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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들이 드러내는 사악한 민낯 <더 바>

글 | 신용관 조선pub 기자

▲ [사진=에이앤비픽쳐스 제공]
영화 좀 본다는 이들이 ‘스페인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페도로 알모도바르(<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귀향> <나쁜 교육>),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스>) 감독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할 것이다.
 
대중적 영화를 즐기는 이라면 비가스 루나(<하몽하몽>),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스(<커먼 웰스>)를, 영화학도라면 루이스 부뉴엘(<안달루시아의 개>) 정도를 언급할 것이고.
 
지금은 G7에도 못 드는 청년실업률 고공행진의 스페인이지만, 카를로스 1세가 절대주의를 완성하고 펠리프 2세가 신대륙 무역에 집중하던 16세기엔 ‘태양이 지지 않는’ 에스파냐 제국이었다. 1588년 무적함대가 영국에 패배하면서 국세가 쇠약해지기 시작, 나폴레옹의 침공 시기에 맞춰 중남미 식민국들을 잃으면서 거대한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치스고 고야,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안토니오 가우디 같은 세계미술사에 획을 그은 기라성들을 배출한 나라답게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일찍이 1900년 무렵부터 극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문화 강국이다. 1896년 영화촬영기를 발명한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가 처음 공개된 곳이 바로 마드리드다.
 
초현실주의적 경향의 실험적인 영상으로 전 세계 영화계에 충격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부뉴엘의 <안달루시아의 개>가 1929에 나올 정도로 스페인 영화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대중적인 드라마, 현란한 색채 감각을 특징으로 하는 스페인 영화의 맥을 잇고 있는 이가 6월 15일 국내 개봉을 앞둔 <더 바>(‘El bar’, 영어 제목 ‘The Bar’, 2016)의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이다.
 
<야수의 날> <커먼 웰스> 등으로 ‘장르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글레시아 감독의 16번째 작품인 <더 바>는 밀폐된 공간에서 기어이 드러나고 마는 인간성의 실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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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날, 마드리드 광장에 위치한 ‘바’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가던 사람이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총상 환자를 구하러 나간 이마저 저격당해 즉사하자, 바 안에 있던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설상가상 바의 화장실에서도 의문의 죽음이 일어난다.
 
더욱 황당한 것은 갑자기 휴대폰을 비롯한 모든 통신이 두절되고, 뉴스에서는 총격 살인사건의 흔적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혼란에 빠진 사이, 바 밖의 시체들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혼잡했던 광장은 텅 빈 상태다. 직감적으로 모두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바 안의 8인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가 사는 피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후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주연 블랑카 수아레즈를 비롯, 스페인의 신구 세대 연기파 배우들이 카오스 상태의 혼란과 공포, 홉스 식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을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한다.
 
장르의 거장답게 러닝 타임 102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흡인력 있게 만든 영화다. 문제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대체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한 거지?” 라는 의문도 강하게 들게 된다는 점이다.
 
극한 상황에 몰린 군중의 이중적 내면 심리? 치부를 숨기려는 공권력?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튀어나오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불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카오스의 시궁창 — 영화의 후반 3분의 1은 마드리드 지하 하수관 터널에서 벌이는 ‘오수투구(汚水鬪狗)’이다 -- 에서 여주인공은 결국 살아나오지만, 불행히도 영화는 끝내 카오스 상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글=신용관 기자]

 
등록일 : 2017-06-14 14:09   |  수정일 : 2017-06-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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