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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원 두 번 째 사춘기 앓는 사연

연기 경력 17년 차. 김재원은 아직도 변화 중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쉴 새 없이 세상과 부딪히는 중이다. 여전히 소년 같은 그는 지금 두 번째 사춘기를 앓고 있다.

어시스턴트 박세나
스타일리스트 이지은
헤어 순철(순수 청담점)
메이크업 기보(순수 청담점)
소품 킨키로봇, 팀버샵

글 | 서재경 여성조선 기자   사진 | 장호

체크무늬 수트는 아르코발레노, 화이트 셔츠·패딩 베스트는 나우, 손목시계는 프레드릭 콘스탄트, 팔찌는 토마스사보.
해맑게 웃으며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온 김재원은 뽀얀 피부와 여전히 유효한 ‘살인 미소’까지 이제 막 드라마 <로망스>(2002)에서 걸어 나온 최관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동안의 외모를 제외하곤 그를 둘러싼 많은 것이 변화했다.

데뷔 이후 줄곧 여심을 설레게 하는 선한 역할만 맡아온 그는 어느덧 악역의 눈빛까지 소화하는 깊이 있는 배우가 됐다. 타협을 모르던 성격은 이제 상대의 요구와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맞출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 뿐만 아니다.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방송을 진행하는 MC로도 거듭났다. 지난 9월 전파를 타기 시작한 TV조선 <매직 컨트롤>이 그가 맡은 프로그램이다.  

“마음 가는 대로 순응하며 살기로 했어요.”

아직 자신의 모습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그는 일단 이것저것 부딪혀보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연기든, 예능이든 다양한 모습을 쌓아가다보면 언젠간 하나의 꼭짓점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에 접어든 김재원을 만났다.  

MC를 맡았습니다. 축하드려요. 제가 관심 있던 심리와 마술에 관련된 프로그램이라 흥미로워요. 무거운 현안을 다루는 MBC <리얼 스토리 눈>을 진행하다가 즐거움을 주는 TV조선 <매직 컨트롤>을 진행하게 되어 새롭기도 하고요. TV에 우울한 내용만 나오면 계속 생각하게 되고 쉴 수가 없잖아요. 즐겁게 사는 것만이 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거움이 삶의 바탕이면 좋으니까요. 저희 프로그램이 일상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개인적으로도 즐거움과 활력이 필요한 시기인가요? 그것도 맞아요. 마술이란 주제로 녹화를 하다보니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아요. 훗날 연기자로서 저런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배우고요.

끊임없이 연기 생각을 하는군요. 언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소스를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볼 줄 알아야 표현력도 풍부해지니까요.

과거 인터뷰에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이 없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뀐 이유가 뭔가요? 인생을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가듯 순응하면서 살고 싶어졌어요. 그동안 정리한 생각들이 틀린 건지 맞는 건지 확인 작업도 하면서요. 이전에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진중함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을 하지 않았다면, 이젠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예능에서 손 내밀어주신 것도 감사한 일이고요. 생각이 많아지니까 아웃풋이 썩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많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순응하기로 했어요.

이제 배우에게도 예능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신비주의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어요. 대중과 소통하는 단계로 넘어온 거죠. 대중과 연기자가 호흡하는 장으로 예능도 충분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예전엔 선택 권한이 많지 않았어요. 공중파 몇 가지 정도고. 그런데 요즘은 채널 수가 많잖아요. 이젠 시청자가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보는 시대가 됐죠. 다양성을 갖출 필요가 있어요.

평소 농담도 잘하고 재미있는 성격이라고 들었습니다. 예능을 해보고 싶지 않았나요? 예전에는 조심성이 좀 없었어요. 할 말은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 방송 룰에 맞추기 싫었죠. 방송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 하지?’라고 생각해서 타협도 안 하고. 그런데 오히려 자꾸 부딪혀나가는 게 답을 주더라고요. 이제는 방송의 요구와 제 생각을 어떻게 융화해서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됐어요. 재해석하고 재생산하는 법을 연습하는 거죠.

예전보다 성숙해졌기 때문인가요? 아직 멀었죠.

연기 17년 차,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배우로 보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하나요? 배우 아니면 뭐 했겠어요, 제가.(웃음) 사실 예전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다보니까 근거 없는 자신감과 부딪히더라고요. 세공되지 않은 나 자신을 ‘이게 나야!’ 하고 드러내는 건 예술이 아닌 것 같아요. 예술은 인간에 대해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이제 그걸 하려니까 힘들어 죽겠어요.(웃음) 그렇지만 고마운 직업이죠. 한 번뿐인 인생을 다양한 색깔로 경험해볼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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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수트는 바톤 권오수, 스니커즈는 프리미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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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수트는 리마조테일러, 화이트 셔츠는 바톤 권오수, 손목시계는 오바쿠, 블랙 더비슈즈는 로스트 가든.

선한 캐릭터를 맡았던 데뷔 초와 달리 최근엔 <화정>이나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를 통해 악역 또는 복수를 꿈꾸는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캐릭터 선택 기준에 변화가 생긴 건가요? 궁극적으로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찾고 싶어요. 흘러가면서 이것저것 경험하다보면 지금의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그 끝에 뭐가 있을지 찾아가는 거죠.

인간 ‘김재원’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저에 대해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연기자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진짜 내 모습은 뭔지 고민하게 돼요. 연기자로서 극중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큼 저라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요. 방송에서,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요구되는 역할이 각각 다르잖아요. 다양한 모습을 어떻게 하나의 지점으로 모을 수 있을까 생각하죠. 지금 오춘기나 육춘기쯤 된 것 같아요.(웃음)

제2의 사춘기인가요? 사춘기라는 게 어릴 때 여러 가지 인격들이 부딪히는 과정이잖아요. 어떤 인격으로 나를 정리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사춘기가 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 새로운 환경을 만나니까 그런 과정을 또 겪는 거고. 40대면 정리가 좀 될 것 같아요. 요즘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요.

생각이 많아 보입니다. 책도 많이 읽나요? 많이 안 읽어요. 일주일에 한 권 정도?

많이 읽는데요.(웃음) 그런가요? 혼자만의 경험으로는 정리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어요. 저보다 훨씬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이 써놓은 걸 저는 1만원에서 1만5000원 주고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책을 보면서 ‘이건 해봐야지’ ‘이건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판단 내리는 거죠.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나요? 최근엔 건강 관련 책을 많이 봤어요. 저도 몸이 안 좋아지는 걸 느끼고, 사람을 만나도 아픈 사람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의학 정보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마음 정리를 위해 심리 관련된 책도 많이 봐요.

책 읽기 말고 취미는 뭔가요? 클라이밍이 좋아해요. 기구도 사놓았어요. 해외직구를 했는데 무게가 무거워서 배송료가 물건 값을 넘어섰어요.(웃음) 클라이밍은 다른 운동보다 팔다리를 훨씬 많이 써요. 저는 단기간에 속성으로 빨리 이루는 걸 좋아해요.(웃음) 클라이밍이 그렇죠.

성취 지향적인 편인가요? 그보단 고민을 덜하고 싶어서예요.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과연 깊게 오래 생각하는 것이 답일까?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간단명료하게 집중해서 뭔가를 깨닫는 것도 나쁘지 않거든요. 오래 고민해야 올바른 답이 나올 거란 기대는 나만의 생각일 뿐이잖아요.

팬들과 2년 만에 팬 미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땠나요? 좋았어요. 변화의 지점이 된 것 같아요. 20대 때는 팬들과의 소통이 그저 팬과 연기자의 만남이었다면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알 만큼 호흡도 맞아요.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지금은 있는 그대로 대화하고 얘기하는 걸 즐겨요. 자연스럽지 않은 건 나중에 힘들거든요.(웃음)

팬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좋은 배우’라고 불러주는 배우요. 별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좋은 배우. 더 이상 바라지도 않아요. 반감 없이 좋은 배우가 되는 것, 그거면 돼요.

주말 밤입니다. 인터뷰 끝나고 뭐 할 건가요? 낚시 갈 거예요. 저하고 17년 알고 지낸 헤어 디자이너 형, 매니저 했던 친구랑 셋이요. 그 친구가 지금은 포장마차 사장이 됐거든요. 생선을 잡기만 하면 회도 떠주고 매운탕도 끓여줘요. 저는 배낚시를 스무 번 정도 갔는데 한 번 밖에 고기를 못 잡았어요. 밑밥만 뿌리고.(웃음) 디자이너 형은 낚시를 좋아하니까 저는 가서 옆에 앉아 음악 틀어놓고 책 보려고요. 저는 그냥 맛있는 거 얻어 먹으러 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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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트라이프 수트는 아르코발레노, 터틀넥은 타임옴므, 안경은 로렌스폴.
등록일 : 2017-11-08 09:15   |  수정일 : 2017-11-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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