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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에 갇힌 이들, 살아남은 슬픔 <공동정범>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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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 1월 25일 개봉, 106분

2018
119일의 하늘은 미세먼지가 걷혀 오랜만에 맑다. 기온도 평년을 웃돈다. 2009119일은 아니었다. 유난히 추웠다. 살을 에는 추위라는 말이 맞았다. 그 날의 기억에 지금도 마음이 베이는 이들이 있다. 용산 남일당 건물에 있었던, 남은 자들이다. 2009120,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 날이 마지막 일줄 모르고 망루에 오른 이들이었다. 그리고 살아서 남은 자들은 공동정범이 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2012<두 개의 문>을 만든 연분홍치마(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두 개의 문>은 경찰의 시선으로 당시를 재구성했다. 철거민의 불법폭력시위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검찰의 발표와 공권력의 과잉진압이 참혹한 사건을 만들었다는 양측의 공방을 함께 담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 구도를 넘어 그저 현장을 묵묵하게 담아냈다. 철거민에게나 특공대원에게나 불타는 망루는 공포의 공간이었다. 이 영화는 73천 여 관객을 동원했다.
 
5년 동안의 묵묵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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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동정범>에도 이런 태도는 고스란하다. 공동정범이란, 참가 정도의 여하를 묻지 않고 참여한 전원을 주범자로 처벌한다는 의미의 법률용어다. 용산의 남일당 망루에서 살아남은 5명은 공동정범이 됐다. 제작진은 처음에는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었던 이충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나머지 철거민들의 이야기로 살을 붙이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억은 서로 어긋나 있었다. 때로 이들은 서로를 향한 원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은 혼란에 휩싸였다. 무엇이 한 때 동지였던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2013131, 참사의 공동정범으로 수감됐던 이들이 4년 만에 출소했다. 영화는 이들의 그 후 이야기를 담는다. 제작진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나레이션이나 자막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미화하지도 동정을 호소하지도 않는다. 출소한 이들은 때로 술을 먹고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핏기 어린 눈으로 분노를 토하기도 한다. ‘순수하고 무결한 피해자는 애당초 있을 수 없다. 불타는 망루에서 번지던 화염과, 곁에 있다가 죽은 이들. 4년이라는 고립의 시간은 이들의 내면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부수어진 속내를 영화는 감춤없이 비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살던 이들이, 영화의 말미에 한 자리에 모인다. 용산의 철거민과, 용산과 연대했던 지역의 철거민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고통이 더 크다고 아우성치는 대신,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감독이 지난 5년간 이들의 속내를 담아낸 성취다. 서로의 마음을 전해들은 이들은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연다. “불타는 망루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게 네 잘못은 아니라고.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동지들이 죽은 건, 다친 너 때문이 아니다라는 말도 전한다. 100% 가해자나 100% 피해자는 없다. 살얼음판 같았던 시간이 지나, 비로소 해빙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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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용산의 봄날은 오지 않았다. 남일당 건물은 부서져 터만 남았다. 이곳에는 새로운 빌딩이 지어질 예정이다. 영화를 본 한 영화감독의 평처럼, 우리에게 남은 건 고발이나 책임 전가가 아니라 일시정지의 사유인지 모른다. 감옥에서 나와 더 큰 감옥에 갇혔다고 말하는 이들은 화초를 가꾸고 성당에 가서 참회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식물은 말이 없고, 배신하지 않아서 좋다는 김주환의 말이 머리를 맴돈다. 전과자의 기록을 가진 김창수는 딸에게 푸른 수의를 입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생존자들이 서로 할퀴고 토해내는 것을 보면서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의 말대로 <공동정범>국가란 무엇인가로 시작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귀결되는 영화다.
등록일 : 2018-01-19 18:01   |  수정일 : 2018-01-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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