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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처럼 따뜻하고 착한 영화, 말모이

* 영화 내용 있습니다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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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모이, 1월 9일 개봉
말과 글에는 사람의 얼이 담겨 있다. 일제가 조선어 교육을 금지했던 건 그런 이유다. 이름을 바꾸고, 말을 바꾸어 ‘조선’이라는 정체성을 흩으려 했던 시절, ‘우리말 사전’ 한 권을 편찬하기 위해 ‘말을 모으던’ 이들이 있다. 10년 동안 캄캄한 지하에 숨어 전국의 사투리를 모으던 이들이다. 엄유나 감독은 “감시와 탄압의 시대에, 무려 13년 동안 우리말과 글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조선어학회’가 완성한 우리말 원고에는 전국 각지에서 우리말과 글을 모아 보낸 수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했다.
 
전과자가 아니면, 변절자 였던 시대
 
이 숭고한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 넣는 건 까막눈 판수를 맡은 유해진이다. ‘돈을 모으지, 왜 말을 모으는지’ 도통 이해를 못했던 판수가 글을 알게 되면서 거리의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서가의 책이 눈물을 쏟게 만드는 장면은 그것만으로도 ‘우리말’의 중요성을 알게 만든다. 유해진은 오랜만에, 모든 힘을 빼고 특유의 미워할 수 없는 넉살을 보여준다. 그의 리듬과 호흡에 영화도 덩달아 신명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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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 빼는 법’을 배운 건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맡은 배우 윤계상이다. 그는 자신이 이 영화를 맡을 그릇이 되는지, 이 모임의 대표여도 되는지를 끝없이 괴로워하며 영화에 임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 속의 그에게는 ‘고뇌에 찬 지식인’의 슬픔이 엿보인다. 홀로 돋보이려 하지 않고, 한 발 앞서야 할 때와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를 아는 모습도 보인다. <소수의견>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유해진은 “윤계상은 드립커피처럼 점점 더 깊어진다”고 말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듯하다. <범죄도시>의 성공에 짓눌리지도 들뜨지도 않은 모습이다.
 
<말모이>는 오랜만에 만난 착한 영화다. 자신의 고장 사투리를 알려주려 사람들이 모여들때, 전국에서 손때묻은 편지들이 쌓여갈 때, '앞장 서진 못해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괜히 올라와 콧날이 시큰해진다. 내 입의 말과 글이 누군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이라는 게 새삼스러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따스한 가르침, “독립이 올 것 같지 않은 날에도, 그래서 더 겨레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는 이들이 있었다”는 기록은 현재 우리 삶을 더 뜻깊게 만든다. 유해진의 말처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뜨끈해지는 “내 딸 순희 같은 영화”, 보고 나오면 호떡 한 봉지 집에 사들고 들어가고 싶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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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12-20 18:31   |  수정일 : 2018-12-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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