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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의 오늘 vs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의 내일

한국영화는 지금 장르의 '기근'을 겪고 있다. 설경구의 헌신과 문소리의 분투는 한국영화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까.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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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9월 6일 개봉

 
설경구 주연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지난 주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가 출연한 <서부전선>부터 <루시드 드림>, <불한당>으로 이어진 가뭄을 해소할 단비였다. 설경구의 연기가 관객을 실망시킨 적은 없지만, 어떤 영화는 설경구를 담기엔 그릇이 작았다. 이는 설경구와 영화의 관계라기보다는 한국영화계에 일어난 기근이었다. 한 가지 장르, 소위 알탕 영화라 일컬어지는 남자들만의 영화에서 남자 배우들은 대부분 조폭이거나, 형사이거나, 군인이거나, 검사이거나, 정치인이었다.
 
물론 설경구도 조폭이거나, 형사이거나, 군인이었다. 처음의 설경구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박하사탕><오아시스>를 지나왔고, <그 놈 목소리><소원>에 출연했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어떤 배우가 한 가지 색깔만 찍어내는 영화계에서 낼 수 있는 색깔은 한정적이었다. <서부전선>이나 <루시드 드림>은 그 만듦새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지만,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부분은 있다. 그 시도도 설경구가 나섰기에 가능한 부분이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올해 개봉한 한국 스릴러 영화 중 처음으로 200만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장르의 기근
 
여배우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는 꽤나 배부른 소리다. 남자 배우는 맡을 역할이 정해져있어 운신의 폭이 좁지만, 여자 배우는 맡을 역할이 없어서운신 자체가 불가하다. 이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다. 화양연화처럼 어느 눈부신 한 때만 간직하고 있다. 매번 관객의 스코어로 존재의 의미를 증명해야 하는 남자 배우의 고단함도 크겠으나, 아예 경기장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속절없는 세월이 지나는 여자 배우의 고독함과 비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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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로 감독에 도전한 문소리

1999<박하사탕>으로 만난 두 배우가 2002<오아시스>를 지나 2017년에 이르렀을 때 둘의 궤도는 꽤나 달라져 있었다. 설경구는 2017년에만 3편의 영화를 개봉했다. 찍은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형사와 조폭, 살인자의 살기와 아버지의 부성애를 오가는 광폭 행보였다. 2017년 문소리가 출연한 영화는 현재까지는 <특별시민> 한 편이다. 그리고 지난 914일 한 편의 영화가 더 개봉했다.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출연을 한 영화다.
 
이 영화의 앞에는 자력갱생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는다. 스스로 살 길을 도모했다는 뜻이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며 만든 작품 세 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그가 연출을 공부하게 된 이유도 영화에 대한 사랑은 깊으나,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해서. 영화에 목말라 우물을 팠다. 설경구는 연출을 배우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배우가 됐다고 했다. 문소리는 배우로 시작했지만, 어느 날 감독이 됐다. 그 순서가 무에 그리 중요하겠느냐만은, 두 사람이 보여주는 행보는 한국영화의 오늘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할 수 있을까
 
문소리는 영화 안에서나 영화 밖에서나 인간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결국 매력있는 자가 살아 남는다는 생의 비밀을 깨달은 이유다. 그의 눈에 설경구가 여전히 촬영장에서 1만 개의 줄넘기를 넘는 이유도 매력을 위해서다.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살인자를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에 붙은 살까지 빼내는 지독함을 보였다. 문소리는 설경구의 치열함을 안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 시절보다 더 깊다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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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영화 <오아시스>의 종두(설경구)와 공주(문소리)

<박하사탕>에서 영호(설경구)는 철로에 서서 나 돌아갈래라고 외친다. 딱 스무 해 전 1979년 첫사랑 순임(문소리)이 건네 준 박하사탕 하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여기던 시절이다. 다행인 건 순임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로 남지 않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여배우는 오늘도> 관객은 5000명 남짓, 상영 극장 수는 50개가 채 되지 않는다. 문소리는 “100만을 넘으려면 20년은 상영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30명의 관객이 있는 극장이라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설경구의 200만이 드디어 찾아낸 오아시스라면,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파낸 오아시스다.
 
등록일 : 2017-09-18 17:29   |  수정일 : 2017-09-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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