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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해일을 일으키는 배우, <남한산성>의 박해일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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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10월 3일 개봉

인조는 어리석은 왕
, 이었다고 역사는 평가한다. 후세의 사람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와 병자호란 당시 인조를 용서하기 어렵다. 이들은 백성을 두고, 자신의 안위를 찾은 이들이다. 종묘사직의 준엄함을 내세워, 성을 쌓고 문을 닫은 이들이다. <남한산성>은 치욕의 역사에 박제된 이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주화파 최명길은 비루하고, 척화파 김상헌은 우뚝했는가. 왕은 참으로 애민정신이 1도 없는 멍군이었는가.
 
영화 <남한산성>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인조는 실록이 전하듯 말수가 적다. 그는 많이 듣고 더 많이 생각한다. 애초 반정으로 잡은 정권은 기반이 약했다. 광해군은 청과 실리외교를 폈지만, 인조는 그의 길을 갈 수 없었다. 결국 청은 조선의 안방까지 쳐들어왔다. 한양에 남지도, 강화도로 피하지도 못해 머물게 된 남한산성에서의 47일은 몹시도 추웠다.
 
가장 낮은 자에서 가장 높은 자까지
 
처음에 책을 받고, 감독님께서 인조역을 부탁하셨을 때는 많이 망설였어요. 이 인물이 가진 사연과 무게를 전달하기에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다시 만나, ‘해일씨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박해일은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1636년을 두 번째 산다. 처음에는 <최종병기 활>에서 였다. 당시 박해일은 청군의 포로가 된 누이 자인을 지키기 위해 활 하나에 의지해 적진으로 달려가는 궁수였다. 시간은 5년이 지났고, 그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이러나 저러나 살기 힘든 시기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남한산성>은 역사를 그대로 담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친 작품이에요. 원작부터 그렇죠. 때문에 인조가 어떤 왕이었는가에 대한 평가도, 최명길의 주화냐, 김상헌의 척화냐 라는 판단도 결국은 보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다만, 그 과정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존재죠.”
박해일 역시 인조가 되기 위해 몸부림 쳤다. 남한산성에 올라 그가 걸었을 길을 가만히 걷고, 인조의 아버지가 묻힌 능에도 다녀왔다. 별 소용없는 일 같지만, 그에게는 굉장한 소용이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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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도비를 찾은 박해일, 이병헌, 황동혁 감독, 고수

평소에도 많이 걸어요. 생각이 많을 때는 더 많이 걷죠. 그렇게 걸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해요. 마음을 다스리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더라고요.”
<남한산성>에서 인조는 듣는 사람이다. ‘살아서 치욕을 견뎌야 한다는 최명길의 말을 듣고, ‘죽음으로 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의 말을 듣는다. 결국 이들의 말을 살아내야 하는 건 임금과 백성이다. 남한산성의 성문 앞에 까지 이른 청군은 인조를 산성의 서문으로 끌어낸다. 서문은 패자에게 열린 문이다. 그 문으로 나가 왕은 청의 칸에게 투항한다.
 
아홉 번 엎드리고, 세 번 절한다. 이 삼배구고두례에 대한 여러 설이 있다. 땅에 짓찧은 인조의 머리에 피가 흘렀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남한산성>의 박해일은 다만 담담하게 땅에 엎드린다. 엎드려서 조선의 흙냄새를 맡는다. 그 흙이 왕의 이마에 흥건히 묻는다. 오열하는 건 왕이 아니라 그의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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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은 곧잘 긴장해 식은땀을 흘린다. 영화를 찍을 때는 그 인물에 동화돼 더욱 그렇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인물을 느끼는 그의 예민한 감성은 그의 신경을 곧추세운다. 그래서 어떤 연약한 인물이 그를 통과할 때, 거기서 흘러나오는 애잔함이 있다. 그건 내색하지 않지만 읽히는 두려움이고, 고요한 듯 하나 스며나오는 일렁임이다. 인조는 어리석은 왕이었는가. 다시 질문한다. 그 질문에 이전 같은 단호함은 사라졌다. 다만 마음에 뜻모를 해일이 인다. 그것이면 된 것이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데 그 정도의 수고와 연민은 있어야 한다.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등록일 : 2017-10-11 14:55   |  수정일 : 2017-10-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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