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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봉준호 감독의 징검다리 <옥자>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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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6월 29일 개봉

충무로역에서 내리자 대한극장으로 통하는 지하도가 있다
. 한국에서 영화계를 말할 때 충무로라는 말을 은유로 쓰지만, 실상 충무로는 영화인들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다. 이곳은 추억의 영화들의 영화로운 순간을 담고 있다. 90년대를 관통했던 <접속>,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발자취를 더듬다보니 어느새 대한극장이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극장에 와본지가 얼마만이던가. 위치만 다를뿐 규격화된 극장을 가다가, 주인장의 정취가 담긴 영화관을 찾으니 타임슬립이라도 한 기분이다.
 
대한극장을 찾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계에 신문물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으로 2000년대 한국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봉준호 감독이 신문물의 맨 첫째가 되어 한국 관객을 찾았다. 그는 넷플릭스와 함께 <옥자>를 만들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에 대형멀티플렉스는 문을 걸어 잠갔다. 이미 칸 영화제에서 한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영화의 범주에 둘 수 있는가로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 <옥자>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고 그의 존재는 보수적인 프랑스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결국 <옥자>의 언론배급시사회는 충무로의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넷플릭스 기반 <옥자>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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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아마도 이것이 <옥자>의 운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옥자>를 통해 신문물의 깃발을 들어 올리려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세계관에 공감한 넷플릭스 투자자들이 봉준호의 차기작에 힘을 모았다. 틸다 스윈튼, 변희봉 등 그의 영화적 동지들도 <옥자>행 배에 탑승했다. ‘미자역할의 배우 안서현은 무려 2100:1의 오디션을 뚫고 산골 소녀가 됐다. 안서현은 <옥자> 시나리오를 읽고 그러니까, 제가 옥자를 지켜주면 되는 거네요?”라고 말해 봉감독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것이 <옥자>의 핵심이다.
 
옥자는 다국적회사 미란도가 만들어낸 동물이다. 돼지와 코끼리 그리고 하마의 모습이 모두 있다. ‘영리하지만 내성적인옥자는 미란도가 26개국에 보내 키워낸 슈퍼돼지 중 한 마리다. 특이점이 있다면 이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을 지어준 미자와 자매처럼 자랐다는 것이다. 이 평화롭고 맑은 산골에, 다국적 회사의 간판이자 동물을 이용해 부와 명성을 쌓은 동물학자 죠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이 찾아오면서 미자와 옥자의 파란만장한 여정이 시작된다.
 
징검다리에 선 <옥자>, 그리고 봉준호 감독
 
TV도 잘 나오지 않는 산골에 살던 미자는 오직 옥자를 구하기 위해 뉴욕 맨하튼에 선다. 그리고 그 심장에서 미란도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을 만난다. <옥자>의 완성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수 있어도 틸다 스윈튼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불어넣은 입체감과 활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갖기 어렵다. 그는 <옥자>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한국 영화인과 해외 영화인의 협업이 이렇게 매끄러운 시너지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둘은 정말 국경을 초월한 영화적 동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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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은 <옥자>에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옥자>는 봉준호라는 이름을 지우고 봤을 때, 놀라운 영화다. 그러다 봉준호의 이름을 알고 그의 섬세하면서도 깊숙한, 사랑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한 줌의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다. 길을 잃은 기분을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옥자>는 봉준호 영화세계의 하나의 징검다리다. 넷플릭스든, 해외 영화인과의 협업이든 봉준호의 영화는 신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신세계의 문이 활짝 열리기 전, 그 입구를 향해가는 징검다리. 그냥 점프해서 패스할 수 없는 어떤 단계다. 그 과도기에 <옥자>와 봉준호 감독이 있다.
 
등록일 : 2017-06-16 17:39   |  수정일 : 2017-06-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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