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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겪어야 할 신파 아닌 현실 , 영화 <채비>

* 영화내용 있습니다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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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채비>, 11월 9일 개봉

우리 모두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 있다
. 늘 곁에 있어준 사람이 언제까지나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슬픈 예감이 현실이 되는 일이다. 세상은 그대로이고, 아침마다 뜨는 태양도 변함 없는데 단 한 사람 그 존재가 사라져, 내가 살던 지구의 공기가 사라진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별 일 없이돌아가는 그 숨막히는 느낌말이다.
 
<채비>는 언젠가 우리 모두 겪게 될 그 날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영화다. 특별히 아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소원을 지닌 장애인의 엄마와 그 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발달장애인의 인구는 20만을 넘어가는데 이들이 부모의 울타리를 나와 자립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각 부모들이 자녀를 품에 안고 각개전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규네 사정도 다르지 않다. 어린 자식과 병든 남편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던 애순(고두심)은 일곱 살부터 자라지 않는 아들을 돌보며 산다. 겉은 서른이지만 속은 영락없는 일곱 살인 인규를 세상으로 내보낼 준비를 하는 게 애순의 마지막 양육이다. 이제 애순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파가 아닌 현실
 
이 영화가 신파가 아닌 이유는, 발달 장애를 비롯해 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는 피할 수 없는 명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떠난 뒤에 세상은 남들 보다 더딘 내 아이를 받아줄까’, ‘나 없는 세상을 아이가 살아갈 수 있을까..’, 극 중 애순이 인규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 혼자 밥 차려 먹는 연습을 시키는 이유도 그래서다. , , 계란 후라이.. 이 소박한 한 상이 인규에게는 몇 주의 훈련을 통해서 차려진 귀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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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객은 엄마 이야기에 고두심 씨를 쓰는 건 반칙이라는 평을 남겼다. 정말 그렇다. 고두심은 아주 찰나의 찰나에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인규를 시설에 맡기고 떠나려다, 차마 그러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한 장면은, 애순의 눈빛 하나로 설득이 된다. 김성균의 연기도 인상깊다. 장애인에게 누가 되지 않으면서,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적정한 선에서 그는 인규를 밉살스럽게 또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늘 엄마와 함께 올랐던 길고 높은 계단을, 영화의 마지막에 인규 혼자 오를 때의 먹먹함은 그의 등이 담고 있는 적막함으로 채워진다. 사랑하는 존재가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일은,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들에게 머잖아 일어날 일이다. 단 한 번만 보고 싶고, 단 한 번만 같이 밥을 먹고 싶고, 꼭 한 번만 손을 잡고 싶은데 더는 그럴 수 없다. 이 모든 일을 인규는 겪어낸다. 그건 애순씨가 채비를 단디 시키고 떠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애순씨와 인규만큼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까. <채비>는 우리 모두가 겪을 혹은 겪었을 일들에 대한 슬픈 예고편이자,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장애인들을 향한 따뜻한 격려다. 엄마는 떠났지만, 남겨진 인규에게 속 깊은 이웃들이 있어 다행이다.
 
등록일 : 2017-11-13 16:18   |  수정일 : 2017-11-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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