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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미러맨 조각가 유영호

평화 지키는 그리팅맨·미러맨 우루과이, 파나마 찍고 에콰도르로

글 | 황은순 주간조선 차장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미러맨 앞에 선 유영호 작가.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수퍼 히어로들이 총출동해 지구를 구하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숨은 영웅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을 배경으로 한 ‘상암혈투’ 장면, 전투기가 날아오르는 가운데 빨간 사각 프레임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손가락을 마주하고 있는 푸른색의 거인들이다. 출연진 명단에도 없는 정체불명 거인들은 유영호(51) 작가의 조형작품 ‘미러맨’이다.
   
   미러맨이 지구 반대편 에콰도르로 날아갔다. 지난해 4월 대지진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에콰도르 국민들을 위로하는 것이 미러맨의 임무이다. 미러맨과 함께 유 작가의 또 다른 분신 ‘그리팅맨’도 출동했다. 그리팅맨은 두 손을 양옆에 모으고 15도 각도로 인사하고 있는 푸른색의 거인이다. 미러맨은 에콰도르 수도 키토를, 그리팅맨은 키토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적도선이 지나는 카얌베를 지킬 계획이다.
   
   에콰도르로 날아간 미러맨, 그리팅맨은 유영호 작가가 전 세계에 작품을 기증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12년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디오 그리팅맨, 2016년 파나마 그리팅맨에 이어 남미에서만 세 번째이다. 작품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유 작가가 낸다. 에콰도르에 세워질 미러맨은 제작비만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스테인리스스틸 재료로 사각 프레임의 높이가 6m, 양쪽 미러맨의 키는 5m에 달한다. 총 무게는 4t에 달한다. 카얌베에 세워질 알루미늄 재질의 그리팅맨은 키 2.2m짜리 두 개를 만드는 데 4000만원이 들었다. 두 작품의 총 제작비만 1억9000만원, 컨테이너에 실어 배로 움직이는 운송비 등에 50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부지런히 작업해서 번 돈을 모아 글로벌 프로젝트에 쏟아붓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의 통장 잔고는 맨날 바닥을 드러낸다.
   
   유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유학했다. 공공미술 쪽에서는 국내서 손꼽히는 중견 조각가다. MBC 앞 미러맨을 비롯해 마포, 을지로, 경복궁역, 김포공항, 여의도 등 서울은 물론 강원도 연천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유 작가의 작품이 세워져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돈 잘 버는 조각가로 살았을 것이다. 제작비 마련도 고민이지만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마음고생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한 작품 세울 때마다 2~3년은 공을 들여야 한다. 작품을 기증한다고 해도 작품을 세울 장소는 해당 국가에서 제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유 작가가 해당 국가의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만 수백 통이다.
   
   지난 3월 2일 작품들을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고 5월 초 준공식을 위해 4월 22일 에콰도르로 떠나는 유 작가를 출국 전에 만났다. 글로벌 프로젝트의 여정은 주간조선도 함께하고 있다. 2012년 9월 우루과이에 첫 작품을 세우기 위해 떠나는 유 작가를 만난(주간조선 2225호) 이후 그의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면을 통해 기록해왔다. ‘세계의 의미 있는 장소에 1000개의 그리팅맨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는 그가 혼자 할 일은 아니다. 그리팅맨의 인사는 한국의 인사이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겸양, 화해, 평화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미러맨에서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이다. 가난하든 부자든, 잘났든 못났든, 인간은 다르지 않다는 평등을 말하고 있다. 작품을 세우는 것을 넘어 그 나라에 한국의 인사와 정신을 전하는 것이다.
   
   “에콰도르는 적도가 지나는 나라입니다. 적도선에 프레임을 세우고 남반구와 북반구에 마주 선 미러맨을 통해 결국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에콰도르 정부에서도 그 의미를 듣고 흔쾌히 작품 기증을 허락했습니다.”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성이다. 제1호가 서 있는 우루과이는 한국의 대척점이다. 파나마는 태평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이다. 동서양이 공존하고 북미와 남미가 교류하는 관문이다. 한국은 파나마운하 이용 세계 5대 국가에 속한다. 에콰도르 미러맨은 키토시에 있는 마리스칼 수크레 국제공항 진입로 타바벨라(Tababela) 로터리에 세워진다. 적도박물관 옆이지만 진짜 적도는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장소 선정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 에콰도르에 설치될 그리팅맨·미러맨을 컨테이너에 싣고 있다.

   지구촌이 작업장, 삶이 곧 프로젝트
   
   “처음에는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이 있는 광장의 적도선에 세울 예정이었습니다. 대통령도 광장에 있는 장군상을 옮겨가면서까지 미러맨 설치를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키토시의 공무원이 시 관할이 아니어서 안 된다는 겁니다. 대신 그리팅맨을 카얌베 지역의 적도선 양쪽에 설치했습니다.”
   
   관할을 옮기면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더 걸릴지 장담을 할 수 없다. 남미의 속도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느리다. 대통령 승인까지 난 프로젝트를 말단 공무원이 뒤집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유 작가는 그동안 이런 일을 숱하게 겪었다고 한다.
   
   브라질 동북부 페르남부쿠주의 주도 헤시피의 프로젝트는 4년을 공들이다 포기했다. 주지사, 관할시장까지 승인이 떨어져 일이 성사되나 싶었다. 문제는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이었다. “작품을 세울 장소의 기초공사를 해야 하는데 시가 재정파탄 상태라 예산이 없다는 겁니다. 알아 보니 공사 비용은 2000여만원 정도였습니다. 좋다, 공사비도 내가 내겠다고 했죠.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자신들이 추천한 업체에 공사를 맡겨야 한다면서 견적서를 보내왔는데 공사비가 무려 6000만원이라는 겁니다. 브라질도 부패의 고리가 심각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만뒀죠.”
   
   파나마도 쉽지 않았다. 처음엔 파나마 대통령 영부인이 관할하는 공원에 세우기로 결정됐는데 낡은 놀이시설도 교체해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을 해왔다. 5000만~6000만원이 필요했다. 결국 포기하고 파나마 시장 쪽으로 연결해 다시 추진했다. 현지 한국인 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그나마 2년 만에 가능했다. 그동안 그의 뜻을 지지하는 서포터스들이 늘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졸본아타, 미국 뉴욕, 페루 리마 등에도 작품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그는 작품을 세우는 모든 과정이 작업이고 지구촌이 작업장이라고 생각한다. 대사관을 쫓아다니며 제안을 하고, 자료를 보내고, 장소 협상을 하는 등 보통 뚝심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의 삶 자체가 글로벌 프로젝트인 셈이다. 미술관을 벗어난 예술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세계에 한국을 심는 그의 ‘인사’에 대한 응원은 관심이다.
등록일 : 2017-04-27 09:50   |  수정일 : 2017-04-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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