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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아저씨>, 과거에서 온 편지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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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씨>1958년 프랑스 감독 자크 타티가 만든 영화 제목이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재발명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자크 타티는 영화를 통해 기계화되고 황량한현대세계를 비춘다. 두 명의 아저씨, 모든 걸 다 가진 부자 처남과 아무것도 갖지 못했으나 유쾌하고 활기찬 윌로 씨를 대비하면서 말이다.
 
2018년 한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 <나의 아저씨><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또 오해영>을 쓰기 전에 쓴 작품이다. 김원석 감독은 <나의 아저씨>의 방영 중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해영 작가가 4회까지 대본을 썼던 작품이다. ‘또 오해영하기 전에 4년 전쯤 썼다고 한다. 이런 작품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일찍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나의 아저씨>, 과거에서 온 편지
 
그의 말대로 일찍 했다면아마, 이런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또 오해영>이 방영된 게 2016년 그보다 4년 전이라면 2012년경이다. 2012년 한국에서는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지금 일어난 일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시기다.
 
하지만 2018년은 다르다. 작품의 제목 <나의 아저씨>부터,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시기다. 문화는 시대의 반영이다. 2018년의 한국은 무뎌졌던 감수성이 깨어나고 있다. 약자에게 필요한 건 강자의 시혜가 아니다. 존중이다. 그를 약자로 만든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고 당연하게 여겼던 위계와 그로 인해 일어난 폭력에 대한 반성이다. 그런데 <나의 아저씨>는 약자를 과거의 방식으로 위로하려고 한다.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조금 더 힘을 가진 자가 그를 보듬는 방식이다. 착하다는 칭찬, 혹은 예쁘다는 혼잣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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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그러니까 <나의 아저씨>에서 드러나는 난맥상의 핵심은 주인공이 나이 어린 여성과 나이 든 남성인 게 아니다. 이들이 서로를 어떻게 위로하고 치유하는지에 대한 접근 때문이다. 카메라는 지안(아이유)이 얼마나 스산한 삶을 살아왔는지 세밀하게 조명한다. 그가 어린 나이에 왜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 뒤틀린 운명은 지금도 그를 어떻게 짓밟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가 사채업자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장면은 그의 삶의 단면을 비추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와 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박동훈 부장(이선균)은 지안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인물이었다가 지안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둘 사이의 위계가 사라지지 않는다. 동훈은 여전히 지안의 인사권을 쥐고 있고 동훈이 지안을 배려하는 건 오직 그의 성품 때문이다. 현재의 제도 안에서 지안은 언제든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고, 윗선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는 존재다. 제작진은 보는 이들에게 손가락을 보지 말고 가리키는 달을 보라고 하는데, 보여줄 달은 아직도 희붐하다.
 
남자 시청자도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와 <미생>, <시그널>을 만든 김원석 PD세상을 담는 사려깊은 눈을 가진 이들이었다. <나의 아저씨>에도 그런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눈앞이 캄캄하다. 그 캄캄함 속에 눈부신 찰나가 있다고 해서 캄캄한 것을 캄캄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나의 아저씨>에 쏟아지는 다소 가혹한 논란은 그만큼의 기대와 믿음이 이들에게 있었다는 증거다. 믿는 도끼에 찍히는 발등은 더 아픈 법이다.
 
김원석 PD는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아저씨>는 그동안 제가 했던 드라마와 궤를 같이 한다. 같이 사는 삶의 느낌이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다. 한국 드라마가 남자 시청자도 같이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좋겠다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나의 아저씨>도 기본적으로 남녀가 서로를 만나서 교감하고, 각자가 소중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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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기자 간담회, 김원석 PD와 이선균, 아이유

과거를 치유하기 위해 치열한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그 말은 말이 아닌 드라마를 통해 했어야 했고 시청자들도 여기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이 아니라 직관이다. 이들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중간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등장인물들이 극 중에서 입은 옷을 입은 채로 그곳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것이 <나의 아저씨>가 가진 아이러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드라마도 그렇다. 이 좋은 배우와 좋은 감독, 좋은 작가가 만났다. 아이유와 이선균은 물론, 박호산과 송새벽의 호연은 훌륭하다. 그럼에도<나의 아저씨>에는 과거에서 온 편지같은 굴절이 있다. 과거를 치유하기 위해 치열한 현재를 사는 수취인들의 발목을 잡는다.
 
<나의 아저씨>를 만든 마크 타티는 마지막 작품으로 <퍼레이드>를 만들었다. 그는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만큼 관객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의 아저씨>에 '나'와 '아저씨'의 자리는 충만하다. 하지만 보는 이의 자리는 아직, 글쎄다.
등록일 : 2018-04-12 20:25   |  수정일 : 2018-04-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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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 2018-04-13 )  답글보이기 찬성 : 3 반대 : 5
공감함. 시대착오적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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