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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최의 〈생각하는 사람〉, 케이트 부시의 〈50 Words for Snow〉

색채와 앨범 〈3〉 난해한 핫핑크와 초현실적인 겨울노래

⊙ 미국 소화제 ‘펩토비즈몰(pepto-bismol)’의 색이 핫핑크 … 문화적 소화불량 의미
⊙ 여성보컬 케이트 부시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겨울노래의 정수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층에 전시된 코디최의 〈원반 던지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핫핑크, 그 낯설고 불편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 중인 개관 30주년 특별전의 주제는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이다. 생성과 소멸,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의미한다. 어쩌면 미래를 상상하는 하나의 방식인지 모른다. 많은 전시물 중 유독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다. 고대 그리스 조각 〈원반 던지는 사람〉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한 코디최(Cody Choi·본명 최현주·56)의 작품이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먼저 조각상 색깔이 ‘핫핑크’라는 사실에 당혹해한다. 형광색이 도는 핑크색은 누가 봐도 난해한 빛깔이다. 마치 작가는 “작품에 대한 질문에 갇혀선 안 된다”고 말하려는 듯하다. 의미를 무시하라?
 
  게다가 핑크빛 벌거벗은 〈원반 던지는 사람〉은 엎드려(엎어져) 있다. 조명에 비친 그림자를 봐야 ‘원반 남자’를 짐작할 수 있다.
 
2015년 5월에 독일 쿤스트 할레에서 열린 전시 ‘CULTURE CUTS’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제작한 포스터.
  그 곁에는 커다란 나무상자 위에 앉은 〈생각하는 사람〉상(像)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독한 변비로 괴로워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나무상자에 구멍이 나 있다. 그 구멍에서 구린 냄새가 날 것 같다. 관람객들은 일부러 그 구멍 속을 들여다본다. 구멍 속은 그냥 텅 빈 어둠뿐이다.
 
  심지어 조각상 재료가 뭘까. 온통 우툴두툴하다.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것 같다.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낯설고 불편하다.
 
  미술관 학예사는 “아이러니와 동행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 관람객들은 내키지 않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하진 않는다. 학예사의 말이다.
 
핑크색 위장약인 ‘펩토비즈몰(pepto-bismol)’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
  “한국 출신 코디최는 22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해요. 조각상 색깔이 ‘그 모양’인 것은 작가가 자주 먹었던 소화제 ‘펩토비즈몰(pepto-bismol)’의 색이 핫핑크였다고 합니다. 미국에선 국민 위장약로 불릴 만큼 아주 흔한 약이라고 해요.”
 
  낯선 미국 문화를 접해야 했던 작가도 위장약을 자주 복용했으리라. 조각상이 핫핑크인 것은 바로 문화적 소화불량을 의미한다.
 
  〈생각하는 사람〉이 ‘변기에 앉은 사람’을 연상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학예사는 “핑크빛 소화제를 넣은 화장실 휴지를 물에 오래 담가 놓으면 끈적끈적해진다. 재료의 독특함을 드러내면서 서양미술사의 권위적 작품을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코드최는 맹목적인 서구화, 세계화의 확장에 반기를 든다. 자신만의 개성, 정체성, 다양성을 되찾는 작업을 수년째 하고 있다. 그는 오는 5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선정됐다.
 
 
  화이트, 슬프고 초현실적인 그래서 아름다운
 
케이트 부시의 앨범 〈50 Words For Snow〉 표지. 국내에 발매되지 않았으나 유튜브를 통해 전 곡을 감상할 수 있다.
  영국 출신 여성보컬 케이트 부시(Kate Bush·59)의 〈50 Words for Snow〉(2011년작)만큼 겨울 분위기가 나는 앨범이 또 있을까. 마치 푹푹 꺼지는 눈을 밟는 기분이다. 미스터리한 낮고 느린 피아노와 중저음의 베이스가 쿵쿵 웅웅, 차가운 심벌즈가 차르르 차르르 잔잔하게 귓속을 파고든다. 수록된 7곡의 러닝 타임은 58분19초. 한 곡 평균 8분33초다. 성질 급한 사람은 듣기 불편한 곡으로 채워져 있다. 이 곡을 봄이나 여름에 듣는다면? 끔찍하다.
 
  9분40초가 넘는 ‘Snowflake’는 눈이 내리는 숲을 헤매는 듯한 분위기다.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선율은 묘하게도 하염없이 쏟아지는 쓸쓸한 눈발을 연상시킨다. 계속되는 단조로운 저음의 피아노. 후렴구는 “The world is so loud. Keep falling. I'll find you(이 세상은 너무 성가셔. 계속 떨어지고 있어. 난 널 찾고 말거야)”.
 
  뒤이어 찢어질 듯한 가성이 이어진다. “My broken heart. My fabulous dance. My fleeting song. My twist and shout(내 찢어진 심장, 내 기막힌 춤, 내 빠른 노래, 나의 트위스트와 외침)”라고.
 
케이트 부시(Kate Bush).
  11분이 넘는 ‘Lake Tahoe’ 역시 미스터리한 음계가 듣는 이의 마음을 심연으로 이끈다. 미국의 ‘타호 호(湖)’는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에 인접해 있는 거대한 담수호. 해발 1897m의 고원에 위치해 있다.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의 전반적 분위기는 ‘Snowflake’와 비슷한데 꽁꽁 언 호수를 연상시킨다. 곡 후반부로 갈수록 케이트 부시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다. 팽팽하다. 소리를 지를 때마다 꽁꽁 언 호수가 쩍쩍 금이 가는 듯하다.
 
  곡은 이렇다. 한 여자가 애완견을 찾는다. 개 이름은 눈송이(Snowflake). 빅토리아 시대 의상을 입고 여자는 종일 호수를 돌아다니며 “눈송이, 눈송이”를 외친다. 마치 호수에 익사한 구름처럼 그녀는 허물어져 간다. 케이트 부시는 “Just like a poor, porcelain doll. Her eyes are open but no-one's home. The clock has stopped. So long she's gone(가난한 도자기 인형처럼. 눈은 떴지만 집엔 아무도 없다. 시계는 멈춰 있다. 그녀가 나간 동안)”이라고 노래한다.
 
  여자는 점점 미쳐 가고 노래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절규하는 목소리로 “Here boy, oh you’re a good boy. You’ve come home. You’ve come home(얘야. 오, 너는 착한 아이야. 너는 집에 왔어. 넌 집에 온 거야)”이 터져 나온다.
 
겨울 ‘타호 호수’.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인 ‘Misty’는 난해한 사랑노래다. 눈보라에 창문이 활짝 열리고 ‘하얀 눈의 얼굴을 한’ 이가 여자를 내려다본다. 잠에서 깬 여자는 ‘눈사람’을 응시한다. 자신이 만든 눈사람이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수록 눈사람의 몸은 녹는다. 그들의 사랑은 비극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여자는 발을 구른다. 침대 시트와 침실 바닥은 흥건하다. 눈이 녹은 것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다.
 
  앨범 〈50 Words for Snow〉는 묵직한 피아노, 울렁거리는 베이스, 그러나 매혹적인 현대적 선율, 두려움이 가득한, 깊고 날카로운 목소리, 울림이 있는 절규, 서사적인 노랫말, 탄탄한 곡 구성까지 다양한 음악적 요소로 가득하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초현실적인 겨울노래다.⊙
 
[월간조선 2017년 3월호ㅣ글=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등록일 : 2017-03-10 09:15   |  수정일 : 2017-03-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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