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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가수 김종환·리아킴 합동 쇼케이스

‘부녀지간’ 같기도, ‘사제지간’ 같기도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종환과 그의 딸 리아킴은 한 가지로 규정될 수 없는 사이로 보였다.
대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엔 대견함과 존경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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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재경 기자   사진제공 | 안규림

‘존재의 이유’ 김종환이 4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가수로 데뷔해 두 번째 곡을 발표한 딸 리아킴과 함께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동시에 새 앨범을 발표하며 합동 쇼케이스 무대를 가졌다. 김종환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 최초의 가수 부녀 쇼케이스란다.

두 사람은 사실 오랜 시간 부녀지간임을 숨겨왔다. 김종환은 딸이 자신의 후광 대신 본인의 실력으로 당당히 서길 바랐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리아킴이 2012년 발표한 곡 ‘위대한 사랑’은 방송도 제대로 한 적 없지만, 동영상 사이트에서 2천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리아킴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존재의 이유’를 발표했을 당시 김종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존재의 이유’는 당시 정식으로 판을 발매하기 전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길거리에서 온통 ‘존재의 이유’가 울려 퍼졌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 <첫사랑>의 남자주인공 테마곡으로 사용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으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인기를 얻었다.

화려한 무대나 잘 갖춰진 상황 없이 오롯이 노래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었다는 점이 부녀의 공통점이다.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운명마저 닮아버린 부녀의 ‘평행이론’은 이제 시작이다.
 
 
새 앨범 발표 축하드려요. 두 분 모두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하셨어요.
김종환
2년에 한 번씩은 앨범을 발표하다가 4년 만에 앨범을 냈어요. 심사숙고 끝에 이전과 다르게 밝은 노래로 돌아왔습니다.
리아킴 저도 ‘위대한 약속’ 이후로 5년 만에 두 번째 노래가 생긴 거라 감회가 남다르고 감사해요. 이전보다 조금 더 대중성이 돋보이고 사랑스러운 노래를 (아버지가) 선물해주셔서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부녀가 함께 컴백하신 게 보기 좋아요.
김종환
동시에 음반을 내게 됐는데, 주변에서 부녀 가수가 함께 쇼케이스를 한 건 대한민국 최초라고, 기념비적이라는 얘기를 해줬어요.(웃음) 기분 좋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리아킴 많이 떨렸어요. ‘위대한 약속’ 쇼케이스는 혼자 했거든요. 그때도 기자분들이 좀 오셨지만 이번엔 더 많이 오셨더라고요. 그런 플래시 세례를 받아본 게 처음이라 놀랐어요.(웃음) 쇼케이스가 끝나고 기사 쓰시기도 바쁘실 텐데 박수를 쳐주셨어요. 참 감사했죠.

김종환 씨가 이번에 발표하신 곡 ‘아내가 돼줄래’는 ‘존재의 이유’ ‘사랑을 위하여’랑 달리 신나는 곡이에요.
김종환  ‘프러포즈 송’이에요. 사실 남자들이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안 하잖아요. 속마음은 사랑하지만 여자는 오해할 수 있죠. 그래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면 이 노래를 불러주라는 의미에서 만들었어요. 자기도 배워서 아내에게 불러주겠다는 신랑도 있더라고요.(웃음)

리아킴 씨의 ‘내 남자니까’는 노래 속에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감성이 녹아 있어요.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리아킴 제가 50~60대의 감성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제 나이대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간절함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서 그때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실한 감성이 쌓이는 거죠. 억지로 끌어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김종환  리아킴 노래가 성숙하다고들 하지만 리아킴도 나이가 들어갈 거잖아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 불렀을 때에도 어색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메시지 송’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좋은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부르면서 앞으로의 삶도 그렇게 맞춰 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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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리아킴 씨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딸 자랑 좀 해주세요.
김종환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이란 곡이 2012년 가을에 나왔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동영상 사이트 조회 수가 2천만 건이 넘어요. 사실 신인이기도 하고 당시엔 제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때라 기대를 못 했죠. 그런데 너무 많은 분들이 ‘위대한 약속’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주신 거예요. 그 당시에는 정식 앨범이라기보다 기념 음반으로 발매했던 건데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신곡 ‘내 남자니까’를 발표하게 된 거죠. 마치 ‘존재의 이유’ 때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두 분이 부녀지간이란 걸 오랜 시간 숨기셨잖아요. 그때 딸의 모습이 안쓰럽진 않으셨어요?
김종환 지금에야 웃으면서 하는 말인데, 안쓰러웠죠. 예술 하는 사람들 중에서 뛰어난 사람만 모아놓은 곳이 방송국이잖아요, 거기서 대단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건 힘든 일이에요. 저는 딸을 10년 동안 강제로 훈련을 시켰어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하고 싶다길래, 손님이 오셨을 때도 노래 부르라고 시키고 길거리에서도 시켰어요. 어떤 땐 정말 버스 손잡이를 잡고 노래를 하게 시켰죠.(웃음) 딸이 준비도 많이 하고, 고생도 정말 많이 했는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잖아요. 제가 구구절절 말하는 것도 웃기고. 그래서 매니저도 제 딸이란 걸 모를 정도로 숨겼어요. 한번은 ‘위대한 약속’ 나오고 나서 지방 공연을 갔는데 저는 차로 가고, 리아킴은 고속버스를 타고 갔어요. 공연이 끝나고 차를 타고 가는데, 저쪽에서 리아킴이 본인 의상을 들고 걸어오더라고요. 차가 안 오는 데라 택시가 안 잡히니까 걸어오고 있었던 거예요.

애인 사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으셨다면서요.(웃음)
리아킴 평소에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어요.(웃음) 가족끼리 어딜 가면 직원분들이 ‘사모님’이라고 불러주시고. 아버지가 워낙 젊어 보이시다 보니 생기는 오해예요.
김종환 제가 대형 가수들한테만 곡을 주다가, 신인한테 처음 곡을 준 거잖아요. 처음엔 “친척이야? 딸이 이렇게 컸을 리는 없고”라는 반응이었어요.(웃음) 그런데 부인하니까 애인 아니냐는 루머가 생기기 시작한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곡도 주고 제작도 해줬을 리 없다고. 약간 겁도 나더라고요. 그래도 딸에게 “네가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인정받기 전까진 내가 아버지인 걸 밝힐 수 없다”고 했어요.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후 밝히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될 때까지 2년 반을 기다렸어요.

리아킴 씨는 대중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게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리아킴 아무래도 프로듀서이자 아버지이시니까요. 저를 훈련시키실 땐 정말 엄하셨어요. 처음엔 따뜻한 아버지는 사라지고 냉철한 프로듀서님만 남은 것 같아서 기댈 곳이 없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오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무대는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곳이고, 땀 흘리는 프로들의 공간이잖아요. 그걸 알고부터는 백번 이해해요.

그래도 이젠 아버지 앞에서 좀 당당해지지 않았나요?
리아킴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해야죠. 처음에는 제가 어렸으니까 실력이 늘어가는 걸 보여드리는 게 재밌었어요. 그런데 데뷔하고 나서 어려운 길이라는 걸 몸소 체험하고 더 조심스러워졌죠. 말은 아끼고, 눈으로 보고 배우고. 트레이닝할 때보다 데뷔 후 아버지께서 좀 더 혹독해지셨어요. 관객들은 아버지보다 냉철하실 수 있으니 훈련을 시키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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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유명세가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리아킴 한국에 연예인 2세들이 많아요. 어릴 때는 상처를 받는 일도 있었지만 그건 제 숙명이고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유명해지셔서 가족이 함께 살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아버지의 유명세를 벽이라고 생각하는 건 투정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한 일이죠, 오히려.

리아킴 씨가 참 속이 깊은 것 같아요. 아버지로서 대견하시죠?
김종환 그래도 고맙게 생각하죠. 스타가 돼서 돈을 많이 벌어 오고 하는 과정이 고마운 게 아니라 노래하는 자세가 준비돼 있는 것이 대견해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출연이 화제가 됐어요. 요즘 많이 바쁘실 것 같아요.
김종환 저희는 라이브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공연을 많이 할 예정이에요. 무대에서 노래를 충분히 들려드리고 싶죠. 9월 중엔 중국 공연도 계획하고 있어요.

방송을 보니, 가족들한테 특별히 애틋하시더라고요.
김종환 어려운 생활을 같이 했잖아요. 지금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그래도 같이 고생을 했으니 표현도 하고, 용기도 심어주고 싶어요. 그러면 가족들도 자기가 걷는 길을 자신 있게 갈 수 있잖아요. 요즘도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쓰면 가족한테 제일 먼저 들려줘요.

아내분에게도 ‘사랑꾼’이시던데요?
김종환 젊었을 때 제가 DJ로 일하던 음악다방에서 처음 아내랑 만났어요. 그때 아내는 음악을 감상하러 왔던 손님이었죠. 아내는 제가 라디오 DJ처럼 점잖게 음악을 소개했던 게 보기 좋아서 호감을 가졌대요. 그때부터 저를 응원해주는 팬이자 애인이자 친구였어요.

데뷔 34년 차, 힘든 일도 많으셨을 거 같아요.
김종환 어머니께서 제가 20대 초반일 때 돌아가셨어요. 그때 제가 대학생이었는데 학비도 혼자 충당을 해야 하고, 기댈 곳이 없어 모든 게 힘들었죠. 1년 내내 라면만 먹고 밥은 거의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어요. 당연히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건 아예 할 수가 없었죠. 세상이랑 바로 부딪친 거예요. 30대까지 그렇게 살다가 ‘존재의 이유’가 잘되고 나선 또 바쁘게 사느라 삶을 즐겨본 적이 없었고요.

리아킴도 어렸을 때부터 안 해본 일 없이 많은 일을 해봤다면서요?
리아킴 저희 집 흐름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주민등록증 나온 이후부터는 알아서 인생을 만들어가라고 하셨죠. 언니나 저나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며 용돈을 벌었어요. 전단지 아르바이트, 신문 배달, 우유 배달, 마트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일을 했어요.
김종환 한번은 마트에 갔는데, 시식코너에서 리아킴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더라니까요. 저는 몰랐어요.(웃음)

두 분은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세요?
리아킴 가수가 되면서 제가 더 감동을 많이 받아요. 감사하게도 제 노래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행복을 느끼죠. 지금처럼 본분을 잃지 않고 들어주시는 분들의 삶에 응원이 되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김종환 제가 세상을 떠나고, 사람들에게서 김종환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도 노래만큼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죽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가수였다는 기억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해요.
등록일 : 2017-09-13 09:13   |  수정일 : 2017-09-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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