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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그리는 여자, 에단 호크+샐리 호킨스의 <내사랑>

*영화 내용 있습니다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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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사랑> 7월 12일 개봉

스크린 위로 자욱한 담배 연기가 쌓인다
.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붓을 든 모드가 정성껏 하나의 선을 긋는다. 그 선은 캔버스 위에 머물렀다가 벽으로, 창으로 옮겨간다. 그런데 이 화가의 움직임이 좀 다르다. 모든 동작이 일시정지했다가 다시 재생된다. 멈췄다가, 흘렀다가, 멈췄다가, 그었다가를 반복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은 동화같고, 아이같고, 눈부시다. 색감은 따뜻하고 숨결은 보드랍다. 그의 화폭 안에서는 닭들도 행복해 보인다.
 
모드 루이스, 소아 관절염을 앓던 나이브 화가(Naive,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아 기존 양식에 구애받지 않는 화가)다. 그의 가족들은 그를 부끄러워하고, 하찮게 여겨 방에 가둔다. 하지만 루이스는 방이 가둘 수 없는 영혼을 지닌 여자다. 그는 자신이 부끄럽지도, 하찮지도 않다. 세상은 그에게 불친절하지만, 그는 세상에 한없이 친절하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친절하다. 그의 불편한 다리는 그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그의 굽은 손은 그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준다. 더디고, 더딘 속도로 그는 인생이라는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가정부를 구한다고 들었어요
 
우리 집의 서열을 말해주지. , , .. 그리고 다음이 당신이야
라고 말하는 남자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집에 숨어든 작은 새같은 모드를 내치지 않는다. 수프를 끓여주면 맛있게 먹고, 바람이 불면 덧문을 달아준다. 사람들은 둘의 사이를 수군거리지만, 어부인 남자는 물고기를 잡고 가정부인 여자는 집을 정돈한다. 하자투성이인 두 사람이 결국 서로의 요철을 맞추어가는 과정은 아슬아슬하지만 사랑스럽다. 둘은 갑자기 사랑에 빠지지도 않지만, 자신의 감정을 일부러 숨기지도 않는다. 둘의 대화는 모드의 그림처럼 꾸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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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에버렛 역을 맡은 에단 호크

남자 에버렛은 에단 호크가 맡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건 그의 아내였다. 에단 호크의 아내는 이 영화는 꼭 해야 한다고 말했고, 현실에서도 애처가인 그는 아내의 말을 따라 <내 사랑>을 찍었다. 처음 에단 호크가 가정부를 구하러 등장했을 때, 몇 번은 긴가민가했다. 그가 쓰는 발성과 걸음걸이가 전작의 그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서툴고 거친 어부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성대를 긁으며 등장해 팔자 걸음을 걸으며 사라졌다.
 
결국 행복해 진 건 너 하나로구나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세 평 남짓의 공간, 버려진 나무와 버려진 동물들이 머무는 공간. 이 공간이 살아나는 건 모드의 그림 때문만은 아니다. 모드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여기에 정성껏 화답했다. 사람들은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고, 듣기 싫다고 했지만 모드는 그 소리를 끄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손바닥 만한 공간만 있다면그것으로 족했다. 모드를 가문의 부끄러움으로 여기던 그의 숙모는, 눈을 감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가문에서 결국 행복해진 건 너 하나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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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함께 살던 집

<내 사랑>을 말하면서, 샐리 호킨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굽은 몸과 여윈 다리, 기우뚱한 걸음걸이와 갈라지는 목소리는 경이에 가깝다. 그는 연기하지 않고, 모드를 살아냈다. 흉하게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곱슬 머리 사이로 반짝이던 샐리 호킨스의 눈빛은 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당신이 맞고, 내가 틀렸어요라고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어졌다. 가문비나무가 펼쳐진 캐나다의 노바스코샤, 눈이 내리고 꽃이 피던 그 집에 살던 모드와 애버렛의 이야기는 여름 볕에 쨍하게 마른 한 쌍의 양말 같다. 뽀송뽀송하고 그리운 느낌이다. 그리움이 담긴 그림에 대한 이야기 <내 사랑>은 오늘 개봉한다.
 
 
등록일 : 2017-07-12 18:57   |  수정일 : 2017-07-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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