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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파도야'로 연기 복귀한 박선영, 사주에 남자가 셋, 도대체 그들은 언제?

어떤 질문을 던져도 쿨하고 솔직하다. ‘걸크러시’ ‘박 장군’ 느낌 그대로 주변 사람들까지 환하게 만드는 그녀.
언니 삼고 싶은 배우 박선영을 만났다.

메이크업 주혜민(파인트리 02-525-5012) 헤어 민정(파인트리)

글 | 황혜진 여성조선 기자   사진제공 | 김세진

같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선물과 편지 세례를 받는 여학생, 배우 박선영(48)의 고교 시절 모습이다. 육상부 선수로 활동하고 남자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섞여 농구 코트에서 뛰놀았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시험을 보러 갔다가 덜컥 합격해 MBC 21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국적이고 여성스러운 마스크인데 성격은 대장부 같아 전에 없던 캐릭터였다. 데뷔 후 <가슴 달린 남자> <연애는 프로 결혼은 아마츄어> 등의 영화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다. ‘에스콰이어’와 ‘맥스웰 커피’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하며 바쁘게 활동을 이어갔지만 공백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으로 오랜만에 시청자들과 만난 후 TV소설 <파도야 파도야>로 연기에 복귀했다.

배우가 연기를 할 수 없었으니 우울한 공백기를 지냈을 법한데 ‘성격 갑’인 그녀답게 그 시간은 재미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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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달린 남자>가 1993년 작품이에요. 25년 전 영화인데 아직도 남장한 여배우의 이국적인 외모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음악감독 박칼린 씨를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듣죠. 박칼린 씨가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보니까 제가 봐도 저 같더라고요. 집이 명동인데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면 거리에 홍보물을 걸잖아요. 지나가다 ‘내 사진이 왜 저기 걸려 있지?’ 하고 보면 박칼린 씨 사진이었어요. 이태원에 단골 주차장이 있는데 어느 날 주차요원이 영어로 말을 걸면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박칼린 씨 요즘 잘 보고 있다면서요.(웃음) 왜 저한테 갑자기 영어 쓰세요. 그랬죠.(웃음)

토종 한국인이죠? 완전 토종 한국인이죠. 엄마가 진나라 진 씨인데 그쪽에서 섞였으려나.(웃음) 생긴 건 아버지랑 똑 닮았어요.

친구 따라갔다가 우연히 배우가 됐다고요. 어릴 때 1지망 꿈이 빵집 주인이었어요. 빵을 너무 좋아해서.(웃음) 초등학교 때는 체육을 좋아해서 체육교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요. 배우가 된 건 아는 언니가 연기자 시험 보는 데 따라갔다가 뽑힌 거예요. 지금은 다들 일찌감치 연기수업 받고 연습도 하고 연예계에 들어오지만 당시 저는 아무 준비도 없이 뽑혔으니 고생을 많이 했죠. 요즘 <파도야 파도야>를 하면서도 고생하고 있어요.

어떤 면에서요? 이전에는 커리어우먼이나 전문직 여성, 여성성이 강해도 권위적인 여성 역을 많이 맡았거든요. 지금 맡은 역은 카바레 마담 역이라 세상 쓴맛 단맛 다 본 닳고 닳은 여자를 연기해야 하거든요. 목소리도 좀 걸걸하고 표정도 느끼하고… 그런데 감독님이 자꾸 귀엽다고 하세요. 연기를 하다 보면 본인 캐릭터와 맞춰지기도 하는데 작가님도 안 되겠는지 배역 자체가 점점 귀여워지고 있어요.(웃음) 악악거리고 싸우긴 하는데 만날 당하는 스타일이죠.

한국 최초로 레즈비언 역도 연기했고 남장 여자, 대전 상궁, 지금의 마담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왔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배역은 어떤 건가요? <가슴 달린 남자>예요. 자기 성격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를 맡는 게 최고거든요. 남자와 여자가 다 들어가 있는 역이잖아요. 제가 원하던 캐릭터였어요. 그때는 연기가 뭔지 모르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좀 더 색다르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형사, 검사, 여군, 운동하는 여자 역도 맡아보고 싶어요. 제복이 또 잘 어울리거든요.(웃음)

연기가 재미있나 봐요. 한참 일하다가 공백기가 있었어요. 엄마 역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애매한 부분이 있는 거예요. 제 나이가 마흔 아홉인데 지금 맡은 캐릭터도 마흔한 살이에요. 나이만 보고 저를 캐스팅했다가 직접 만나보고는 ‘왜 하나도 안 늙었어!’ 그러는 분도 계셨어요. 결혼을 안 해서인지 엄마 역을 맡아도 느낌이 완벽하게 안 날 수도 있고요. <파도야 파도야>에서도 조카딸과 모녀 같은 사이인데 둘이 친구 같은 느낌이 강해요.

<파도야 파도야> 현장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어요. 같이 하는 선생님들 다 좋으세요. 세트 분위기가 좋아요. 보통 각자 개인 분장실에 들어가서 본인 역할 분장하고 그러는데 서로 어디서 치고 들어갈지 대사 하나 액션 하나 합을 맞추니까 좋죠.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가 는다고 해주시니 감사하고요. <불타는 청춘>에서는 ‘박 장군’이라 불리고 소년 같은 걸크러시 이미지라면, <파도야 파도야>에서는 ‘여자 여자’ 하니까 아수라 백작 같은 느낌이에요. 여러 가지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즐겁게 일해요.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연기가 많이 부족하니까 조언도 많이 구하고 찾아가서 리딩도 부탁하고 녹음해서 듣기도 해요. 이 느낌이 맞느냐고 여러 번 묻고요. 중견 신인이죠. 특히 이경실 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톤이나 성격이 안 맞는 연기를 하다 보니 괴리감이 있긴 한데 성취감이 있어요. 다른 패턴의 연기를 해서인지 영역이 넓어지는 느낌도 들고요. 앞으로는 천연덕스럽게 유들유들한 연기도 할 수 있겠구나 싶죠.

연극도 한 편 들어간다고요. <쥐덫>이라는 작품이에요. 연기 트레이닝을 받으려고 양희경 선생님을 소개 받았다가 인연이 됐죠. 공연은 4월 8일에 끝나는데 저는 6~7월쯤 다음 공연에 들어가요.

공백기는 어떻게 지냈나요? 연기를 재미있어하는 걸 보니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골프가 너무 재밌어서 10년간 열심히 팠어요. 왜 시간이 10대에는 10㎞, 20대에는 20㎞, 30대에는 30㎞로 간다고 하잖아요. 10년이 후딱 지나갔죠. 여행은 안 좋아하는데 골프 투어는 많이 다녔어요. 좋아하는 가방이나 소품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가죽 공예도 배웠고요. 한동안 연세대 평생교육원에 보조교사로 나가기도 하고, 핸드메이드 골프 커버를 만드는 ‘깨비골프’라는 회사도 창업하게 됐죠. 소가죽을 쓰는데요. 소는 덩치가 엄청 크잖아요. 부위에 따라 질감이 다르고, 염색을 어떻게 하느냐, 바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 달라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죠. 지금도 봄이라 주문이 밀려서 작업해야 하는데 대본도 외워야 하고 바쁘네요. 공방이 성수동에 있어요. 놀러 오세요.

작년에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요. 아버지가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워낙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도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죠. 이전 소속사도 정이 있는 곳이었는데 배우들이 나가고 대표가 폐업을 하면서 정리가 됐고요.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반면 올해는 굉장히 바쁜데요.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잘사는 거라 생각하나요?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았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건 좋지 않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도 많은데 지금 누리고 있는 걸 생각하는 게 좋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게 없잖아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활짝 열면서 ‘해 떴다!’ 그래요. 물론 궂은 날도 있죠. 그렇더라도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잖아요. ‘해 떴다!’고 외칠 수 있는 아침이 감사해요. 내일모레면 오십이잖아요. 많은 것들이 지나갔어요. 앞으로 버는 돈은 모으지 않겠다, 나를 위해 다 쓰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그럴 시간이 10년, 15년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너무 즐거워요. 후배들, 동생들 맛있는 거 사주고요. 그런데 정작 마음을 먹었더니 놀 시간이 없네요.(웃음) 아까 어떻게 나이가 안 들어 보이느냐고 물었죠? 철이 안 들어서일 수도 있어요.(웃음)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중요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생각만 하고 시도를 안 해서 그래요. 뭐든지 해봐야 재밌는지 아닌지 알잖아요. 제가 3개월을 놀아본 적이 있어요. 사람들 만나서 저녁 먹고 가라오케 가고 포장마차 가고 그게 끝이에요. 노는 것도 똑같더라고요. 이게 재밌나? 더 이상은 싫었어요. 만약 재밌었으면 지금까지 놀고 있겠죠.(웃음) 골프도, 가죽공예도 해보기 전에는 그렇게 오래 할 줄 몰랐고 심지어 창업하게 될 줄도 몰랐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꼴딱 새가면서 꿰매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1년 지나고 2년 지나 창업을 하고 반응이 좋으니까 이게 또 재밌고. 개인적으로 춤을 배우고 싶어 살사댄스도 해봤는데 계속 파트너가 바뀌는 게 저랑 안 맞더라고요. 그다음 찾은 게 폴댄스예요. 생각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도 먹어봐야 판단할 수 있잖아요. 생각으로만 판단하고 ‘나는 왜 이러지’ 그러다 우울증이 오는 거예요. 저는 하도 햇볕을 많이 쬐서 등이 새까맣게 타는데도 비타민 D 부족이더라고요.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긴대요. 부족한 부분은 뼈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골다공증도 오고요. 올여름에는 볕 쬐러 수영장에 가려고 해요. 뭐든지 시도해보고 움직여보는 게 좋아요.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진짜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넘쳐요. 우울할 때는 없나요? 음… 먹고 싶은데 못 먹게 할 때?(웃음) 이번에 <불타는 청춘>에서 노래자랑을 하면서 임재욱 씨가 얼마나 닦달했는지 몰라요. “누나 둘이 양배추 먹어요” 그러면서요. 가뜩이나 노래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서 살이 빠졌는데, 양배추 정말 열심히 먹었잖아요. 그거 하나예요. 먹고 싶은 거 못 먹게 할 때.(웃음)

<불타는 청춘> 출연자들은 진심으로 그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요. 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1박 2일 연기자들과 놀러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가기 전에 장을 먼저 봐요. 현장에 가면 재료도 열악하고, 배고프고 졸리고 힘들 때 간식거리가 든든하게 있어야 하니까요.(웃음) 혼자 먹긴 뭣하니까 같이 먹을 수 있게 준비하고요. 늘 즐거워요. 일로 생각하면 굉장히 힘들어요. 오전 4~5시에 시작해서 하루 종일 찍고 잠자는 시간이 고작 한두 시간 정도니까요. 피곤할 만한데도 말도 안 되는 게임을 죽기 살기로 하잖아요. 언니 오빠들 승부욕이 장난 아니에요.(웃음) 다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지” 하는데 재밌는 거예요. 나이가 많건 적건 똑같아요. 같이 놀 때는 20때 초반 느낌이죠.

임재욱 씨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에 들어갔어요. 방송에서 러브 라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핑크빛 사랑은 아니고 좋아하는 동생이에요. 사실 ‘사랑한다’ ‘좋아한다’의 차이는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노래 ‘아이러브유(I love you)’ 정말 좋아했거든요. ‘후회 없는 사랑’은 노래방 애창곡이었고요. 가수로서 매력 있는 친구인데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먹는 걸 너무 좋아해.(웃음) 살 빼는 게 힘들더라고요. 화면에 통통하게 나오잖아요. 재욱 씨는 “누나는 ‘여성 여성’한 게 어울리는데 왜 반대 방향으로 가느냐”고 그래요. 둘이서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 잘됐으면 좋겠고, 응원하는 마음이에요.

연애도 많이 했다고요. 결혼할 생각은 없나요? 사주에 남자가 3명이래요. 도대체 그 3명이 언제 오나 몰라.(웃음) 나이 드니까 사람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요. 결혼 상대로 생각해야 하니까요. 비혼주의는 아니에요. 제 또래 언니 오빠들 보니까 만나면서 재고 따지고 그런 게 없더라고요. 서로 볼 거 다 봤으니까 ‘친구처럼 같이 살면 괜찮겠다’면서 편하게 결혼하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그런 분을 만나면 결혼하겠죠.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카페랑 공방을 꾸리면서 소일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연기까지 하고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타로점에서 나온 얘기인데 제가 60대에 연기로 상을 받는대요.(웃음) 연기 연습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주변에 있는 결혼 안 한 사람들이 다 모여 살고 있을 것 같아요.(웃음) 따뜻한 나라를 좋아하니까. <윤식당>에 나온 것처럼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에 가서 다 같이 모여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등록일 : 2018-04-11 10:37   |  수정일 : 2018-04-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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