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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 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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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 김준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완연한 만춘(萬春)의 중심에서 관객들을 만날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이돌에서 스칼렛으로 거듭난 루나, 숨 쉬는 것만으로도 이미 레트가 돼버린 김준현을 만났다.

글 | 이창희 프리랜서 기자   사진제공 | 이종수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혀도 봄은 어김없이 기지개를 켜고 여름을 향해 무르익어간다. 언제부터인가 갈수록 짧아지는 슬픈 계절, 그 소중함은 간절함에 다다른다. 이대로 그냥 지나쳐 보낼 수밖에 없는 봄을, 이내 사라져버릴 봄바람을 어떻게 새겨 남겨놓을지는 당신의 몫이다. 따뜻한 햇살과 싱그러운 풀내음, 어딘지 모를 아련한 외로움과 스산함. 두 얼굴의 봄처럼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두 배우가 한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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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늘 기대되는, 또 다른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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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정말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죠? 이를 어찌한담.”

약속시간에서 길게 잡아야 5분 정도 지났을까. 미안함 가득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가 숨도 돌리기 전에 사과부터 건넨다. 예의상 당연한 인사치레일 수 있지만 루나는 요즘 정말 바쁘다. 새롭게 내놓은 디지털 싱글 ‘그런 밤’ 활동 초기이자 4월 18일부터 공연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연습을 병행하고 있어서다. 몸은 힘들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해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봄 햇살이 서렸다.

루나의 보컬은 데뷔 이래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본 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부분이다. 갈수록 음역대의 폭이 넓어지고 파워도 붙는 것이 확연하다. 그렇지만 목을 혹사(?)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물론 힘들다고 느낄 때가 없진 않아요. f(x) 시절에는 댄스를 소화하면서도 제 파트만 잘 부르면 문제가 없었지만 4분 동안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니까. 아무래도 부담될 때가 있죠.”

당연한 궁금증이지만 그렇다면 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루나는 의외로 “규칙적인 생활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1시간을 연습하면 1시간은 무조건 휴식을 취하고, 코어 운동과 함께 적정 수면 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절대 수면량이 부족한 경우에도 바른 자세를 통해 ‘깊은 잠’을 유도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루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식생활. 많은 발성이 필요한 날 그녀가 먹는 음식은 삼계탕이나 쌀국수다. 남기지 않고 애써 다 먹고 나면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노래에도 힘이 실린단다.

이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그녀가 맡은 스칼렛 오하라 역은 결코 소화하기 만만한 배역은 아니다. 우리가 영화를 통해 알고 있듯 스칼렛은 각지를 떠돌며 여러 남자와 사랑을 하고 결혼하는 인물이다. 일면 밝으면서도 어두운 구석이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도 내리곤 하는. 그 과정에서의 내적 갈등과 변화하는 심경의 디테일을 루나가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녀의 8번째 뮤지컬 작품이다. 아직 스물여섯의 풋풋한 나이. 그럼에도 그녀는 댄스 그룹으로 데뷔한 뒤 솔로 생활을 경험했고, 지금은 뮤지컬 영역에까지 발을 들였다. 인지도를 무기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여느 아이돌 중 하나가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연 그럴까.

“저에게 뮤지컬은 두 가지 의미예요. 하나는 건강한 삶을 만들어주는 기반이 돼줬다는 것.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저 스스로를 이해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장르니까요. 다른 한 가지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그동안 제가 오래 해온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입장이고,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행복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스칼렛 역할은 루나 외에 가수 바다와 배우 김보경도 함께 연기한다. 가요계-뮤지컬 선배들과 같은 롤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정말 멋진 분들이고, 배울 것이 많은 분들입니다. 선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고,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루나는 미지의 영역인 ‘또 다른 인생’에 대한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이 돼 있었다. 그녀가 삶을 헤쳐 나가는 동안 고스란히 얻은 경험치 덕분이다. 호흡을 맞춰 무대를 만들던 그룹 시절,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던 솔로 시절. 두 가지 역할을 합쳐놓은 것이 뮤지컬이라고 본다면, 그녀가 뮤지컬에 도전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꿈’이 궁금해진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둘러싸인 사람이라면 미래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망설일 법도 한데 루나는 막힘없이 털어놓는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50가지 일을 이미 정해뒀어요. 노래 외에도 옷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것들을 가지고 나중에는 저만의 콘텐츠로 방송을 할 거예요. 그렇지만 또 모르죠. 저 스스로도 궁금하긴 해요.(웃음)”
 
 
 
그의 시선
“면허 없는 의사가 있다면, 그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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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6년, 한국에서 8년, 24개 작품. 그래서일까. 갓 40대에 접어든 배우 김준현에게서는 묵직함이 풍겨 나온다. 정작 본인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미 오라(auro)의 자취는 스스로 숨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는 현재 뮤지컬 <삼총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아토스 역으로 열연 중이다. 5월 말까지 공연하는 점을 감안하면 4월 18일에 시작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일주일가량 기간이 겹친다. 평소 ‘더블’로 무대에 서지 않는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넌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레트 버틀러야’라는.(웃음) 제게 용기를 주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들에 (레트 역이) 나한테 맞는 옷인가를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믿고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습하는 중입니다.” 

김준현은 2005년 일본으로 건너가 극단 사계(四季)에서 2010년까지 굵직한 작품들을 소화했다. 라이온킹, 에비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아이다, 레미제라블 등이 그의 출연작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마타하리, 햄릿, 레미제라블, 명성황후, 드림걸즈, 고스트, 조로, 지킬앤하이드, 삼총사 등의 무대에 섰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그다. 양국 뮤지컬의 차이가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일단 시장 규모나 활성화 차원에서 일본이 앞선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관객의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일본 관객들은 심각할 정도로 감정 표현을 꺼립니다. 극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순간에도 침묵을 지키는 편이죠. 첫 공연 당시 무대에서 무척이나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한국 관객들은 훨씬 더 능동적입니다. 웃음도 눈물도 즉각적이고, 마음껏 감정을 표출하는 데 익숙한 것 같습니다. 국적을 초월해서 인기가 있는 것은 아무래도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 것 같아요.(웃음)”

많은 작품을 접한 배우라면 누구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 하나쯤은 가슴속에 품고 있는 법. 김준현은 2007년 일본에서 출연한 <에비타>를 꼽았다. 작품 특성상 연기보다 노래 비중이 훨씬 높았고, 연극을 전공한 그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더구나 아직 익숙지 않은 일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는 굳게 결심하고 한 달 반 동안 극한의 트레이닝을 통해 체 게바라로 거듭났고, 무사히 작품을 소화할 수 있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에비타>를 해내는 과정에서 음악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요. 그 시기를 보낸 덕분에 이후 작품들은 스스로를 믿고 임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에게 뮤지컬이 무엇인지 물어도 무리가 없을 시기가 된 것 같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는 동안 그에게 축적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 아픔을 지니고 산다고 믿어요. 의학적인 치유도 있지만 마음의 병을 고치는 것은 배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을 보고 노래를 들으면서 밀려드는 감동으로 치유받을 수 있다면, 충분한 것 아닌가 합니다. 무대에서 단 10초라도 진실하고 절실한 모습으로 연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스토리에 익숙한 중장년층의 발길이 예상되지만, 김준현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느 한 연령대의 관객들로 국한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아무래도 나이 드신 관객들이 더 친숙하게 느끼실 수 있지만, 20~30대 젊은 관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이 보러 오시더라도 따뜻함을 안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등록일 : 2018-05-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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