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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배우 송중기가 물었다 “제가 상남자인가요?”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피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숨기려고 할수록 수상해지는 이야기는 터놓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빛나는, 그래서 복된 이야기가 된다. 인생의 가장 황금기에 찾아온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 송중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제공 :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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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인물도 리듬감이 있으면 고유의 생기가 생긴다.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이 그토록 눈부셨던 이유는 그가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이면서도 현실이라는 리듬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듬감은 다른 말로 호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송중기의 연기에는 이런 고유의 호흡이 있다. 〈군함도〉에서 송중기가 연기한 박무영이 등장하는 시점은 영화 시작 후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다. 그럼에도 그는 작품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스윽 하고 다가와서 정확한 타이밍에 작품을 장악한다.

박무영의 무영은 ‘그림자가 없는 인물(無影)’이라는 뜻이다. 〈군함도〉에 등장한 칠성(소지섭), 말년(이정현), 강옥(황정민)은 그 이름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종로에서 주먹깨나 쓰던 칠성과 경성 최고의 악단을 이끌던 강옥,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스산한 삶을 산 말년과는 달리 무영은 그의 지난 삶을 짐작하게 할 어떤 단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홀연히 나타나 판을 바꾸는 인물이다. 2012년 〈늑대소년〉을 마치고 입대한 송중기는 군대 안에서 영화에 대한 갈망을 키워왔다. 그 강렬한 갈망을 이 회색의 인물에 눌러 담았다.

〈태양의 후예〉에 이어 두 번째 군인 역할을 맡았다고 하기엔 두 인물이 가진 낙차가 크다.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로맨스부터 액션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던 유시진 대위는 여기에 없다. 조국이 맡긴 사명과,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청년이 있을 뿐이다. 달라진 건 배역만이 아니다. 〈군함도〉 개봉 전, 그는 〈태양의 후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송혜교와의 결혼 소식을 알려왔다. 열애설을 건너뛴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영화 개봉 소식을 압도할 정도로 한, 중, 일에 파급력이 컸다. ‘태풍의 눈’ 한가운데서 만난 송중기는 차분하고 의연했다. 결혼 소식을 애써 에둘러 가지도, 영화의 무게에 눌려 공연히 힘을 주지도 않았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리듬감이 그에게는 이미 탑재돼 있었다.


뻔한 이야기도, 뻔하지 않게

영화 〈군함도〉
〈군함도〉의 무영은 결국 판타지를 담당한 인물입니다. 조선인들의 탈출은 이루어지지 못한 이야기였으나, 무영과 함께 이 꿈을 이루니까요. 영화가 역사에 주는 위로 같기도 했습니다.

“‘위로’라는 말에 동의해요. 그러기를 바라고요. 무영의 존재는 영화에서 돋보여야 하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가진 사연이나 속내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가 수행하는 임무가 특별할 뿐, 그 인물이 특별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무영의 톤을 낮추는 데 더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또 이 인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어떤 것일까요.

“오로지 대본, 무조건 대본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 영화에 대한 갈망이 컸습니다. 〈늑대소년〉을 마치고 바로 입대했으니까요. 휴가를 나와서 〈베테랑〉을 연달아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유아인 배우와 친해서 그의 연기를 인상적으로 보기도 했지만, 일단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 자체에 감탄했습니다.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먼저 제안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군함도〉가 천만을 넘을 것인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 숫자가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알려진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든 모두에게 그런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실제 이 일을 겪은 분들께 누가 되지 않아야 된다는 것과, 잊힌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류승완 감독님께는 말할 수 없는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분위기를 모두가 공유했고요.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영화 한 편이 가진 무게를 새삼 실감했어요.”

영화 촬영 중 ‘평화의 소녀상’을 보러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팬들도 함께 ‘나눔의 집’에 기부를 했다는 소식도 들었고요.

“그런 날 있잖아요. 공연히 눈이 일찍 떠진 날이오. CF 촬영이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시간 여유가 있었어요. 아침에 소녀상이 있는 곳에 가보니, 정말 그 자리에서 돌아가면서 지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음료수라도 하나씩 건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팬분들이 여기에 동참해서 기부를 했다는 소식은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무척 고맙죠. 이런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요.”

저도 〈군함도〉를 보고난 뒤 위안부 생존자셨던 김군자 할머니의 부고를 들으니, 그냥 지나쳐지지 않더군요. 아마 현장에 있던 분들은 더 각성이 컸겠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군함도 관련해서뿐 아니라 다방면에 박식하세요. 역사뿐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도 더듬이를 이렇게 켜고 계시죠. 그런 사회에 대한 관심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걸 배웠어요. 젊은 거장이 괜히 탄생하는 게 아니구나 싶고요.”

군함도뿐 아니라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범기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요. 송혜교 씨가 미쓰비시의 광고를 거절한 일이 새삼 화제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아요.

“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혜교 씨도 거창한 일을 했다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죠. 여행을 다니다보니 박물관에 한국어 설명이 없다는 걸 알게 됐고,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함께 해설집을 만든 거고요.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이… 보기 좋고요.(웃음)”

평소 ‘현명한 사람’을 이상형으로 말해왔는데, 그런 점에서는 무척 부합한 분인 것 같습니다.(웃음) 눈부신 외모 때문에 그 현명함이 감추어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너무 눈이 부시죠.(일동 웃음) 너무 팔불출 같지만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저와 닮은 점도 참 많고요. 서로 대화를 하면서 배우는 부분도 많아요. 그런 점이 참 감사하죠. 이번 작품을 하게 됐을 때도 많은 응원을 해줬어요. 좋은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요. 사실 여배우들은, 남자들보다 더 기회를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거든요.”

궁금했습니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 드라마고, 그 당시에는 두 분이 정말 좋은 선후배로 보였거든요.

“당시엔 그랬습니다. 좀 더 특별한 사이가 된 건 그 이후예요. 제가 먼저 좋아했고, 먼저 고백했습니다. 저희 둘이 닮은 점이 참 많아요. 그래서 통하는 면도 많았고요. 본의 아니게 숨긴 게 돼서 죄송한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도 여느 연인들처럼 저희 둘만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가야 할까가 고민되긴 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감사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송혜교, 현명하면서 아름다운 사람


어떤 질문에도 망설이거나 머뭇거림이 없었던 송중기가 이 부분에서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숨기려는 것과 간직하려는 것은 다르다. 숨김없이 이야기하면서도, 둘만이 간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되도록 가감 없이 이야기하려는 연예인으로서의 다짐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연인으로서의 고민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계산하는 것 같지 않고, 질문한 사람이 무안하지 않도록 적절한 선을 찾는 것 같아 고마웠다.

송혜교 선배를 비롯해 좋은 선배들이 많으시죠.(웃음) 선배들이 유독 송중기라는 사람을 예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군 입대 전 손현주 배우는 “군에 가서 일반 병사로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지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죠.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하셨죠. 배우로 유명해지다보면 그러기가 더 힘들고요. 그 말씀을 잘 듣고 잘 지키기를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병 정도로만 지냈어도 될 걸, 최전방 부대에 자원해서 고생을 좀 하긴 했죠.(웃음)”

〈군함도〉에서는 이경영 배우와 붙는 신이 많았습니다.

“경영 삼촌은 제가 〈군함도〉를 통해 얻은 보물입니다. 형처럼 대해주시는데, 저희 어머님과 나이 차이가 얼마 없으셔서 제가 삼촌으로 모시고 있어요. 경영 삼촌이 늘 가시는 족발집이 있는데 거기 족발 먹으면 다른 데 족발은 못 먹습니다. 사실 소녀상을 찾아가게 된 것도 경영 삼촌이 해주신 조언 때문이에요. 배우는 모든 부분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많은 것을 흡수하고, 많은 것을 보라고요.”

대본을 보면 한 편의 그림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영화가 완성된 뒤 본 그림은 예상했던 그림과 비슷했나요?

“더 좋았습니다. 대본으로 느꼈던 재미도 컸는데, 영화가 완성된 뒤 느낌은 더 컸습니다. 그토록 치열하게 영화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온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님과 황정민 선배의 호흡은 닮고 싶고 부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두 분이 서로를 깊게 신뢰한다는 게 느껴졌고, 함께 있어서 더 시너지가 나는 현장이었으니까요.”

그나저나 많은 분들이 송중기 씨를 ‘상남자’라고 부르더군요.

“아, 제가요? 저는 제가 상남자인지 잘 모르겠는데…(웃음) 아마 오글거리는 걸 잘 못 해서 그런가 봅니다. (주변 매니저와 스태프들을 향해) 제가 상남자인가요?”


인터뷰 중간에 송중기는 종이와 펜을 꺼냈다. 질문을 들으면서 지나치지 말아야 할 단어 몇 가지를 검은 글씨로 꾹꾹 눌러 적었다. 본인의 마음과 말하는 단어가 어긋나면,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송중기가 가진 호흡과 리듬감은, 그런 데서 나온다. 본인이 믿지 않으면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믿어지면, 거침없이 전진한다. 그 모습이 퍽 믿음직스러워서 송중기가 조선인을 데리고 지옥섬을 탈출하는 모습 역시 큰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가장 뜨거운 스타와 만나는 자리는 늘 조심스럽다. 그가 가진 아우라가 현장을 압도해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까지 가 닿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적어도 송중기와 나눈 대화에서는 그런 해빙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장갑을 끼고 나누는 악수가 아니라, 온기가 전해지는 대화였다. 뭉근하게 끓인 진국 같은 온기가 그를 상남자로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의 과업을 앞두고도 진심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숱한 스캔들과 루머도 잠잠해지게 하고 있다. 인생의 동반자와 걸어갈 앞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 인생의 절정에서 계산 없는 선택을 한 그에게 찾아온 '그림자 없는' 축복이다.
등록일 : 2017-08-24 09:34   |  수정일 : 2017-08-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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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탈세  ( 2017-08-26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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