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FUN | 방송·연예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그렇게 배우가 된 엑소의 수호, 그리고 김준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있을까 싶은데,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현재 가장 핫한 그룹 엑소의 리더 수호가 신인 배우 김준면의 이름으로 출연한 영화 〈글로리데이〉가 개봉했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청년이 쓴 반듯한 청춘의 기록이다.

글 | 유슬기 톱클래스 기자   사진 | 김선아
필자의 다른 기사

“처음은 독립영화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기다렸어요.”

엑소의 수호는 배우 김준면이 되기를 틈틈이 그리고 간절히 기다렸다. ‘미지의 행성에서 온 스타’를 뜻하는 엑소는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큰 팬덤을 소유한 보이 그룹이다. 그런데 영화 〈글로리데이〉 속 상우(김준면 분)는 후미진 뒷골목에 사는 청년이다. 먼저 영화로 데뷔한 엑소의 디오 도경수도 영화 속에서는 유독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붙인 역할을 맡아왔다. 〈카트〉의 태영도, 〈순정〉의 범실도 그랬다. 이들에게 가수의 세계와 배우의 세계는 명확히 분리된다.

“화려하고 멋있는 인물보다, 어딘가 모자란 게 있는 인물에 더 끌렸던 게 사실이에요. 흔들리는 청춘을 담은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가 좋아했던 작품도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영화예요.”

〈글로리데이〉의 시나리오를 보고 ‘드디어 왔구나’ 싶었다. 캐스팅 과정은 지난했다. 오디션이 있었고 최정열 감독과 몇 번의 만남을 가졌다. 네 명의 청춘 중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정말로 영화를 하게 될지도 모른 채 넉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 연락이 왔다. 최 감독은 그에게 “상우를 맡아달라”고 했다.

“사실 류준열 형이 한 지공 역할이 저랑 가장 비슷해요. 상우는 반듯하고 착한 인물이라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저한테 상우의 모습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을 땐 몰랐는데 촬영을 하면서 상우가 저한테 훅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을 맞아 하루의 여행을 떠난 네 명의 친구가 맞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은 로드 무비다. 해맑았던 청춘들의 여행은 세상의 부조리와 만나면서 흔들리고 구겨진다. 이들이 보게 되는 세상의 민낯은 참혹하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떠넘기는’ 어른들의 손에 이리저리 떠넘겨지던 여행의 말미, 이들은 바로 그 어른의 얼굴을 한 자신들을 보게 된다. 이 진흙탕에 발 담그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 상우다.

“어른이 된다는 게 무섭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서 또래에 비해 사회생활을 일찍 한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늦게 알아도 될 것들을 미리 안 것도 있죠.”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

〈글로리데이〉
김준면은 엑소에서 리더를 맡고 있다. 팀을 책임지는 어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어서인지, 〈글로리데이〉에서는 큰형 류준열이 있었는데도, 네 배우의 친목을 도모하는 데 앞장섰다.

“둘째라고 리더십이 없어도 되는 건 아니에요(웃음). 준열이 형이 서른한 살, 제가 스물여섯 살, 밑에 두 친구가 스물두 살(김희찬), 스물한 살(지수)이라 제가 중간 역할을 해야 했어요.”

영화를 마친 뒤에는 용비 역을 맡았던 지수와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데뷔 후 처음 가진 일탈이었다. 그때의 흥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스킨스쿠버를 한 날은 김준면이 자신의 인생에서 꼽는 ‘글로리 데이’가 됐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 저 너머에는 이렇게 큰 세상이 있다는 놀라움을 경험했다. 아이돌이라는 꽉 짜인 일정에서 얻은 자유라 더 소중했다.

“얼마 전까지 (엑소는) 통금시간이 있었어요. 연습생일 때도 하루 일과를 철저히 관리 받았죠. 미국 여행은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얼마 만에 느껴보는 자유인지, 그랜드캐니언에서는 상의를 탈의하고 다녔어요.(웃음)”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길거리에서 캐스팅 되어 연습생을 시작했다. 열아홉에 다리 부상을 입었다. 3년 동안 준비한 데뷔인데, 언제 다시 춤을 출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암흑 같은 시간이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기왕 이렇게 된 거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연습생이긴 했지만 연기자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기 때문에 한예종 연기과 시험을 봤어요. 준비 기간이 짧았는데도 운좋게 합격을 했어요. 아마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드려서 그랬던 거 같아요.”

당시 그가 오디션에서 연기한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진지하지 않게, 유쾌하게 비튼 것이 주효했다. 합격보다 기쁜 건 동기들을 얻은 것이었다. 지금도 절친하게 지내는 배우 변요한은 〈글로리데이〉 대사 연습을 같이 해주기도 했다.

“연기자로 데뷔가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주변에 연기를 정말 잘하는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많거든요. 그분들도 지금 좋은 작품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글로리데이〉는 그가 그 기적을 목격한 곳이기도 했다. 촬영 기간 매니저도 없이 손수 운전해 현장을 오가던 배우 류준열은, 영화 개봉 무렵에는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되어 있었다. 특히 그의 연기를 보면서 ‘지공은 그냥 준열이 형 거였구나’라고 느꼈다는 김준면은 덕분에 연기에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준열이 형도 서른이 넘어서 빛을 본 거잖아요. 형이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감탄밖에 안 나와요. ‘어떻게 이 대사를 이렇게 살리지?’ 싶어서요. 다른 배우들도 그래요. 전 모든 인물이 다 좋아서 다른 인물 대사도 다 외웠어요.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도요.”

김준면이 연기한 상우는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고 한동안 사라진다. 그리고 자신을 버려 친구들을 구한다. 김준면은 자신이 사라져 있는 동안, 남은 세 친구의 연기를 보면서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한다.

“제가 한 연기보다 다른 사람이 한 연기를 보는 게 더 슬프더라고요. ‘내가 없는 동안 저런 일들을 겪었구나’ 싶어서요. 그걸 제가 다 흡수하고 있어야, 마지막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험준한 산행을 준비하며


〈글로리데이〉는 4월 1일 현재, 다양성 영화 관객 수 1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김준면의 연기자 데뷔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부디 자신의 연기가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만을 바랐다는 그의 바람도 이루어진 셈이다.

“연기자로서의 꿈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가수로서는 많은 사랑을 받았고 큰 무대에도 서봤지만 배우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죠. 언젠가는 스스로를 ‘배우’라고 말하는 게 떳떳했으면 좋겠어요. 아주 먼 훗날에는 배우들의 시상식이라는 큰 무대에서 배우로 서보고 싶어요.”

엑소가 현재 정상의 아이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 그룹의 리더는 지금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묶고 있다. 다시 험준한 산에 오르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는 중이다. 조급해한다고 일이 풀리지는 않는다는 게 앞선 산행에서 배운 교훈이다. 아이돌로서 치명적인 다리 부상이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듯이, 앞으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갈 생각이다.

“꿈을 잃으면 청춘이 끝난다고 하잖아요. 제 청춘은 앞으로 20년은 갈 것 같아요. 아마 마흔은 넘어야 가정을 꾸리지 않을까요?(웃음) 그때까진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려고요.”

〈글로리데이〉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고 말하는 청춘의 씁쓸한 기록이다. 그런데 김준면이 맡은 상우만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시종일관 반듯했던 이 청년은 자신을 던져 ‘청춘의 상징’으로 남았다. 최정열 감독이 김준면에게서 발견한 청춘의 얼굴이다.
출처 | 톱클래스 2016년 5월호
등록일 : 2016-04-28 09:42   |  수정일 : 2016-04-28 09:40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