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FUN | 영화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문근영의 <유리정원> vs 김혜수의 <미옥>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본문이미지
2016년 개봉한 영화 <미씽>

 
<미씽>의 주연이었던 두 배우를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두 사람은 모두 <미씽>의 성취에 감사하면서도 그 과정의 치열함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먼저 함께 하는 동료들을 납득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아이를 잃은 여자의 이야기는 모성을 중심으로 흘러야 한다는 게 공고한 장벽이었다. 이들은 모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모성이 전부는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미씽>은 결국, ‘사라진 아이가 아닌 사라진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고민은 여배우의 전유물이 아니다. 관객의 것이기도 하다. 남성이 쓰고, 남성이 연출한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들의 문법 또한 익숙하다. 순전히 남성만 나와서 남성들만의 이야기로 120분이 채워져도, 여성은 피해자이거나 희생자로만 나와도 (이런 영화들이 워낙 많아) 그 불균형까지 익숙해지고 말았다.
 
120분, 불꺼진 남성의 세계
 
반대의 경우는 다르다. 여성이 쓰고 여성이 연출한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낯설음을 불러일으킨다. ‘맞고, 틀려서가 아니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들이 드라마를 보다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드라마 작가 중에는 특히, 로맨틱 코미디 물이나 멜로의 경우에는 여성작가가 만드는 세계가 많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남자가 할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다. 때문에 일상의 남자들은 남자 주인공에게서 오글거림을 느끼게 된다.
 
여성 관객이 영화 속 여성을 보는 느낌도 비슷하다. 그는 여성이 아닌 남성의 상상 속에 사는 여성 같다. 이들은 자신의 육체를 과시하며 등장해 속절없이 죽는다. 이는 영화를 만드는 이들 주변에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그 관점을 나누어가질 동료들이 부족하다는 말과도 닿아 있을 것이다. 때문에 불 꺼진 스크린은, 남성들의 세계를 구경하는 120분인 경우가 많다.
 
본문이미지
문근영 주연의 영화 <유리정원>

충무로에 여자배우가 의미있는 역할로 나오는 영화는 많지 않다. 그렇게 된지는 꽤 되었다. 안 팔리니 안 만든다는 당연한 결과를 뚫고, 문근영 주연의 <유리정원> 김혜수 주연의 <미옥>이 탄생했다. 전자와 후자는 각자가 딛고 선 현실을 보여준다. <유리정원>은 상업 영화가 아니다. 때문에 신수원 감독의 세계와 문근영의 연기가 춤을 추듯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 든다. 문근영이 연기한 재연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저 그런 세계가 있다고, 한 세계를 무람없이 펼쳐 보인다
 
한국영화의 과도기, <미옥>
 
김혜수의 <미옥>여성 느와르를 전면에 내세운 모험작이다. 그리고 이 총대를 김혜수가 맸다. 그럼에도 미옥은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결국 이 세계의 설계자와 투자자의 한계 안에 머문다. 액션과 멜로를 오가는 김혜수의 분투가 의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내긴 하지만, 영화 전체의 미욱함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미옥의 뒤로 숨겨진 여성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유는, 피튀기는 느와르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함께 전시되는 나체의 여성들 때문이기도 하다.
 
본문이미지
김혜수 주연의 영화 <미옥>

현재 한국영화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블랙리스트를 넘어, 화이트리스트를 지나 영화가 세상을 비추는 관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이 작은 징검다리들이 모여 새 길이 날 것이다. 문근영이 놓은 돌과, 김혜수가 만든 다리 위로 많은 이들이 지나갈 것이다. 그 날에는 남자와 여자를 넘어 인간과 인간으로 좀 더 편안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아지길, 유리로 된 천장 뿐 아니라 스크린으로 만들어진 벽도 깨어지길, 아직은 기다릴 뿐이다.
등록일 : 2017-11-09 18:09   |  수정일 : 2017-11-13 13:37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