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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블데드>, ‘깝본능’ 200% 살린 ‘조권’만의 캐릭터 완성

글 | 시정민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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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활동은 노래, 춤, 연기 등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다. 특히 뮤지컬 무대는 이들의 끼와 재능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면서 관객들의 환호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단순히 활동 영역을 확대하기보다 진지하게 뮤지컬 배우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아이돌이 늘어나고 있다.
 
조권은 2008년 가수 2AM으로 데뷔해 2013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발을 내딛은 뮤지컬<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여흥과 환락에 탐닉하는 유대의 왕 ‘해롯’을 연기했다. 그리고 이듬해 화려한 옷과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채 무대 위를 활보했다. <프리실라>의 ‘아담’을 연기한 것이다. 20cm에 육박하는 하이힐을 신고 춤 추고 노래를 부르던 조권의 솔로 활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놀랄 장면은 아니었다. 세 번째 출연작으로 처음 주역을 맡았던 <체스>에서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체스 챔피언 ‘아나톨리’역을 맡아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 ‘조권의 또 다른 발견’이라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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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이 출연했던 뮤지컬<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프리실라><체스><별이 빛나는 밤에>

지난해에는 1980~90년대 인기 가요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밴드 보컬로 성장하는 부잣집 도련님 역할을 맡으며 매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 그는 좀비 역할로 분했다. 무대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좀비 소재의 B급 코미디 호러 뮤지컬인 <이블데드>에서 ‘스캇’ 역을 맡았다. 2003년 토론토에서 초연된 <이블데드>는 B급 저예산 공포영화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영화 시리즈 중 1, 2편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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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블데드>의 출연 배경은.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시작으로 매년 한 작품씩 뮤지컬 작품을 하고 있어요.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하고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은 서병구 안무감독님에게 “네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며 제안을 받았어요. 영화 <이블데드>와 2008년 초연 영상을 찾아봤는데 호기심이 생겼죠. 단순한 좀비물이 아닌 B급 정서와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많았어요. 잔인한 거 같으면서도 병맛이란 코드가 양념처럼 뿌려져 있달까요. 그런데 이게 왜 병맛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고, 좀비를 주제로 어떤 뮤지컬이 만들어질까 궁금했습니다.”

<이블데드>는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우연히 들른 오두막에서 좀비와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중 ‘스캇’ 역을 맡은 조권은 '깝권'의 매력을 200% 발산한다. 조권이 해석한 스캇 역은.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연기하는 건 늘 어려워요. 작품의 캐릭터를 분석해 제 것으로 소화해 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캐릭터의 성향과 제 본질의 성향의 밸런스를 잘 맞춰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스캇의 오리지널 캐릭터는 남성적이고 허세로 가득한 인물입니다. 여자를 밝히고 멋 내는 걸 좋아하면서도 허당끼 있고, 말도 안 되는 개그를 하는 ‘스캇’의 병맛 코드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스캇의 본질은 그대로 살리면서 평상시 제 말투를 섞어 스캇에 조권을 녹여냈습니다.”
 
스캇은 등장과 함께 관객들의 분위기를 띄우는 막중한 역할이다. 또 2막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조권이 리더가 돼 <이블데드>의 하이라이트인 ‘네크로노미콘’의 안무를 이끈다.
 
“각 배우들마다 웃음을 주는 부분이 있는데 스캇은 그들의 웃음까지 이끌어야 해요. 그런데 상대 배역과의 케미가 좋아 코믹적인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네크로노미콘은 좀비 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등장해 전자댄스음악(EDM)에 맞춰 현란한 댄스를 선보이는 넘버입니다. EDM과 조명, 피가 연상되는 컬러풀한 색감 등을 통해 마치 클럽에 온 듯한 분위기를 냅니다. 격렬하게 춤을 추고, 커튼 콜 때는 복장을 여러 번 빠르게 갈아입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그러나 쓰러질 정도로 열정을 쏟은 후 느끼는 이름 모를 짜릿함이 좋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플레터존’이라는 객석을 마련해 우비를 받아든 관객들에게 피를 뿌리는 등의 과감한 시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플레터존’은 쉽게 말해 마음먹고, 피를 뒤집어쓰겠다는 분들이 찾는 좌석입니다. 피를 뿌린다는 걸 알고 오는 분들이기 때문에 아예 헌옷을 입고 오거나, 하얀 소복을 입고 오는 분들도 있어요. 스플레터 마니아들은 피를 골고루 객석에 뿌려달라고 하죠. 피를 너무 많이 뿌려도 안 되고, 또 너무 적게 뿌려도 좋아하지 않아요. 우비를 쓰고 있는 관객들에게 피를 묻히고 뿌리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이블데드>만의 병맛미인 것 같습니다.”
 
이전에 출연했던 대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는데 어떤가.
 
“대학로에서 공연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관객들의 표정, 반응 등을 가까이 접할 수 있고, 관객들도 부담 없이 편하게 공연을 보러 올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이블데드>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고, <이블데드> 공연장인 '유니플렉스'의 사전 답사도 했어요. 관객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공연장인지 알고 싶었거든요. 작품도 작품이지만 극장이 마음에 들어 더욱 기대됐어요.”
 
‘뮤지컬 덕후’ 조권

2013년, 많은 아이돌들이 뮤지컬에 진출했다. 뮤지컬에 처음 입문했던 조권 역시 아이돌 스타라는 편견과 함께 이유 없는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처음 뮤지컬에 출연했을 때 많은 분들이 ‘어떤 감정으로 뮤지컬을 입문하게 됐는지’를 물어봤어요. 제가 뮤지컬을 시작할 때 다른 아이돌 역시 뮤지컬 무대에 올랐는데, 그 중 실력이 없는 친구도 있었고 실력발휘를 못하는 친구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회사에서 시켜서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로 인해 평가절하를 받는 다는 것이 억울했죠. 저는 ‘뮤지컬 덕후’에요.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도전은 쉽지 않았고, 어설프게 할 거였으면 시작도 안했을 거예요. 그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요. 처음엔 드라마 촬영, 녹음 등 여러 활동을 병행하면서 뮤지컬 연습을 했었는데 이젠 뮤지컬을 할 땐 뮤지컬에만 집중해요. 뭔가 하나를 꾸준히 연습해서 무대에 올릴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가수로 오르는 무대와 뮤지컬 무대는 다를 것 같다.
 
“뮤지컬 무대는 그 자리에서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확실하게 드러나죠. 저는 댓글은 물론, 연극 뮤지컬 갤러리에서 작품의 반응도 살피고, 모니터를 꼼꼼히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디테일하게 분석하고 마치 논문을 쓴 듯한 후기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저에 대한 비판글을 볼 땐, 부족한 점 실수했던 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합니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다면.

"조권은 끼를 부릴 수 있는 한정된 캐릭터만 할 수 있다는 선입겹을 깨고 싶었어요. <체스>에서  비운의 천재라는 설정의 아나톨리 역은 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고, 굵은 저음을 사용해야 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어요. 제 자신과의 도전이자 싸움이었죠. <체스> 출연 후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제 자신의 틀을 깨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2AM의 멤버에서 솔로가수,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계획인가.
 
“데뷔 후 9년 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며 한층 여유로움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신인 때나 20대 초반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바빴어요. 2AM으로 데뷔해 1위를 하고 대상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길도 험했죠. 그런데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여유가 생기고 심적으로는 편안해졌어요. 가능하면 1년에 한 편 정도는 꼭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 ‘캣츠’의 럼텀터거나 ‘헤드윅’의 헤드윅 역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정극도 하고 싶고요.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틀에 갇혀 있는 배우가 아닌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글=시정민 기자] 
등록일 : 2017-07-17 09:14   |  수정일 : 2017-07-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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