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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미술품 대여 전문 회사,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

미술품 소장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미술품 전시장을 자주 찾지 않던 사람이라도 이제 쉽고 간편하게 집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픈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작품을 골라 신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 박의규

글 | 이선주 톱클래스 객원기자   사진 | 김선아

“화가 친구 덕에 종종 미술 전시회를 찾곤 했습니다. 그림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작품을 보러 갈 때마다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보면 좋아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는 전시’를 생각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미술품 대여 전문 회사를 만든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를 만났다. 미술품 소장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미술품 전시장을 자주 찾지 않던 사람이라도 이제 쉽고 간편하게 집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픈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작품을 골라 신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작품 크기에 따라 한 달에 3만 9000원에서 25만원 정도 비용으로, 3개월 단위로 빌릴 수 있다. 현재 오픈갤러리 홈페이지에는 500명에 이르는 작가의 작품 9200점 정도가 올라 있다. 작품 이미지를 클릭하면 작가의 이력과 인터뷰,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과 추천 이유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수많은 작가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화랑 역할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가정으로 찾아가는 전시회


김태균 작가의 작품 〈펭귄들〉의 경우 “물안경을 끼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거나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펭귄들이 진지하기보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펭귄이 현대사회 속에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날지 못하는 조류인 펭귄은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을 개척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니까요. 작가는 일상의 고민과 질문을 끝없이 던지지만 결코 그 무게에 갇히지 않습니다. 단조로운 인테리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싶을 때,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추천합니다”라는 큐레이터 설명이 달려 있다.

홈페이지에는 작품을 걸 공간, 원하는 색상과 주제, 크기, 대여 가격에 맞는 작품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그래도 작품이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렵다면 큐레이터에게 추천해달라고 신청하면 된다. 원하는 작품 크기와 취향을 밝힌 후 작품을 걸어둘 실내 사진을 보내면 큐레이터가 몇몇 작품을 추천해줘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처음 작품을 걸 때는 큐레이터가 설치기사와 함께 방문해 전시 환경을 꼼꼼히 점검하고 자세하게 작품 설명도 해준다. 레일 등을 활용해 진짜 전시장처럼 설치하고 작품 아래에 붙은 QR코드를 찍으면 자세한 작품 설명을 언제든 볼 수 있다. 3개월 단위로 작품을 바꿔가면서 감상하거나 빌렸던 작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직접 전시장을 찾는다 해도 작품을 한 점 한 점 오랫동안 감상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내 집에 두고 볼 때는 느낌이 다릅니다. 석 달 동안 계속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어 감상의 깊이가 달라지지요. 아내에게 줄 출산 선물로 대여 신청을 하는 남편들도 있어요. 출산 후 아기를 돌보느라 한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할 아내에 대한 배려지요. 집에 작품이 걸려 있으면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요. 부모가 아이들과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문화적인 소양과 감성을 키울 수 있지요. 우리 집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인테리어 포인트로 작품 대여를 신청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신혼집 인테리어로 인기지요.”


박의규 대표는 자신 역시 미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전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는 미술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5~6년 동안 컨설팅 회사에 다니느라 정신없이 일했다.

1주일에 100시간씩 일하느라 너무 바빴지만, 일은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한참 일하다 에너지가 소진됐다고 느꼈을 때 외국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올까, 창업을 할까 고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힘들어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뭔가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고군분투하면서 작업하는 친구를 봐왔기에 ‘젊은 작가들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미술 생태계를 바꿀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대를 졸업하고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극소수 컬렉터가 몇몇 이름난 작가의 작품만 사들이는 환경이라 아무리 실력과 개성을 갖춰도 신진 작가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술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게 시급하다고 느꼈고, 누구든 편하게 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2013년 8월 컨설팅 회사를 퇴직한 그는 두어 달 준비 과정을 거쳐 2013년 말 오픈갤러리를 열었다. 친구들한테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마련하고, 큐레이터와 IT, 마케팅 담당 등 조직을 갖췄다.

오프라인 화랑을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작품을 소개하면서 대여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미술품 판매시장은 위축됐지만, 미술 수요층은 꾸준히 늘어나는 현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30~40대 층에서 미술관을 찾거나 미술책을 읽는 등 미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취향이나 감성적인 접근을 중시하는 트렌드도 뚜렷해지고 있고요.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준다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계기가 주어진다면 명품 소비자들이 문화 소비자로 전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하지만 미술품 구매는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나 경험 없던 사람이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미술품 대여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매년 200~300% 매출 신장

오픈갤러리의 미술품 대여는 미술애호가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준다.
“석 달에 한 번씩 미술품을 바꿔가며 감상하다 보면 자신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판매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홈페이지에 작품마다 판매 가격을 명시해놓았지요. 빌렸던 작품을 구매할 때는 대여 비용을 빼드립니다.”

기업 로비나 회의실, 병원, 은행, 식당,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도 많이 빌려가지만, 오픈갤러리 고객의 70%는 개인이라고 한다. 한 집에서 다섯 작품씩 빌려가는 경우도 있다.

“저희 고객의 대부분은 집에 원화를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대여를 통해 미술작품과 가까워지고 잠재적인 구매 고객이 되면서 미술시장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처음 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말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하나하나 직접 부딪치며 헤쳐 나가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오픈갤러리는 매년 200~300%씩 매출 신장을 이루면서 성장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가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참여 작가들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 고객층도 두꺼워지고 있다. 오픈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대여하는 한 작가는 “처음에는 작품을 내돌리다 훼손되지나 않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큐레이터의 이야기에 감동했고,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주는 것 같아 신뢰가 갔습니다. 작가들을 위한 파티를 열거나 작업실에서 쓸 블루투스 스피커나 핸디청소기를 선물하는 등 소소하게 챙겨주셔서 존중받는다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대여료 수입도 도움이 되고요”라고 말한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쉽고 편안한, 대중적인 작품만 인기가 있지 않은가 물었다.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작업에 임하는지, 평생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보고 작가 선정을 합니다. 또 대중성을 갖춘 작가와 실험적인 작가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지요. 생각보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 한쪽으로만 쏠리지는 않습니다”라고 박 대표는 대답한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했다는 그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지형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기대해본다.
등록일 : 2017-05-08 13:39   |  수정일 : 2017-05-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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