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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火)성에서 온 김구라 vs 금(金)성에서 온 김생민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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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퇴출운동의 원인이 된 <라디오 스타> 김생민 편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의 역할은 호사가(好事家). ‘세간에서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등을 적절히 버무려 화두로 던지는 일이다. 그가 이런 악역(?)을 맡은 덕분에, 윤종신은 김구라를 적당히 타박하면서 상대의 반론 기회를 주는 식으로 토크를 이끌고, 김국진은 양측의 의견을 듣고 큰형답게 마무리한다올해 10주년을 맞은 <라디오 스타>의 포맷이다.
 
지난 <라디오 스타> ‘염전에서 욜로를 외치다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대조적인 삶을 엿보는 자리였다. 단 한 번뿐인 생을 위해 오늘을 즐기는 욜로족 조민기, 손미나와, ‘욜로 찾다 골로 간다며 미래를 위해 오늘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린고비 김응수, 김생민은 분명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거의 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두 그룹이 각자 자신의 삶에 충분히만족한다는 면에서는 묘한 교집합을 이루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김생민  
 
<라디오 스타>에 이런 훈훈함은 맞지 않다. 여기에 균열을 내는 게 MC의 몫이다. 김구라는 평소보다 더 열심을 냈다. 예능에서 착한 캐릭터는 자신을 살린다. ‘독설가는 남을 살린다. 어처구니 없는 말이나 음해를 던져 그 상황을 반박하고 모면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케미스트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예능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케미가 발생하지 않고, 다큐처럼 흐르는 방송이다. 때문에 예능에서 잘 받아준다는 것은 구박을 하든, 흥분을 하든 그가 던진 멘트에 반응을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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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로 화제가 된 김생민의 '영수증'

김생민과 그의 아내는 <라디오 스타> 출연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유재석과 같은 해 공채 개그맨으로 출발해 KBS <연예가 중계> 21, MBC <출발 비디오 여행> 23, SBS <동물동장> 17년 등 회사원처럼 방송국에 출근도장을 찍어 온 소시민형 방송인이다. 그가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영수증코너로 인기를 모아 독립 팟캐스트가 되더니 이제 지상파에 고정 프로그램 진행자가 됐다. 방송생활 25년 만에 찾아온 행운이다.
 
평소에는 웃기는 사람이 방송 울렁증으로 찾아온 기회를 애매하게 놓치면 보는 이들도 안타깝다. 밑바닥부터 성실하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김생민은 응원해주고 싶은 존재이자 미담의 주인공이다. 방송 전부터 도진 울렁증으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애매하게 보낼까 싶었는지, 김구라가 발벗고 나섰다. 김생민의 멘트 하나하나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이해가 안간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그 반응이, 이번에는 엇나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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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역할=호사가=시청자의 궁금증을 대신 물어보아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 김생민 편에서는 제 역할을 발휘할 수 없었다. 김생민은 누구보다 시청자와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소시민적인 삶자린고비 절약정신이 김구라에 의해 물어뜯기는 순간, 시청자들은 함께 물어뜯기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김구라는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성공한 방송인이었고, 김생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가장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김구라
 
<영수증>을 진행할 때 김생민은 물만난 고기같다. 영수증 한 장으로 의뢰인의 삶을 통찰해낸다. 문학적 비유는 덤이다. “손수건을 사는 건, 영국 신사나 하는 짓이다”, “비올 때 맞는 건 문학적이다등이 그렇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에 나온 김생민은 잔뜩 얼어 있었다. 출연자의 영수증을 분석하는 기회도 잘 살리지 못했다. 방송의 생리를 잘 아는 김생민은 김구라의 공격이 고마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에게는 김생민은 메이저리그에 모처럼 진출한 마이너리거였고, 그에게 돌직구를 던지는 김구라는 칠 수 없는 공을 주는 야속한 존재였다.
 
김생민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라면 김구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의 방송인생에도 곡절이 많았다. 2012년 펴낸 그의 책 <독설대신 진심으로>에서 그는 이상한 방송으로 인기를 얻어 완벽한 무명 개그맨 김현동이 (<아내의 유혹>의 점 하나 찍은 장서희처럼) 방송인 김구라가 되어 지상파에 돌아온 것도 이상한 일이다. 이런 과분한 행복이 현실이 되나 싶었는데, 어느 날 불쑥 10년 전 방송이 튀어나와 이렇게 된 것도 이상하고, 이렇게 나는 다른 이들보다는 꽤나 이상하고 굴곡 있는 10년의 세월을 정신없이 살아왔다고 썼다. 그리고 다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네티즌 28천 여명이 “<라디오 스타> 김구라 퇴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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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김구라 퇴출 운동

여기에 참여한 이들은 아마 김생민처럼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같은 절박한 삶을 살아온 이들일지 모른다. 평범한 우리는 늘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애매한 포지션으로 일상을 견딘다. 이들에게 김구라는 삶에 갑자기 로또가 터졌고, 그 기회를 밑천삼아 정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성공한 1%에 해당하는 그가 99%를 대변하는 김생민을 조롱하고 얕잡아볼 때, 보는 이들은 같은 모멸감을 느낀다. 사실 김생민이 <라디오 스타>에서 주눅이 들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검열하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별다방 커피 한 잔을 기꺼이 여기는 그의 모습이 놀림거리가 될 때는 화가 나기도 했다.
 
밥줄 함부로 끊지 마라
 
그러나 퇴출 운동은 다른 이야기다. ‘김구라 퇴출 운동은 한 방송인의 밥줄을 끊으려는 시도다. 물론 이 일로 김구라의 생계가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생민의 가치에 동의한 이들은 밥줄의 숭고함을 아는 이들이다. 그가 20여 년간 한 방송을 장기근속하며 보여준 성실함과 묵묵함을 높이 산 이들일 것이고 말이다. 그런 이들이 한 사람의 발언이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고, 여기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해서 그를 리그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횡포다.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은, 다른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건 성실한 김생민이 사는 세상에서든, 성공한 김구라가 사는 세상에서든 마찬가지다
등록일 : 2017-09-01 16:13   |  수정일 : 2017-09-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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