 볼까 불안한 마음으로 산다. 특히 한인들 모임에는 나가지 않는다. 어떤 땐 창살 없는 감옥 같다.”
 

# 100일,
동영상 피해자 신고 235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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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뿐만 아니다. 올해 여성가족부는 불법 촬영물 삭제를 돕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개설 100일 만에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신고가 2358건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는 유포 피해(42.3%)까지 당했다. 하지만 수치심과 사회적 통념에 눌려 피해 사실을 밝히기 꺼리는 이들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드러난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의 호소문이 이따금씩 올라오곤 한다.
 

# S씨는 과거 교제하던 남자친구와 결별한 뒤 왜 자신의 연락을 무시하느냐는 그의 문자메시지에 시달렸다. 답장을 하지 않던 어느 날, 지인에게 “이거 너 아니냐”고 묻는 연락을 받았다. 지인이 보낸 링크를 확인한 S씨는 공황 상태가 됐다. 자신과 전 남자친구의 적나라한 성관계 영상에 더해 해당 사이트 회원들은 S씨를 ‘××녀’라고 부르며 몸매와 목소리 등을 평가하고 있었던 것. 이후 S씨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영상이 또 유포되지 않았는지 찾았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놓고 저렴한 가격에, 모자이크 처리가 없는 것은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 극단적 선택을 마음먹은 적도 있지만, 영상 속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유작’이라며 더 고가에 판매된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꽉 물었다”고 말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 K씨는 리벤지 포르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넘을 수 없는 산이란 걸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웹하드와 토렌트에 퍼진 자신의 영상을 확인한 그는 경찰에 신고도 하고, 웹하드 업체에 삭제 요청도 했다고 한다. 그는 “형사조사를 시작하려면 영상물을 발견한 주소, 영상 유포자, 영상 내용까지 캡처해서 직접 자료화한 다음 진정서를 써야 한다”면서 “피해자인 내가 일일이 영상을 내 눈으로 다시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을 인내하며 고소 자료를 만들고, 웹하드 업체에 업로더를 신고했지만 영상은 암세포처럼 계속 퍼져나갔다. 암담했다. K씨는 “유포자에 대한 제재가 없고 잠정적인 업로드 정지가 전부였다”면서 “결국 개인 비용을 들여 월 200만원을 주고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유포를 막아달라고 의뢰했지만, 그 업체도 ‘100% 없어지는 건 아니다’며 단서를 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왜 피해자인 내가 일일이 채증을 하고 삭제 비용을 대야 하는지 원망스럽다”면서 “더 견디기 힘든 건 ‘문란한 아이’라는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PART III
커지는 처벌 강화 목소리 협박 시 대응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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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형 선고율 8%에 불과
솜방망이 처벌… 왜? 형법 규정 없어

C씨, S씨, K씨 사례에서 보듯 피해자들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인격을 말살시키는 범죄임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8% 정도로 미미하다. 나머지는 모두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처벌이 안 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

왜일까. 리벤지 포르노를 범죄로 규정한 형법 조항이 없어서다. 현재 형법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범죄 자체가 없다. 그나마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특례법)’ 가운데 제14조의 몰래카메라와 관련한 내용이다.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같은 법 2항이다. “동의를 얻어 촬영했으나 사후 촬영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영상물을 유포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촬영 당시 피해자가 동의했느냐를 기준으로 유포자의 최고 형량에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촬영 전 대상자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하더라도 촬영을 그대로 진행한 후 영상물에 대해 삭제요구를 하지 않거나 암묵적으로라도 동의했다면 촬영물을 유포한 행위만 처벌을 받는다. 결국 유포자들은 형량이 적은 2항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 이에 여성단체들은 피해자가 촬영물 유포로 인해 받는 고통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형량을 동일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김현아 변호사는 “불법 촬영과 유포가 새로운 성폭력의 유형으로 인식되면서 이에 대한 처벌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규정돼 있지만, 범죄 기술의 발달과 범죄 유형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처벌 공백이 발견되고 나서야 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물론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음란물 유포죄나 명예훼손죄 등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우회하여 처벌한다면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특별법에서 규정하는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국선 변호사가 지원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그리고 가해자의 경우는 성폭력처벌법 제16조 제2항이 ‘법원이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유죄판결(선고유예는 제외한다)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에는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 역시 적용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들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는 상태”라면서 “국회에서 조속히 관련 개정안들이 통과되어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가해자들이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관련법 개정안 7건 계류
처벌 강화 외치는 국민 20만 명 훌쩍

실제로 국회에는 불법 촬영 범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특례법 개정안’ 7건이 계류돼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도 가해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서명이 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동의와 비동의의 형량 동일화, 본인 촬영 영상의 타인 유포 처벌, 영리목적의 유포는 벌금형 없는 징역형 추진 등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대책 대부분을 담았다.

정부도 2017년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성폭력특례법 14조의 개정 방안을 포함시켰다. 직접 촬영한 영상이 타인에 의해 유포되는 경우에도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처벌 조항을 신설해 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는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으로 처벌하겠다고도 했다.
 
 


리벤지 포르노
협박·유포 시 대응법

전 남자친구와의 리벤지 포르노 싸움에서 승소한 인기 유튜버 크리씨 체임버스는 “모멸감에 숨기보다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괴로워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싸워서 이길 수 있고 상처는 언젠가 치유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결코 그 과정을 혼자서 견디지 말라”고 강조했다.

● 증거를 수집하라 당황하지 말고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 협박받았을 경우 내용이 담긴 문자나 이메일을 모아둔다. 통화나 대화는 녹음하고, 협박 시간과 장소,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둔다. 실제로 영상이 있는지 보내달라고 해서 존재를 확인해둔다. 가해자가 금전 요구를 해온다면 절대 주지 말고 사진을 더 보내지도 않는다.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대신 걱정스럽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신뢰할 만한 친구나 가족들의 지원 그리고 전문 카운슬링 지원 서비스에 연락을 취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한다. 기억해라. 누구나 성적 착취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 소셜미디어는 비활성화로 모든 계정을 비활성화로 바꾼다. 그러나 증거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내용은 삭제하지 않는다. 계정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당신 계정의 개인정보 및 보안 설정을 검토한다.

● 기관의 도움을 받아라 여성가족부는 불법 촬영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위해 종합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지난 4월 30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마련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해 상담, 삭제지원, 수사지원, 소송지원, 사후 모니터링(점검)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 시 전화(02-735-8994), 비공개 온라인 게시판(www.women1366.kr/stopds)을 통해 상담 접수하면 피해 양상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기존 성폭력과 달리 온라인상에 불법 영상물이 일단 유포돼 삭제되지 않으면 피해가 지속되고 더욱 확대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피해자들이 그동안 자신의 피해 영상물을 검색하여 해당 사이트에 직접 삭제 요청을 하거나 자비로 디지털 장의사 업체 등에 의뢰해야 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부담을 야기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삭제지원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한다. 지원센터는 피해사례를 수집해 해당 사이트에는 삭제를 요청하는 한편, 경찰 신고를 위한 채증(採證),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요청 등을 지원한다. 무료법률 서비스 및 의료비 지원 등도 연계한다.
등록일 : 2018-10-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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