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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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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바꿀 영화 ⑧]
영화 아마데우스,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

글 |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1823년 11월 오스트리아 빈. 어느 노인이 스스로 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하고, 하인들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진다. 그는 궁정악장이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F. 머레이 에이브러햄). 궁정악장은 황제 요제프 2세를 수행하는, 당대의 음악가로서는 최고로 영예스러운 자리다.

안정을 찾은 어느 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살리에리에게 신부가 찾아온다. 신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살리에리는 자신이 작곡한 곡을 들려주며 신부에게 이 곡을 아느냐고 묻는다.

“모릅니다.” 다른 곡을 치는 살리에리.

“모릅니다.” 신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너무나 귀에 익숙한 곡을 치기 시작하는 살리에리. 이에 화색을 띤 신부가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린다.

“아, 이 곡을 작곡한 분이셨군요.”

“내 곡이 아니오. 모차르트가 지은 곡이오.” 회한 어린 표정으로 살리에리는 지난 일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세계 영화사에 남을 걸작 〈아마데우스〉(Amadeus, 감독 밀로시 포르만, 1984)는 젊은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를 다룬 영화다. 공산국가였던 옛 체코 출신의 밀로시 포르만은 미국으로 망명해 연출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로 아카데미 5개 부문을 거머쥐면서 명실상부한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다.

연극 〈에쿠우스〉(1973)의 작가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가 쓴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아마데우스〉는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개 부문을 쓸어 담은 명작이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과 음향, 미술, 의상, 분장상 등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모차르트(톰 헐스)보다 살리에리에 대한 갖가지 상념을 더 많이 갖게 된다. 모차르트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로 일인자가 될 수 없었던 불운한(?) 예술가.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에서 탈피해 ‘타고난 천재 음악가’와 그런 그의 재능을 흠모하고 질투한 ‘노력형 수재’라는 구도를 설정, 작품을 훨씬 드라마틱하게 이끌어 간다.

작품은 모차르트가 사망한 1790년대부터 널리 퍼졌던 소문, 즉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시기한 나머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가정을 토대로 진행된다. 실제로 1791년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살리에리에 의한 독살설도 포함되어 있었다.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이 소문을 바탕으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1830)라는 단막극을 썼고, 그 후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이를 동명의 오페라(1898)로 만드는 바람에 살리에리에 의한 모차르트 독살설은 더욱 그럴듯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다시 봐도 여전히 압권인 영화


영화 〈아마데우스〉는 다시 봐도 34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압권이다. 모차르트 활동 시기의 아름다운 빈의 모습과 다채로운 의상, 오페라 공연 장면 등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화려한 영상미만으로도 3시간이라는 긴 러닝 타임(애초 개봉 때에는 2시간 40분이었으나 나중에 20분이 추가된 디렉터스컷이 재개봉되었다)에 지루할 틈이 없다.

더구나 음악 영화답게 모차르트가 남긴 교향곡, 실내악, 협주곡, 오페라, 레퀴엠이 작품의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영상과 어우러지며 형용키 어려운 감흥을 전한다. 음악평론가 진회숙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에 대해 “모차르트는 평생 600곡 정도를 썼는데, 그 많은 곡 중에서 어떻게 장면에 어울리는 곡을 그렇게 잘 골라냈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사운드 트랙은 빌보드 클래식 앨범 순위 1위는 물론 650만 장 앨범 판매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순식간에 관객의 이목을 낚아채는 도입부에서 살리에리 연주에 신부가 흥얼거린 모차르트 음악은 그 유명한 세레나데 13번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 1787)’이다. ‘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소야곡(小夜曲)’이라 불린다. 소규모 현악합주를 위한 실내악곡으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세레나데 가운데 명랑하고 우아한 멜로디로 가장 널리 사랑받는 곡이다.

가난한 시골 마을 출신인 살리에리는 예배당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어 각고의 노력으로 교회 지휘자 자리를 거쳐 궁정 악사 자리까지 오른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모차르트의 연주를 접하고는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살리에리가 미리 짜여 있는 형식을 준수하고 음악적 주제 또한 하느님을 찬양하는 교회 중심의 음악가인 반면, 모차르트는 신들린 연주력과 편곡 능력, 그리고 시대의 감성을 뛰어넘는 작곡 실력까지 갖춘 천재적 음악가였다.

하루하루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불굴의 의지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수도자 같은 삶을 사는 살리에리에게 모차르트란 존재는 경이롭고도 부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음악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은 폐인에 가까울 만큼 방탕했다. 돈 버는 족족 아내 콘스탄츠(엘리자베스 베리지)를 위한 선물, 최신 유행의 옷, 밤마다 벌이는 질펀한 파티 등에 탕진한다.

이러한 모차르트의 면모를 톰 헐스는 잔망스럽고 경박한 웃음소리로 아주 적절하게 표현함으로써 영화 〈아마데우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만들어 놓았다. 프릴 달린 프록코트와 컬러 가발을 걸친 톰 헐스는 마치 그 시대에 속하지 않은 사람처럼 광대처럼 낄낄거리며 스크린을 휘젓고 다닌다. 그가 보여준 분방하고 과장적인 연기는 ‘특별한’ 음악은 특별한 성품에서 우러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강화한다.

실제 모차르트의 성격은 매우 괴팍했다. 비단 살리에리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와 동시대의 음악가 중에서 그와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방탕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세간의 관심을 끌고, 모차르트는 오페라 배우들의 개인 교사 및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승승장구하면서 결국 살리에리가 궁정 음악가로 있는 오스트리아 황제에게까지 소문이 들어간다.

모차르트는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의 작곡을 맡으면서 이탈리아어로 공연하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 오페라를 선보이고, 작품을 늘어지게 한다는 이유로 황제가 금지한 발레를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삽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높으신 분들의 미움을 살 행위들이었지만 황제는 모차르트의 손을 들어준다.

살리에리는 그러한 모차르트를 멀리서 지켜보며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의 작품에 경배를 하면서도, 그러한 위대한 작품들이 모차르트란 인간에게서 나온 것을 저주한다.

그가 신부에게 던지는 대사. “내가 오직 원했던 건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이었소. 하느님은 내게 그 열망을 주셨지만, 또한 나를 벙어리로 만드셨소. 어째서? 말해 보시오. 하느님께서 내가 주님을 음악으로 찬미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면 왜 내 몸을 좀먹는 그런 열망을 심으셨는지. 그러면서 왜 재능은 주시지 않으셨는지 말이오.”


예술가 중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신으로부터 타고난 재능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일정 경지에 도달한 예술은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일 가운데 예술 분야만큼 ‘천부적인 재능’이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이 ‘위대한’ 예술가를 꿈꾸는 것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리에리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자신이 사모하던 오페라 여배우가 모차르트에게 넘어가자 십자가를 태우며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부여한 신을 저주하기에 이른다.

“당신의 도구로 그런 오만방자한 녀석을 선택하고선 나에겐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능력만 주다니. 그건 부당하며 매정해. 맹세코 당신을 매장시키겠소.”

마침 모차르트는 갑작스러운 부친의 사망 소식에 생기를 잃고, 폐렴과 각종 합병증으로 병자의 신세가 된다. 그럼에도 약을 살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을 즈음,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부친이 가면파티에서 입었던 가면으로 분장하고 나타나 레퀴엠(진혼미사곡)을 지어달라고 의뢰한다.

부친의 망령이 병약한 모차르트의 주변을 떠돌고, 모차르트는 쥐어짜듯 곡을 쓰다가 〈마술피리〉 공연 도중 쓰러져 사망한다.


음악적 완성도까지 높아


보다시피 표면적으로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모차르트가 주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타고난 천재를 따라갈 수 없었던 비운의 살리에리가 주인공이다. 실제로 1985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는 두 배우 모두 후보에 올랐고, 살리에리 역의 F. 머레이 에이브러햄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오늘 수상에 부족한 게 하나 있다면 톰 헐스가 제 옆에서 영광을 함께 나누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후반부 파국으로 치닫는 모차르트의 모습은 장엄한 음악과 함께 매우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가면을 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사용된 곡은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 드물게 단조로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장이다.

실존 음악가를 다루면서 이렇게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 3대 오페라인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의 부분 장면들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 왕궁과 다채로운 오페라 무대, 그리고 귀족과 서민의 삶이 공존하는 빈의 풍경 등 꼼꼼한 고증으로 재현된 시대상이 영화의 격을 높인다. 춤추는 듯 경쾌하고 우아한 로코코 의상은 모차르트의 음악과 꽤 잘 어울린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살리에리는 처연하게 외친다. “당신들의 자비로운 신은 사랑하는 자녀를 파멸시켰소. 자신의 아주 작은 영광 한 조각도 나누어주지 않으면서 모차르트를 죽이고 날 고통 속에 살게 만들었소. 32년 동안을 고통 속에서. 아주 천천히 시들어가는 나를 주시하면서. 나의 음악은 점점 희미해져 갔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희미하게. 끝내는 아무도 연주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지. 하지만 그의 작품은….”

하지만 실제 인물 살리에리는 영화에서의 묘사와 달리 콤플렉스에 찌든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고 한다. 3개 국어를 배워 오페라를 쓸 정도로 그 명성을 전 유럽에 떨쳤고, 음악가로서 지위도 확실해 죽기 직전까지 궁정악장을 지내면서 윤택한 삶을 누렸다.

〈아마데우스〉의 엔딩 장면에서 폐인이 되어 정신병원에서 죽어가는 살리에리는 이렇게 말한다. “난 세상의 모든 범인(凡人)을 대변한다오. 내가 그들의 대변자이지. 난 그들의 수호성인이야.(웃음) 세상의 범인들이여! 내가 너를 용서하노라. 내가 너희 모두를 용서하노라.”

〈아마데우스〉 개봉 이후 ‘살리에리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는 ‘이인자 콤플렉스’의 대표주자가 됐다. 살리에리는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라며 신을 원망했지만,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영국의 추리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사람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재능을 가진 사람은 천재를 즉시 알아본다.”

우리 같은 ‘세상의 범인들’은 어쩌면 그런 살리에리가 부러울 뿐인지도 모르겠다.
등록일 : 2018-04-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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