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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당신의 부탁> 임수정, 엄마를 부탁해

* 영화 내용 포함돼 있습니다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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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의 부탁> 4월 19일 개봉

피로에 지친 여자가 있다
. 왜 이렇게 피곤할까. 초여름 날씨 탓인 것 같기도 하고, 가르치는 학원의 아이들이 버릇없이 구는 탓 같기도 하다. 엄마와 통화하면 공연히 짜증만 부리게 되고, 커피 한 잔 마시러 간 카페에서 자기의 속내를 와락 털어놓기도 한다. 생에 대한 열기도 없이 하루 하루를 꾸역 꾸역 살아내는 효진. 배우 임수정은 건조한 효진의 일상을 물기없이 살아 낸다. 영화는 효진이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이동은 감독은 전작 <환절기>부터 영화에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이들의 삶에 한 조각을 떼어내 바라본다. 현미경으로 보듯이 정밀하게.
 
헤어지고 알게 된, 당신의 부탁
 
그런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제야 효진이 얼마 전 남편과 사별했다는 사실, 그 남편에게 '거의 다 큰'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관객에게나 효진에게나 느닷없는 전개인데, 효진은 며칠을 고민하더니 그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아들 종욱을 데리고 온다. 서른 둘의 효진이 열여섯 종욱의 법적엄마에서 진짜엄마가 되는 이야기, 효진은 남편을 닮은 이 아이가 남편이 남긴 부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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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

의외로 큰일을 아무렇지 않게 결정하는 인물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 임수정은 효진을 맡았다. 소도시에서 작은 아파트에 살며, 작은 차를 몰고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살던 그의 삶에 아들의 등장은 제법 큰 파장을 만들어 낸다. 아이를 낳은 적 없는 효진이 엄마도 모자라 한 방에 할머니가 될 뻔한 정도다. 그런데 효진은 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효진의 종욱에 대한 마음은 엄마라고 부를 필요는 없지만, 아줌마 소리는 듣기 싫은딱 그 정도다.
 
가족이란, 엄마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꽤나 큰 일 인데 효진은 피곤해하지도 않고 이 큰 일을 감당해간다. 생활비가 모자라면 차를 팔아 채우고, 카페 커피는 믹스 커피로 대체한다. 어쩌다 과외비가 두둑히 들어오면 종욱과 마주 앉아 고기를 굽는다. 이건 희생이나 헌신이라기보다는 의외로 생활이다. 두 사람의 생활의 균형이 맞춰져 가는 걸 보는 일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다. 그래, 그렇게 비장해질 필요 없는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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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엄마가 여럿 등장한다. 효진의 엄마, 종욱을 낳은 엄마, 종욱을 기른 엄마, 종욱의 아이를 가진 것처럼 오해할 뻔 한 어린 엄마, 그 아이를 데려다 키우려는 엄마, 그리고 효진. 영화는 묻는다. “정말 엄마는 무엇일까”, 그리고 효진은 묻는다. “엄마 있다고 무조건 다 행복한 줄 아니?” 엄마가 된다는 의미에 너무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효진의 결정을 수긍하게 만드는 영화의 솜씨가 담백하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는 말했다. 가족이 되는 인연이란, 정말 신기하고 대단한 일인 것 같다고. 생각해보면 남이었던 이들이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된다. 부모와 자식도 꼭 핏줄이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당신의 부탁>은 설득하지 않고도 이해시킨다. 그러고 보면 가족에게 필요한 건 의외로 우정이다.
 
등록일 : 2018-04-19 17:34   |  수정일 : 2018-04-2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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