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FUN | 공연·전시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백년을 기다리는 설치미술가, 한석현

글 | 배기열 아트식스 예술감독(부사장), 트라바움창의아트센터 대표관장   사진 | 안규림

Reverse-Rebirth Project_Antlers-03
예술은 동시대 삶의 형식에 기대어 있다. 아무리 기발하고 기막힌 예술일지라도 말이다. 한석현의 예술은 삶을 기조로 한 행위의 실존적 재현이며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의 보고다. 이는 예술을 심는 땅의 이름이 삶이 되고, 그렇게 서로 아름답게 어울려 100년간 삶을 지탱하고 그 자연은 우리를 보듬는다. 작품들은 인간적 삶의 한가운데서 체험되는 현상이나 가치를, 자연에 대한 실존적 해명을 지극히 풍자적인 형식으로 보여준다.
 
 
본문이미지
한석현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2017), (2016), <형광초록>(2015) 및 기획전 <카라치 비엔날레>(2017), <'표준자연/Quality Control'>(2016) 등 다수 전시를 선보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6년 3월 미국 보스턴미술관(Museum of Fine Art, Boston) 기획전 에 참석했다.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나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환경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현대미술과 생태학적 실천ecological practice의 확장적 결합을 모색하고 있다. 예술-기술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실험을 전개하고 그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이다.
주된 관심사는 ‘텃밭/도시농업/정원’ 등의 인공적 자연artificial nature의 개념을 확장시켜 구체적인 작업의 형태(project)로 실현하는 것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특히 설치미술가는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습니다. 한 작가는 어떠신가요? 미술을 시작하고 아동미술, 벽화 제작, 조경공사 등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전업 작가가 된 지 4년 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힘들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행복합니다. 요즘은 기업, 미술관, 국가기관 등에 설치조경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충분하지 않지만 작품 제작비와 작가비를 받고 있습니다. 

한 작가는 레지던시(작가지원 프로그램)를 많이 하신 듯합니다. 국내외 상황은 어떤가요? 국내는 경기창작센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창동창작촌 등에서 작업할 수 있었고, 해외는 뉴욕아트오마이 프로그램, 스코틀랜드 글렌피딕, 독일 베타니엔, 베베카 등에 참여했습니다. 국내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해외와 같이 잘되어 있습니다. 특히 해외 프로그램은 제가 알지 못하던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들은 제 작업을 긍정적으로 소개해주어서 해외에서 계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RRP:Reverse Rebirth Project(다시, 나무프로젝트)’와 오뉴월 이주헌갤러리 <형광초록전> 등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나무프로젝트’는 2011년에 시작해서 2012년 완성했습니다. 측량사업을 하시던 부친이 은퇴 후 과수원을 운영했는데 그때부터 조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무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동시대 자연에 관심이 많습니다. 과일이나 표준화된 자연 등 말이죠. 개인 작업을 하다가 미국 센트럴파크에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공공미술 방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폐목을 수집해서 고목 구조물을 만들고 그 틈새에 나무와 풀을 심어 새로운 생명을 자라게 하는 작업(다시, 나무프로젝트)을 하는데 생명이 잘 자라던가요? 주변 환경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콘셉트가 맞는지요? 우선 주변 환경 생태계부터 조사합니다. 경기창작센터에서 300종 모종을 심어서 테스트했고 10여 종만 살아남았지요. 그 나무를 엄마나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100년을 기다리길 바랍니다. 썩어서 무너지고 다시 새로운 풀과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매 순간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지금도 국내외 설치된 곳에서 10분에 한 번, 3분에 한 번씩 기록됩니다.

마트나 시장에서 판매하는 과일이나 채소가 지나치게 싱싱한 초록이어서 불편하고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2005년 상추 작업 시기부터입니다. 생활에서 오는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는 녹색도시, 녹색성장, 친환경, ECO 등 모든 곳에 초록(녹색)이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초록 포장이 많아진 시기였습니다. 불편하고 불안하다는 느낌보다 생경한 느낌이었습니다. 사회가 현상을 확 받아들인 것입니다. 작가로서 목격자였습니다.

‘밸런스’ 작품에서 담배나무 화분 씨소가 인상적입니다. 자라나는 속도나 광합성에 따라 균형이 바뀌는데 이 작품에서 정확히 말하고자 한 의도는 무엇입니까? 밸런스보다 컨트롤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립니다. 자연을 컨트롤하는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담배는 국가를(혹은 국가가) 컨트롤하는 식물입니다. 개량이 무엇보다 빠른 식물입니다. 씨앗을 심고 성장을 인공 혹은 하이브리드 교작을 합니다. 그 결과의 산물입니다. 미국 버지니아 씨앗을 심어봤습니다. 가벼우면 올라가서 인공 조명을 쐬고 자라서 내려오면 광합성은 차단되고 물만 공급받고 다시 가벼워져서 올라가는 씨소입니다.
 
본문이미지
52-Reverse-Rebirth Project@Buk Seoul Museum of Art donated wooden materials and stories, plants, screw nails, watering system. 2013

본문이미지
08-Extreme-Experimental-FRESH극한신선경험기 acrylic on polypropylene, wood 40×30×220cm 2008

본문이미지
27-SUPER-NATURAL-03 digital c-print 60×40cm 2009

자연을 소재로 하는 작가들은 많습니다. 특히 덴마크 출신 올라프 엘리아손이 기후, 환경, 자연을 잘 활용하는데 서로 닮은 점이 있다고 보는지요?  동시대 최고 작가입니다. 존경합니다. 특히 바라보는 현상을 사람들이 관심 있는 영역으로 잘 끌고 오는 것 같습니다. 영향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 철학자, 공학자 포함 스태프가 100명 정도 있습니다. 하나의 기업입니다. 규모가 큰 작업을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많은 친구들이 돕고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해온 ‘신선한 조각, 신령스럽게 신선한: 삼위일체, 순도 999.9% 신선한, 엄청 자연적인’ 등은 이상화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집착과 강박을 풍자한 것입니까? 누구나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강박은 큽니다. 스트레스 풀듯이 작업을 했습니다. ‘사라지기 쉬운 새로움, 오답의 쾌감’ 같은 풍자도 있습니다.

2010년 이후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초록의 물신성(物神性)을 해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나무→목재→폐목→인공 구조물→나무가 되는 사이클 프로젝트를 더 확장해서 진행할 겁니까?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해를 깊이 파고들고 싶습니다. 특히 사막을 초록으로 만드는 ‘황사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즉, 작가로서 황사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늘 생각합니다. 대안기술을 적용하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조금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물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또 태양열을 이용하여 모래를 녹이는 것입니다.

글렌피딕 레지던시(더프타운)에서 진행한 작업은 글렌피딕 재단이 100년간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으로 압니다. 작가비를 1700만원 받았습니다. 빚 갚고 나니 남는 게 아무것도 없더군요.(웃음) 순수하게 아이디어를 인정해준 것입니다. 체재비와 작품 제작비, 여행경비는 별도로 제공받았습니다. 한 작품을 하는 데 3000만~5억원 가까이 듭니다. 가뭄에 단비 같은 기쁜 일이었습니다. 특히 100년 가능성을 그들이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변화되고 안전하게 버텨준다면 독특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RRP(다시, 나무프로젝트)’는 여러 곳에 설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허술하지만 용케 균형 잡고 있는 설치물이 되었습니다. 그 작품들로 한석현 작가의 인지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콘셉트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그것으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고요. 지금도 그 작업은 계속되고 100년간 버티기를 바라며 다큐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작업의 동력은 보통 반전에서 옵니다. 작품의 외형뿐 아니라 작품 제목을 다는 방법도 재미가 있습니다. 언어유희를 통해 풍자하는 것은 아마도 아내의 유머에 기인한 듯합니다. 제 롤 모델은 요셉 보이스입니다. 그의 태도나 미술계 밖에서 개념을 가져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안규철 선생과 최정화 작가, 앤디 골드워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내는 아무리 힘들어도 늘 유머로 저를 달래줍니다.

한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시절 만난 일본 유학생 곤도 유카코를 아내로 맞았다. 미인인데다 유머가 넘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올해 일본 가나자와에 있는 21세기미술관에서 특별전이 있습니다. 미국 아이다호 보이저시 초대 레지던시가 진행 중입니다. 내년엔 ‘제3의 땅’이라는 주제로 베를린 노드반호프 공원에서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정원’이라는 프로젝트를 국내와 해외에서 교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등록일 : 2018-03-26 08:50   |  수정일 : 2018-03-26 09:28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