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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이 남긴 품위있는 선물, 영화 <흥부>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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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 2월 14일 개봉

그가 걸어 나온다
. 말도 하고 웃기도 한다. 스크린 안에 김주혁의 모습이 꿈처럼 반갑다. 지난 여름 한 철, 그는 이 영화를 만들었다. <흥부>는 가을에 떠난 그에게 헌정하는 생전 영상이 아니다. 이제껏 공개한 적 없는 새로운 영상이다. 황망한 마음을 접고 영화에 집중하니 거기에 기품있는 한 배우가 있다. 영화 <흥부>는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힘쎈 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등을 쓴 백미경 작가의 작품이다. ‘이야기의 힘을 알고 있는 그는, 흥부를 흥부전의 주인공이 아니라, 흥부전의 작가로 설정했다. 그러니까 <흥부>는 제비 다리로 행운을 움켜쥔 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붓으로 마음을 훔친 자의 이야기다.
 
제비처럼 찾아온 반가운 인물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정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관객이 느끼는 황망함과 그와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쓴 동료가 느끼는 슬픔의 깊이는 다를 것이다. 행여 그 소중한 시간이 몇 마디 말로 날아가 버릴까, 그는 붉어진 눈으로 말을 아끼고 아꼈다.
만약 김주혁 선배가 먼저 한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작품에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예요. 선배가 계시니까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흥부> 안에서 김주혁의 조혁은 흥부의 멘토같은 존재다. 그에게 글로 세상을 바꾸어 보라고 격려하는 것도, ‘꿈꾸라고 독려하는 것도 조혁이다. 조혁이 미처 다 꾸지 못한 꿈은, 흥부의 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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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를 보는 2시간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간이다. 우리가 얼마나 근사한 배우를 잃었는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혁은 <흥부>가 숨겨놓은 진짜 흥부다. 늘 가난한 자의 편의 서서,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는 세상을 꿈꾸던 이가 그다. 김주혁은 이 교과서 같은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밥주걱으로 자신의 뺨을 친 형수에게 반대 쪽 뺨을 돌려대며 궁지에 몰린 이들을 구하는 것도 그가 남긴 에피소드다.
 
그 때는 살았으나, 지금은 사라진
 
백미경 작가는 흥부를 작가로 내세워 그의 글로 시대를 담아낸다. 그가 보고, 듣고, 겪은 일은 고스란히 글이 된다. 그 글은 백성들 사이에 퍼져 소리가 되고 마당극이 된다. 실제 <흥부> 속에 등장하는 연희는 베테랑 연희패들이 맡았다. 이 때문에 영화 속의 마당극은 소품으로 소모되지 않고 영화에 힘을 불어 넣는다. 조선 말기, 힘없는 어린 왕을 맡은 정해인의 결기도 <흥부>가 얻어낸 수확이다. 그는 명징한 목소리로 사리를 분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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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흥부>는 배우에게나 관객에게나 어려운 작품이다. 그 때는 살아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김주혁의 목소리는 오래 오래 남아 마음이 파장을 일으킨다. 정우는 마지막 장면에서 김주혁에게 그 곳은 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거짓말 같은 장면이다. 더 거짓말처럼 김주혁이 말한다. 그래도, 꿈꾸라고. 흥부가 흥부가 아니고, 하늘이 하늘이 아닌 곳에 영화 <흥부>가 있다.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한, 죽음도 죽음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조혁의 형 조항리로 출연한 배우 정진영의 말처럼, <흥부>는 김주혁의 유작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김주혁은, 여전히 작품 속에 살고 있다.
등록일 : 2018-02-08 14:55   |  수정일 : 2018-02-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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