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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가수 그리고 아빠 양동근

데뷔 30년 차, 어느덧 양동근에게는 ‘배우’ 말고도 타이틀이 많아졌다. 가수, 남편, 아빠, 가장까지. 인생이란 무대에서 1인 다역을 맡은 그의 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이다.

글 | 서재경 여성조선 기자

10대 때부터 30년을 오롯이 현장에서 보냈다. 올해 마흔인 양동근은 데뷔 30년 차 배우가 되었다. 1987년 KBS 드라마 <탑리>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02년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고복수’란 인생 캐릭터를 만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개성 넘치는 필모그래피를 쌓더니, YDG란 이름으로 앨범까지 내고 몇몇 히트곡을 내놓기도 했다. ‘성룡’과 ‘마이클 잭슨’을 우상으로 삼았던 소년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꿈을 이뤘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던 양동근의 연기 인생에도 한동안 쉼표가 찍혔다. 긴 시간 공백기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만큼 대중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그의 연기는 작품이 끝난 지 15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늘 ‘고복수’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비교되곤 했다. 

그러던 양동근이 오랜만에 ‘물’을 만났다.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보그맘>에서 인공지능 로봇 연구자인 ‘최고봉’ 역을 맡은 것이다. 로봇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복잡한 감정선을 개성 넘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데뷔 후 처음 맡은 ‘아빠’ 역할도 남다른 의미로 연기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양동근이 <보그맘>을 통해 인생작을 경신할 수 있었던 이유 중 8할은 아내와 아이들 덕분이었다.

지난 2013년, 아내 박가람 씨와 결혼한 후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결혼을 기점으로  인생의 중심이 ‘나’에서 ‘가족’으로 바뀌었노라고 고백했다. 과거 양동근이라면 선뜻 하지 못했을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가족을 위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과거 양동근이라면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했을 ‘아빠 연기’도 아이들을 돌보며 쌓은 실전 경험으로 누구보다 잘 해냈다. 남편과 아빠,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늘고 어깨도 무거워졌지만 삶의 원동력이 생겼기에 그는 30년 연기 인생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보그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작품 속에 “보그맘 덕분에 행복했어”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그 대사가 너무 좋아서 제 마음을 모두 쏟았어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그냥 보그맘 덕분에 행복했다는 얘길 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이 양동근 씨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일단 연기자로서 첫 아빠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의미 있었죠. 로봇과의 사랑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것도 좋았고요.

여배우 복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이번에도 박한별 씨와 호흡을 맞췄죠? 여배우 복이 많아서 나라를 구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사실 결혼 후엔 더 이상 의미 없는 질문이 됐죠. 제 눈엔 아내가 제일 예쁘거든요.(웃음) 이제는 상대 배우의 미모보다는 인간미나 호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박한별 씨에게 고마웠어요. (임신 중이라) 힘들었을 텐데 말수 적은 저에게 늘 먼저 말 걸어주고 편하게 대해줬거든요.

<보그맘>은 소재부터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평범하지 않아서 저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에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거든요.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있어서 기대가 컸죠. 기대만큼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냈고, 시청자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좋았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전작 <미싱나인>의 검사처럼 톤을 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대본을 보면 <보그맘>의 ‘최고봉’ 캐릭터는 망가져야 하는 역인데, 그 선을 잡는 것이 힘들긴 했어요.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미싱나인>에선 검사 역을, <보그맘>에선 로봇 연구자 역을 맡아 연달아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을 연기했습니다. ‘뇌섹남’ 이미지가 제게 없는 부분이라 역할이 들어왔을 때 감사했어요.(웃음) 제가 음악을 할 때 갖고 있던 반항적 이미지가 컸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걱정은 안 했어요.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대본에 주어진 부분을 최대한 잘 소화하자는 일념으로 임했죠.

<보그맘>을 연출한 선혜윤 감독은 예능 피디인데요. 함께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했던 다른 감독들과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굉장히 빨리 찍으세요. 속도에서 기량이 나온다고 할까요. 빨리 찍고 적게 찍는데, 훌륭한 결과물을 뽑아내는 분이라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고 들었는데요. 예전엔 현장이 정말 살벌한 곳이었거든요. 모두 바짝 긴장하고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큰소리가 오가는. 이번 작품은 예능 드라마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감독님께서 워낙 현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셨어요. 이 정도면 백점이죠.

연기 외에 Mnet <고등래퍼> MBC <복면가왕> 등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잦습니다.  일을 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고 있어요.(웃음) 가정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잖아요. ‘월급쟁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백이 생기면 불안해요. 연예인은 프리랜서잖아요. 소득이 없는 건 가장에게 최고 고통이에요. 그래서 열심히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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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모양이에요. ‘나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계절로 들어가는 중인 것 같아요. 예전엔 ‘나’라는 개인이 참 중요했어요. 요즘도 때때로 떠오르긴 하지만.(웃음) ‘가치 있는 삶’이나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기준이 바뀌는 것 같아요. ‘나’라는 존재가 없음으로써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처음엔 힘들었어요. 진짜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아마 삶의 중심이 계속 ‘양동근’에 있었으면 여전히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크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한동안은 사람들을 만나야 일도 하는데 그런 걸 전혀 못 하고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 맞나 봐요. 요즘엔 오히려 다른 약속이 귀찮아요.(웃음) 약속이 있어도 얼른 끝내고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게 변화한 제 모습이 저 스스로도 신기해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처음엔 부담감이 있었죠. 예능은 받아치고 웃길 줄 아는 센스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오히려 농담도 진짜로 받아들여서 힘든 타입이죠.(웃음) 그런데 Mnet <쇼 미 더 머니>를 통해 예능에 한 번 나가봤는데, 대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매력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내가 예능을 좋아해서 출연을 원하기도 해요.

아내가 추천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요? MBC <라디오 스타>요. 아내가 김구라 씨 팬이에요. JTBC <아는 형님>도 좋아하더라고요.

딸 조이와 KBS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요? 지금은 종영한 MBC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조이뿐 아니라 첫째, 셋째와도 같이 나가고 싶어요. 요즘은 프로그램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제 소셜미디어 계정에 많이 올리고 있어요. 팔로어들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소소하지만 좋은 것 같아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오지호 씨, 인교진 씨와 공동 육아를 했습니다. 지금도 종종 연락하나요? 못 하고 있어요. 굳이 핑계를 대자면 요즘은 인간관계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웃음) 시간이 있으면 애들을 돌봐야 하거든요. 아이가 셋이라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요. 다른 관계도 중요하지만 바로 제 옆에 있는 아내가 힘들어선 안 되잖아요. 다른 분들보다 아내랑 친하게 지내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최고봉’ 역할을 하면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공감한 부분이 있다면요? 공감이라기보다는 대사 한마디를 할 때도 생활에서 나오는 게 좀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우리 아기 유치원 갔다 왔어?”라는 대사가 있다고 치면, 예전엔 어떻게 감정을 쏟아야 할지 몰랐거든요. 아이들한테 말할 때 나오는 특유의 억양 같은 건 연기자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죠. 그런데 아빠가 되어 실생활에서 그런 걸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제가 아빠는 아빠구나 생각했죠.(웃음)

현실에도 ‘보그맘’이 있다면 어떨까요? 드라마를 하면서 로봇 영상을 많이 봤어요. 그런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로봇들이 ‘보그맘’처럼 될 수만 있다면 한번 써보고 싶어요.(웃음)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사이 연기 철학이 좀 달라졌나요? 남자 배우는 마흔부터라는 얘기를 10대 때부터 들었어요, 현장에서. 그때는 아득히 먼 일 같았는데 저도 어느새 마흔이네요. 이제 시작이죠. 30년 동안 워밍업을 했다고 생각해요. 30년간 현장에서 연기를 공부했으니 이제 시작해보자는 마음인 거죠.

30년의 워밍업을 끝내고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거군요.(웃음) 배우 양동근의 2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릴 때는 꿈이 있었어요. “나는 성룡처럼 될 거야.” “마이클 잭슨처럼 될 거야.” 액션 영화를 찍고, 앨범을 내면서 그 꿈을 이뤘죠. 초년에 출세해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올라갔다 떨어지는 기분을 맛봤어요. 빨리 성공하고 빨리 떨어졌죠. 이제는 제가 계획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죠. 그저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2막을 맞으려고 해요.

지난 30년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요? 이런 삶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에 대해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죠. 연기를 하면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런 점에 감사하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굉장히 기대돼요.

양동근 씨 같은 ‘다둥이’ 아빠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은 뱀으로 치면 허물을 벗는 ‘탈피’의 시기 같아요. 저도 아빠가 돼가는 시점이에요.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방긋 웃는 거 보고 힘내서 일하고. 아이들이 더 크면 말도 안 듣고 키우기도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그래서 ‘지금이 좋을 때다’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로 <보그맘>과 관련된 스케줄이 모두 끝난다고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일단 연말연초라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을 좀 가져야 하더라고요. 어떤 때는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왔으면 된 거 아닌가 싶다가도 부족한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당분간 그간 미흡했던 육아에 더 신경 쓰려고 해요. 아내한테 휴가도 주고 싶고요.
등록일 : 2018-01-05 17:23   |  수정일 : 2018-01-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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