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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여인의 향기〉, 진짜 남자의 향기란

글 |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우리가 사는 시대는 TV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 투 숏을 잡으면 남자 배우가 여배우보다 더 ‘예쁘게’ 생긴 그런 시대다. 젊음의 거리 서울 홍대 앞에 있는 중저가 브랜드 스파오(SPAO) 매장의 1층은 여성, 3층은 남성 코너인데 그렇다면 2층은? ‘유니섹스’ 의류를 모아놓은 층이다. 다시 말해 남성의 여성화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시대다.

오죽하면 우리보다 20년쯤 앞서가는 일본 사회에서 너무 많은 ‘초식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출산율 저하에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나 경기 불황 못지않게 언급되는 요소가 바로 ‘여성 보기를 돌같이 하는’ 초식남들이다.

남녀 우열의 차이를 둘 수도, 둬서도 안 되는 현대사회에서 웬 ‘남자’ 타령인가 싶겠지만, 여자가 출산과 같은 여성 고유의 역할을 전적으로 외면하면 부작용이 따르듯, 남성이 인류 고래(古來)의 남자 역할을 등한시하면 그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필자는 여긴다.


그렇다면 도대체 ‘남자다움’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 한때 광풍으로 몰아쳤던 ‘식스팩’이나 ‘짐승돌’을 말하자는 건가. 이 귀한 지면에서, 그럴 리가. 남자를 ‘남자’로 만드는 요소를 추상적 단어로 나열하느니 필자는 바로 이번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감독 마틴 브레스트, 1992)를 언급하고자 한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와 찰리 심스(크리스 오도넬)야말로 필자가 강조하는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선 5가지가 필수다.


1. 정의감


“함부로 힘을 쓰지 않아야 한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자는 ‘힘’을 써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또 실제로 그때 힘을 써야 진정한 남자로 거듭난다. 그건 언제? 바로 ‘불의(不義)’를 목도할 때이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요, 힘없는 정의는 허세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정의롭지 못한 일을 눈앞에 보고서도 나서지 않고 심지어 한 발짝 물러서는 인간은 절대 남자가 될 수 없다.

미국 동부의 명문인 베어드 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생활하는 고학생 찰리 심스는 크리스마스 때 오리건에 있는 집으로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추수감사절 기간에 시각장애인인 퇴역 장교 프랭크 슬레이드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 어느 날 밤, 찰리는 친구인 조지 윌리스(필립 호프먼)와 함께 하교하다가 다른 친구들이 교내 가로등에 무엇인가를 설치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다음 날 아침 학교 교장인 트래스크(제임스 레브혼)의 주차된 차가 바로 그 가로등에 매달린 대형 풍선이 터지면서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불경(不敬)한 사건이 발생한다.

찰리와 조지는 목격자로 지목받아 교장실에 불려가 범인이 누구인지 질문을 받게 되지만, 친구들과의 의리 때문에 둘 다 모른다고 잡아뗀다. 이에 교장은 고학생인 찰리에게 “내게 주어진 하버드 대학교 추천서 1장을 너를 위해 사용하겠다”면서 범인을 밝히라고 하지만 찰리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돈 없는 집 아이가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만 20세도 안 된 고등학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동료 학생들의 이름을 불지 않는다. 왜? 그 친구들을 보호하려고? 아니다. “명단을 부는 대신 하버드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야비하기 짝이 없는 제안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지만 웬만한 어른보다 성숙한 자세다. 〈여인의 향기〉의 캐릭터 찰리 심스는 우리가 찾던 그런 남자다. 여담이지만 이 멋진 찰리 역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오디션에 도전했으나 크리스 오도넬에 밀렸다.


2. 직업적 책임감

퇴역 장교인 프랭크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지만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찰리 심스가 처음 그를 만난 날 고학생의 경제적 상황과 부모의 직업까지 비꼬면서 온갖 패악을 부린다. 그러는 이유는 그의 절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왜? 눈이 멀었으니까.

찰리와 친해진 후 프랭크 대령은 이렇게 말한다. “더는 보지 못하게 되면, 찰리, 그날이 우리가 죽은 날인 거야 (The day we stop lookin’, Charlie, is the day we die).”

하지만 그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기 전에는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진정한 군인이었다. 이는 찰리가 목격한 프랭크 대령과 사촌과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랜디: (찰리에게) 진실을 알고 싶나?
프랭크 대령: 주도권을 쥐겠다, 이건가, 랜디?
랜디: 그는 아주 밥맛이었지.
프랭크 대령: 후아! (*이 영화에서 알 파치노는 ‘후아’라는 감탄사를 10여 차례 내뱉는데, 이는 실제 미 육군이 외치는 함성이라고 한다)
랜디: 그리고 지금은 눈먼 밥맛이고.
프랭크 대령: 후아.
랜디: 신(神)도 웃기지.
프랭크 대령: 신은 유머감각이 있지.
랜디: 아마도 신이 어떤 사람은 볼 가치가 없다고 여겼을 거야.
프랭크 대령: 후아. 하!


영화에서 자세히 묘사되고 있진 않지만, 프랭크는 융통성 없는 이른바 ‘꼴통’ 군인의 면모 때문에 친형과 그의 아들들에게도 배척당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3. 용기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오류와 잘못을 인정할 줄 안다. 동양의 지혜를 담은 〈명심보감〉에도 “남을 책하는 자는 사귐을 온전히 하지 못하고, 스스로 용서하는 자는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프랭크 대령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지. 똑바로 서서 맞서는 사람과 숨을 곳을 찾아 도망을 치는 사람. 그런데 숨는 게 더 낫지.”

영화 뒷부분(‘Scene in English’ 코너 참조)에서 프랭크 대령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도 불의에 맞서는 용기다.


4. 커뮤니케이션 능력


〈여인의 향기〉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장면은 바로 앞이 안 보이는 알 파치노가 미모의 여성과 탱고를 추는 신이다. 찰리에게 홀의 크기를 설명 들은 프랭크 대령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스테이지를 휘젓는다. 방금 만난 여성을 리드하면서.

2주일 꼬박 연습해서 3일 내내 찍었다는 이 장면이야말로 시각장애인인 프랭크 대령이 멀쩡한 정상인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보기와 달리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 남다름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프랭크 대령이 찰리를 데리고 뉴욕으로 온 이유는 사실 자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찰리의 설득과 몸싸움을 통해 그 엄청난 결행을 결국 접는다. 둘의 대화다.

프랭크 대령: 오,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지, 찰리?
찰리: (프랭크 대령이 해준 얘기를 그대로 전한다) 엉켜버렸으면, 그런 채로 계속 탱고를 추는 거요.
프랭크 대령: 지금 내게 춤을 추라는 건가, 찰리?



5. 유머 감각

유머는 자신감에서 나오고, 자신감을 잃은 남자는 기개 있는 남자이길 포기한 남자다. 영화 내내 프랭크 대령은 특유의 유머를 보여준다. 뉴욕에 도착한 둘은 일급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든다.

프랭크 대령: 작은 병을 깨끗이 비워, 찰리. 그리고 하이먼(호텔 관계자)을 불러서 이 진열장을 존 대니얼로 채우길 내가 원한다고 말해줘.
찰리: 잭 대니얼(유명한 술 브랜드)을 말하는 거 아니지요?
프랭크 대령: 얘야, 잭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나만큼 그를 오랫동안 알아왔다면… 그건 조크야.


러닝타임 157분이 후딱 지나가는 이 영화로 알 파치노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지 일곱 번 만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각본상, 남우주연상, 극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20대 언저리의 청년이라면 꼭 보길 추천한다.

Scene in English 명대사 한 장면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으로, 학교장과 찰리 심스, 그리고 시각장애인 프랭크는 전교생과 징계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설전을 벌인다.
찰리가 끝내 사고 친 아이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자 교장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 프랭크의 대사다.



“내가 여기 들어섰을 때, 그런 단어를 들었소, ‘리더십의 요람’. 가지가 부러지면 요람은 떨어지는 법. 이곳에서 그 요람은 땅에 떨어졌소. 남자를 만들고, 리더를 키우는 요람은 바닥으로 떨어졌단 말이지. 오늘 찰리의 침묵이 옳은지 그른지 나는 모르겠소.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소. 그는 자기 미래를 사기 위해 누군가를 팔지는 않는다는 걸! 여러분, 우리는 그걸 온전함이라 부르오. 용기라고 부르오. 리더는 바로 그것들로 이뤄지는 게요. 옳은 길이 어느 쪽인지 난 언제나 알아왔소. 예외 없이 알았지만, 택하진 않았지. 왠지 아시오? 젠장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오. 이제 여기 찰리가 있소. 교차로에 있는 거요. 그는 길을 선택했고, 바른길이오. 바로 인격으로 이끄는 원칙들로 닦인 길이오. 그가 여정을 지속할 수 있게 합시다. 징계위원회 당신들의 손에 이 소년의 미래가 달려 있소. 가치 있는 미래요. 날 믿으시오. 그걸 파괴하지 마시오. 보호하고 껴안으시오. 언젠가 당신들은 자랑스러워하게 될 거요, 내가 약속하지.”

As I came in here, I heard those words, "Cradle of Leadership". Well, when the bough breaks, the cradle will fall. And it has fallen here. It has fallen. Makers of men, Creators of leaders. I don't know if Charlie's silence here today is right or wrong. I'm not a judge or jury, but I can tell you this: He won't sell anybody out to buy his future! And that, my friends, is called integrity. That's called courage. Now that's the stuff leaders should be made of. I always knew what the right path was. Without exception, I knew. But I never took it. You know why? It was too damn hard. Now here's Charlie. He's come to the crossroads. He has chosen a path. It's the right path. It's a path made of principle that leads to character. Let him continue on his journey. You hold this boy's future in your hands, committee. It's a valuable future. Believe me. Don't destroy it. Protect it. Embrace it. It's gonna make you proud one day, I promise you.
등록일 : 2018-07-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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