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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 조승우

작품마다 캐릭터 자체가 되어 ‘조승우가 곧 장르’라는 찬사를 끌어내는, 명실상부한 최고 배우.
며칠 전 드라마 <라이프>가 막을 내렸고, 영화 <명당>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두 달 뒤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연습에 한창인 배우 조승우를 만났다.

글 | 임언영 여성조선 기자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를 꿰뚫고 가는 연기력은 물론 상대 배우들과 아울러 가는 힘이 대단한 배우.”

<퍼펙트 게임> 이후 <명당>에서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희곤 감독이 조승우를 두고 한 말이다. 왕이 될 수 있는 천하 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 <명당>에서 조승우는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 역을 맡았다.

그 어느 때보다 예매 경쟁이 뜨거운 이번 추석 극장가, <명당>이 대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데는 조승우라는 대체 불가능한 이름의 파워가 컸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풍수지리라는 소재, 웰메이드 사극의 인기도 플러스가 됐다. 대중성과 흥행력,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답게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제대로 명품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운명을 바꾸려는 천재 지관
사람 살릴 땅을 찾으며 인간의 욕망 건드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감 먼저 듣고 싶다.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고생 많이 했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찍었던 게 화면에 잘 나온 것 같다. 함께 출연한 선배님들과의 작업이 소중했고, 많은 도움을 받고 감동받으면서 같이 연기했다. 좋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했다. 감독님 때문이다. <퍼펙트게임>을 함께한 인연이 있었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은, 퓨전이 아니라 정통 사극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클래식하고, 정적이고, 힘이 있으면서 우아하기도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

박재상은 어떤 인물인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그로 인해서 가족을 잃고 13년간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인물이다.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 흥선을 만나고, 본인이 가진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하나 고민하는 캐릭터다. 전형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내가 가진 능력을 올바른 곳에 써야겠구나, 그런 것을 중요한 신념이라고 느끼는 캐릭터다. 권력을 더해줄 수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탐욕의 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땅으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찾아간다.

잔잔한 캐릭터인 것 같다.<비밀의 숲> <라이프>를 하다가 <명당>을 보시고는 왜 저렇게 부각되지 않은 역을 했지 하시는 것 같다. 나는 배우고, 어떤 역할이든 마음에 들고 끌리면 한다. 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원하면 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박재상이 열고 닫는다. 그 안에 성장하는 과정도 담겨 있다.

처음 호흡을 맞춘 지성 씨와의 작업은 어땠나. 그는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배우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아마 모든 배우가 지성 형의 연기를 대하는 자세, 해낼 때의 과정, 대기할 때의 과정, 그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생각하는지를 알면 입이 벌어질 것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무를 다 해낸다. “(현장에서)내일은 없어, 오늘이 무조건이야. 최고의 결과를 뽑아낼 거야”라는 간절한 갈망이 있다. 그렇게 훌륭한 배우는 처음 봤다. 나는 게으르다. 감독님이 “이거 찍자” 하면 “뭘 또 찍어” 하는 스타일이다.(웃음) 지성 형은 현장에서 모든 게 열려 있다. 불평불만이 하나도 없다.

유재명 씨와는 세 번째 호흡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 <라이프> 그리고 <명당>을 같이했다. 재명이 형님과는 하도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까 없으면 허전하고 같이 촬영하지 않으면 심심하고, 그렇다. 형님은 늘 옆에 있어야만 하는 존재인 것 같다. 정신적인 지주이고, 항상 푸근하다. 형이랑 이야기하면 리액션도 잘해주시고 얘기도 잘 들어주신다. 형님이 곧 장가를 가시는데, 연애담을 많이 들었다. “승우야, 못 해먹겠다” 하면 싸우고 오신 거다.(웃음) 며칠 뒤에는 “승우야, 너도 빨리 연애해야지” 하신다. 계속 왔다 갔다 하시니까 뭐가 맞는 말인지…. 현장에서 그런 이야기들 주고받았다.

관객을 위해 추천 장면이나 대사를 꼽는다면? 다리 위에서 “자네 미쳤어?” 하는 장면이 있다. 자책과 방향성, 다짐 등 모든 것이 들어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권력, 부귀영화에 미쳐버린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하는 대사가 “도대체 저게 뭐라고”다. 부귀영화가 뭐라고, 아비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어떻게 그게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나, 땅을 찾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 살리는 땅 찾으러 가겠다는 대사가 박재상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보나. 물론 주제는 땅이라는 소재로 풍수를 쓰지만, 전체적인 메시지로 봤을 때는 땅을 빼도 무관한 작품이다. <명당>이라는 제목 때문에 땅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 시대를 보고 과거를 봤을 때 이 작품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는 인간이 가지지 말아야 할 욕망, 생각을 꼬집어주는 메시지다. 어떤 생각을 가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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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불허전 연기의 신
불변의 법칙은 대본에 있다

매번 연기가 놀랍다. 비결이 있나. 연기 평은 민망하다. 스스로 평가할 때는 박한 편이다. 늘 그래왔다. 겸손 떠는 게 아니라 과한 칭찬을 받으면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도망가고 싶고 부담스럽다. 비결은 없다.

얼굴이 빨개졌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칭찬 받으면 안 좋은 사람이 어딨나. 좋다. 하지만 다음 행보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크다. <말아톤> 하고 나서 <도마뱀>을 했을 때도 그랬다. <말아톤> 캐릭터는 셌고, <도마뱀>에서는 내추럴한 연기를 했다. 관객은 성에 안 차는 부분이 있다.

연기할 때 방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없다. ‘이 신은 이렇게 할 거야’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연기를 그렇게 접근하지 않는다. 흐름을 타고 간다. 연기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합이라고 생각한다. 상대 배우가 없으면 내가 없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좋은 호흡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 아주 확실하게 있다. 작품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고, 시대 유행을 타는 작품은 좋아하지 않는다. 겉보기에 화려한 작품은 피하는 편이고. 배우 생활하면서 ‘나는 왜 배우를 하고 있지? 무엇 때문에 하고 있지? 배우에 어떤 의미를 두면서 생활을 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는데, 사람이 답이었다. 작품을 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겠다,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맡은 인물은 어떤 ‘선한 의미’가 있나. 작품이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인간 욕망이 얼마나 그릇된 결과를 가지고 오느냐다. 지금 시대에 빗대어봤을 때 몇 백 년 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을 중요시 여기면서 살아야 하는지 같은. 더 큰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 목숨 걸고 달려들지만 불나방 같은 것이다. 결국 파국이니까. 영화는 박재상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것을 보여준다.

대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모든 캐릭터를 만들어낼 때 불변의 것이 대본이다. 대본을 보고 많이 상상해보고 생각해보는 수밖에 없다. 캐릭터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그게 50% 정도라면 나머지 50%는 상대 배우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사극 연기가 어려운 부분은 없나? 연기는 다 어려운 것 같다. 사극은 많이 해봐서 특유의 불편함, 어려움을 다 알고 있다. 외적인 어려움이 크지만 시대극, 과거 이야기가 재미있다. 영화나 드라마 소재가 정형화되어가고 있는데, 과거 역사 이야기를 다루면 흥미롭다. 이런 인물, 저런 인물이 실제 역사라고 다루는 과정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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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뮤지컬 무대로 복귀
25살 때 출연했던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복귀 소식을 알렸다. 2년 만의 무대에 팬들의 기대가 크다. 세 번이나 도망쳤던 작품이다. 25살 때 섭외가 들어왔는데, 자료들 받아보고 음악 들어보면서 ‘내가 어떻게 하냐, 이걸. 난 못 한다’ 하면서 도망 다녔다. 세 번을 쫓아와서 결국 할 수 있다고 미친 척하고 했는데,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많은 분에게 인정받은 작품이 됐다. 뮤지컬 배우로서 조승우를 알려준 작품이다. 모든 걸 한꺼번에 보따리로 안겨준 의미있는 작품이다.

티케팅 전쟁이 벌어졌다. 다 매진이다. 스타 티케팅 전쟁의 시초로 뮤지컬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내가 봤을 때 뮤지컬에 공을 올린,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신 배우는 남경주, 최정원 선배다. 그분들이 시작했다고 본다. 나는 두 번째다.

조승우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인가. 자신감을 얻기도, 두려움을 느끼기도, 건강을 버리기도, 혹사되기도 했다. 관객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고 희열과 보람, 감동을 느끼고. 앙코르 공연을 수없이 해왔는데 아직 하고 있는 것도 감동이다. 20대 중반에 시작한 작품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또 하게 됐다. 그때 작품을 바라봤을 때의 느낌과 지금 바라보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작품이 날 성장시켰지만 나도 성장하면서 작품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다른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나. 15년 동안 해오면서 ‘또 해도 되나? 민폐 아닌가? 지겨워하면 어떡하지? ‘저 새끼, 저거 또 해?’ 그러는 거 아닐까? 후배들은 ‘저 형 언제까지 저 작품 할 거야. 우린 언제 해?’ 하면서 욕심 많은 선배라고 느낄까 봐 걱정된다. 그런데 아직도 못 보신 관객이 많다고 해서 놓으면 안 되겠구나, 체력이 닿는 데까지는 해야겠구나 마음먹었다.

쉬지 않고 활동한다. 지치지 않나. 쉴까?(웃음) 나름 몇 개월씩은 쉬었다. <명당>이 1월 1일에 촬영 끝나 쉬었고, <라이프>는 3월에 촬영을 시작해 7월 말에 끝났으니까, 또 쉬다가 개봉했다.

쉴 땐 뭘 하나. 이구아나같이 가만히 집에 있는다. 강아지, 고양이와 놀고, 운동하고, 야구 시즌에는 야구 보고, 요즘엔 <쇼미더머니>도 본다.

까칠하고 시니컬할 것 같았는데 발랄한 모습도 있다. 내가 친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 겪어본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 <비밀의 숲>이나 <라이프> 메이킹 영상에 적나라한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평소에 잘 논다. 장난도 많이 치고, 재미있는 거 좋아하고, 심심한 걸 못 견딘다.

마흔이 코앞이다. 외로워질 수 있는 나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빠른’ 생일이라 친구들은 다 마흔이다.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마흔이 된다는 사실에는 무뎌졌다. 별거 없을 것 같은데? 서른을 기다렸었는데, (서른이 되니) 진짜 아무것도 없더라. 마흔도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나이 드는 거, 재미있을 것 같다. 경험이 많이 쌓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30대 초반, 중반, 후반이 달라지니까. 연륜이 쌓이는 게 좋은 것 같고. 배우는 인물을 만들어가야 한다. 경험에 빗대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기는 것 같다.

추석 명절에는 뭘 하나. 무대인사 다닌다. 배우들은 명절이나 기념일에 대한 개념이 없지 않나. 다른 분들 쉴 때 일하는 직업이다.

이번 추석에는 경쟁작들이 만만찮다. 조인성의 <안시성>, 손예진의 <협상>이 개봉이 겹쳐 <클래식> 주인공들의 대결이라는 말도 있다. <명당>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관객 입장에서 한국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하는 건 기쁜 일이다. 한국영화를 만드는 작업군에 포함된 배우로서 기쁘다.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클래식> 배우들과 경쟁을 한다고들 하시는데, 적이 아니지 않나. 같이 잘됐으면 좋겠다.
등록일 : 2018-10-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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