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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주기..이효리의 시, 루시드폴의 노래, 오멸의 영화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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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추념식에 참여한 이효리

푸른 섬 제주도에는 4.3 평화공원이 있다. 푸른 섬이 붉은 섬이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공원이다. 가수 겸 민박집 주인인 이효리는 2013년부터 제주도 소길리에 산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이던 1938, 제주도에는 약 30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해 봄부터 가을까지 3만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효리는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세 편의 시를 읊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시인 이종형의 <바람의 집>, 이산하의 <생은 아물지 않는다> 김수열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세 편은 모두 아물지 못한 제주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바람의 집>, 이종형
 
추념식에 참석한 뮤지션 루시드폴은 ‘4월의 춤을 노래했다. 20154.3 평화공원에 왔던 루시드폴은, 바다와 섬과 유채꽃에 담긴 슬픔을 음악에 담았다. 이유도 없이 죽어간 이들이 4월이 오면 유채꽃으로 피어나 춤을 춘다는 내용이다.
 
슬퍼하지 말라고/ 원망하지 말라고/ 우릴 미워했던 사람들도 /누군가의 꽃이었을 테니
미워하지 말라고 / 모질어지지 말라고 /
용서받지 못할 영혼이란 없는 거라고 / 노래한다지 / 춤을 춘다지
 
엄마의 가슴에 안겨 / 얼굴을 묻은 채 /멀고 먼 길을 떠나가던 날
아이가 노래했다지
 
슬퍼하지 말아요 /원망하지 말아요
우릴 미워했던 사람들도 /누군가의 꽃이었을 거야
미워하지 말아요/ 눈 흘기지 말아요
사랑받지 못할 / 영혼이란 없는 거라고
노래했다지 춤을 춘다지 /노래한다지 춤을 춘다지
 
-루시드폴 <4월의 춤> 中
 
194843일 새벽 2, 350명의 남로당 당원들은 남한의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봉기했다. 미군정은 이 사태를 경찰이 진압해야 한다고 보고, 경찰과 우익청년단을 급파했다. 5월에는 경비대도 합세해 강경진압에 나섰다. 1948815일 남한에 대한민국이 99, 북한에 공산 정권이 수립되면서 남한 정부는 제주도 문제를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했다. 그해 10월 제주도경비사령부를 설치한 정부는 제주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외의 지점, 산악지대의 통행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폭도로 인정해 총살할 것이라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제주도 사람의 1/10이 사라지던 날들
 
5km 지점에는 중산간 마을이 있었다. 마을의 통행금지는 거주 금지를 뜻했다. 11월 제주에는 계엄령이 선포됐고, 초토화 작전이 시작됐다. 마을의 95%는 불에 탔다. 주민들은 산으로, 동굴로 피신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가족의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이라며 몰살됐다. 이렇게 인구의 1/10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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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슬>, 2012. 오멸 감독

제주 출신 감독 오멸의 영화 <지슬>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제주섬의 중산간마을인 안덕면 동광리, 마을 주민들은 군인을 피해 큰넓궤로 들어간다. 크고 넓은 동굴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지슬은 감자라는 뜻의 방언이다. 이들은 이 큰넓궤에서 지슬을 나누어 먹으며 죽음의 시간을 버틴다. 이 영화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오멸 감독은 내가 제주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고 말해왔다. 그의 전작 <뽕똘>, <어이그 저 귓것>, <이어도> 역시 제주이야기다. 그에 앞서 4.3 사건을 다룬 영화로는 조성봉 감독의 <레드 헌트>가 있다.
 
국가폭력에 사과드린다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등록일 : 2018-04-03 17:24   |  수정일 : 2018-04-0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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