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FUN | 영화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제리 맥과이어〉 “가슴이 비었다면 머리는 소용이 없다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영화 ④

세상에 로맨틱한 영화는 많지만 다시 보고 싶어질 만큼 감동을 주는 영화는 흔치 않다. 미국 감독 캐머런 크로가 메가폰을 잡은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는 로맨스가 물씬한 영화이면서도 왠지 또 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건 이 영화가 비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영화이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덥히는 훈훈한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 |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주인공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는 35세의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다. 잘생긴 외모에 매력적인 약혼녀까지 있다. 거대 스포츠 에이전시 SMI(Sports Management International)에 근무하는데, 33명의 에이전트가 1685명의 운동선수를 관리하는 SMI에서 제리는 72명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선수들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전화통을 붙들고 살다시피 하던 어느 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그가 담당하는 선수가 10대 소녀를 성추행하고, 또 다른 선수는 꼬마의 사인 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안하무인이 된다.

큰 부상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가족을 알아보지만, 같이 있던 제리에 대해선 “아, 내 에이전트”라 할 뿐 이름조차 모른다. 게다가 수차례 부상을 당한 데 대해 선수의 어린 아들이 그에게 상소리를 날리자 제리는 큰 충격을 받는다.


제리는 처음 스포츠계에 입문했을 때의 순수한 열정을 어느덧 잃어버리고 선수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대한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새벽까지 ‘우리가 생각만 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The things we think and do not say)’이라는 제목의 제안서(mission statement)를 써서 직원들에게 돌린다. 제안서의 요점은 ‘회사는 방대한 고객보다는 소수 정예의 고객들에게 진실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것. 하지만 제리는 이 제안서가 문제가 되어 전격 해고된다.

이 부분에서 눈여겨봐야 할 장면은 제안서를 모든 직원에게 돌린 직후 제리가 출근하자 회사 동료들이 박수를 보내는 신이다. 그 취지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얘긴데, 박수를 치면서 두 명의 직원이 대화를 나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길어야 1주일.” 그리고 제리는 1주일 만에 해고되는 것이다. 제리의 행동이 현대 미국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자질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해고 통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했던 제리는 한순간에 커다란 곤경에 빠져버린다. 사무실을 떠나는 그의 곁엔 경리부에서 일하며 그를 흠모해 오던 26세의 싱글맘 도로시(러네이 젤위거)만이 남는다. 약혼녀는 미련 없이 그를 떠난다.

해고 통고를 받은 직후 제리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하지만 한때 친한 동료였던 밥 슈거(제이 모어)는 거대 회사라는 배경을 내세워 제리의 톱스타 고객들을 모두 빼앗는다. 결국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고 선수 생명이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미식축구 선수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 주니어)만이 유일하게 남는다.

캐머런 크로 감독은 원래 ‘일하는 남자(workingman)’의 애환과 로맨스를 담을 영화를 준비했었다. 대기업 사무실을 방문해 비즈니스맨들을 만나고 서류가방을 든 채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남자들을 인터뷰했다. 그 당시 친구 한 명이 스포츠 에이전트와 운동선수의 세계를 소개해줬다.

크로 감독은 철저히 돈에 의해 움직이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비정한 세계에 끌렸고, 이때 만난 에이전트 리 스테인버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테인버그를 통해 크로는 많은 프로 선수와 구단주, 에이전트를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크로 감독은 3년 반에 걸쳐 〈제리 맥과이어〉 시나리오를 썼고, 스테인버그는 제리 맥과이어라는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 되었다. 실제로 그는 맥과이어처럼 어떤 ‘제안’을 했다가 업계에서 힘든 일을 겪은 인물이었다.

제리는 한편으론 로드의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다른 한편으론 도로시와 그녀의 어린 아들(조너선 립니키)에게 푹 빠지게 된다. 제리는 자신에게 헌신적인 도로시에게 ‘사랑’인지 인간적인 ‘의무감’인지 헷갈리는 감정을 느끼면서 얼떨결에 프러포즈하게 되고, 둘은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얼마 가지 않아 삐걱거린다.


“You complete me”


제리는 “돈을 벌게 해줘.(Show me the money)”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로드의 변덕에 맞추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비록 불평 많은 말썽꾸러기지만 로드는 가족과 일, 그리고 우정의 의미를 아는 인물이고, 둘은 티격태격하면서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간다.

로드의 소속팀은 중요한 경기를 치르게 되고, 그 경기에서 역전 터치다운에 성공한 로드는 상대팀의 격렬한 태클에 의식을 잃고 경기장에 쓰러진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로드는 환호하는 관중 앞에서 춤을 추며 한순간에 스타로 떠오른다. 경기가 끝난 직후 로드는 로커룸 앞에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막으며 “제리 어딨냐?”고 찾고, 둘은 감격의 포옹을 나눈다.

〈제리 맥과이어〉는 ‘냉정한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로드가 말하는 ‘콴(Kwan)’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영화 칼럼니스트 김형석은 보고 있는데, 필자 또한 공감한다. 로드가 말하는 ‘콴’은 로드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사랑, 존경심, 공동체 그리고 돈 등을 포함하는, 인생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일컫는 말이다.

제리는 로드와의 관계 속에서 그 ‘콴’의 의미를 깨닫고, 또 그를 체화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드디어 성공하게 된 로드는 방송에 나와 제리에게 “넌 나의 대표적인 ‘콴’이야”라고 말한다. 〈제리 맥과이어〉에서 로드를 연기한 쿠바 구딩 주니어는 제69회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영화 내용과 마찬가지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화엔 인생과 사랑에 대한 격언급 대사들도 적지 않다. 제리와 도로시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커플은 수화로 이런 사랑의 밀어를 나눈다. “당신이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You complete me)”

이 인상적인 대사는, 결혼 후 잠시 도로시와 헤어져 있던 제리가 다시 돌아와서 하는 고백이 된다. 제리는 말한다. “세상이란 참 눈물 나게 비정한 곳(cynical world)이야. 우린 거친 경쟁자들과 일하고 있고…. 당신을 사랑해. 당신이…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 ‘You complete me’는 ‘Show me the money’와 더불어 영화 〈제리 맥과이어〉가 탄생시킨 가장 유명한 대사가 되었다.

〈제리 맥과이어〉는 톰 크루즈의 배우 경력에서 분수령이 된 영화다. 〈어 퓨 굿 맨〉(1992), 〈야망의 함정〉(1992),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미션 임파서블〉(1996), 그리고 〈제리 맥과이어〉까지, 그가 연속으로 출연한 5편의 영화는 모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러한 기록은 톰 크루즈가 최초였고, 그는 당대 최고의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

특히 〈제리 맥과이어〉는 톰 크루즈가 단순히 ‘미남 스타’가 아니라 관객의 가슴을 파고드는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것을 증명한 영화였다.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수여하는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톰 행크스 대신 톰 크루즈 캐스팅


흥미롭게도 원래 캐머런 크로 감독이 염두에 두었던 배우는 톰 행크스와 위노나 라이더였다고 한다. 이 두 배우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면서 시나리오 초고를 썼다. 하지만 톰 행크스가 다른 영화 때문에 출연이 불가능하자 톰 크루즈가 이 역할을 맡게 됐다.

감독의 주변 사람들은 크루즈 캐스팅에 회의적이었는데, 크루즈가 대본을 읽고 감동 받아 눈물을 흘렸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톰 크루즈와 위노나 라이더를 카메라 테스트 해보니 둘은 연인이라기보다 남매처럼 보인다는 평이 지배적이라 다른 여배우를 물색하게 되었다.

그래서 뽑힌 배우가 러네이 젤위거였는데, 그녀는 이 영화 이전까지는 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신인 배우로 당시엔 궁핍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르는 인생역전을 이루었다.


그녀가 연기한 도로시는 〈제리 맥과이어〉의 멜로드라마적 요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다. 절묘한 캐스팅 덕분에 배우 젤위거가 지닌 일상적이며 현실적인 느낌이 제리의 이상주의와 결합하면서 효과적으로 영화의 균형을 잡고 있다.

이 영화에는 중간에 수차례 나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는 ‘디키 폭스’라는 이름의 멘토가 있다. 가슴과 머리를 번갈아 짚으며 “가슴이 비었다면 머리는 소용이 없다네.(If this is empty, this doesn't matter)”라고 말하는 이다. 제리의 에이전트 선배로서 여러 충고를 해주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제리가 나락에 떨어졌을 때엔 “여유를 가지게. 새로운 내일이 있으니까”라고 충고해 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위안과 교훈이 되는 말들이다.

스토리로 보자면 〈제리 맥과이어〉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드라마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리가 자신이 매달려왔던 성공의 이면에 있는 것들을 보고, 삶에서 성공보다 더 중요한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의 묘사는 정밀하면서도 설득적이다.

영화에서 디키 폭스의 마지막 충고는 이렇다. “내가 인생의 모든 것에 해답을 가지고 있진 않겠지. 난 살면서 성공한 만큼 많은 실패도 했다네. 하지만 난 내 아내를 사랑하고, 내 인생을 사랑하지. 자네에게도 나 같은 성공이 있기를.”
등록일 : 2018-01-03 09:19   |  수정일 : 2018-01-03 17:41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