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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간 소록인을 돌본 오스트리아의 두 간호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개봉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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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스틸 이미지

 
전라남도 고흥 소록도의 소록선창길 116-10에는 지난 2016614일 문화재 660호로 등록된 벽돌집이 있다. 단층 건물에 창문이 두 개 나있고, 응접실과 온돌방 2개가 전부인 작은 집. 이 집에서 산 이들의 삶이 숭고해 이 벽돌집까지 유산이 되었다. 이 집의 주인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20대에 이 섬에 들어와 70이 넘은 나이에 홀연히 떠나간 오스트리아 간호사다.
 
2016년은 소록도병원이 개원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일제는 한센병을 저주의 병으로 여겨, 이들을 고흥군 소록도에 강제 수용시켰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에 떠밀린 이들은 바다를 건너다가 파도에 휩쓸려, 배고픔에 시달려 죽었다. 일제는 물러갔지만, 소록도는 해방되지 못했다. ‘작은 사슴(小麓)’처럼 웅크린 섬 안에는 그보다 더 작게 몸을 웅크린 이들이 숨어 살았다.
 
소록을 찾은 푸른 눈의 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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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와 마가렛> 4월 20일 개봉
1960년대가 되자 소록도에 수용된 이들은 6천여명에 이르렀다. 소록도의 길은 두갈래로 갈라져 병자들이 사는 마을과 의료진 등이 사는 마을이 나뉘었다. 그러나 이곳에 머무르는 의료진은 고작 5, 치료할 인력도 약품도, 시설도 태부족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섬, 가족들조차 등을 돌린 채 다시 찾지 않는 섬에 찾아온 이들은 뜻밖에도 오스트리아 간호사 두 명이었다.
 
20대의 두 간호사는 한국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한국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소록도에 자리를 잡았다. 1962년 그리고 1966년에 한센인 구호단체인 다미안 재단을 통해 파견 간호사로 찾아온 이들은 펴견기간이 끝난 뒤에도 철수하지 않고 남았다. 이후로 40여년을 소록도의 자원봉사자로 살았다. 이들은 한센인들의 환부를 맨손으로 치료해 주었다. 가망이 없던 환자도 이들의 정성어린 간호에 회복되는 일이 늘어났다. 한국인 의료진들도 이들의 태도에 감화되어 장갑을 벗고, 마스크를 던졌다. 본디 한센병은 잘못 알려진 것처럼 옮기는 병이 아니었다.
 
사랑의 항생제를 나누다
 
환자들의 생일이 되면 이들은 자신의 작은 벽돌집으로 주인공을 초대했다. 한 번도 병자 마을을 나서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눈물 나는 환대였다. 피부색도 눈동자도 다른 이들은 환자들에게는 어머니였고, 누이였다. 아침이면 조용히 아침기도를 드리고,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가장 아픈 환자부터 나누어주는 것이 이들의 일과였다. 그리고 2005년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에 우유를 나누어 준 두 사람은 편지를 한 장 남기고 소록도를 떠난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이 편지 쓰는 것은 저에게 아주 어렵습니다.
각 사람에게 직접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려야 되겠지만 이 편지로 대신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내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저희의 부족함으로 인해 마음 아팠다면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구합니다.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 큽니다.
그 큰마음 우리가 보답할 수 없어 하느님께 맡깁니다.
 
항상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
-20051122, 소록도에게 마리안느&마가렛 올림
 
이미 70대가 된 두 사람은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할 수가 없고, 공연히 헤어지는 아픔만 남기겠구나싶어 조용히 떠난 것이다. 마치 들어왔을 때처럼 작은 가방 하나씩을 들고 떠난 이들의 방은 단출했다. 적게 소유하고 많이 나누는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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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 있을 때, 마리안느와 마가렛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칭송받을 일이 아니다
 
10년이 지난 뒤, 오스트리아 고향으로 돌아간 두 사람의 곁에는 병환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가벼운 치매를, 또 한 사람은 암과의 싸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온화하고 밝은 얼굴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는 행복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들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에 나레이션을 맡아 재능을 기부한 이해인 수녀는 이기적인 사랑이 난무하는 시대에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기댈 언덕이 없는 이 시대에 훌륭한 사랑의 본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기념한다는 말에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선 소록도의 한센인들은,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이름만으로도 먹먹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한 평생을 기쁘게 살았다. 그리고 그 기쁨이 항생제가 되어 한센인들에게도 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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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에 살던 이들은, “산 설고 물도 선 외로운 섬나라/ 바람 안 불면 비오는 이 소록/ 오늘도 허기져 내일도 허기져/ 지나간 옛 봄은 다시 오건만/ 한번 가면 못오는 인생(1938, 자탄가 )”이라고 한탄하며 지냈다. 늘 허기지던 이들의 마음을 사랑과 헌신으로 배부르게 만들어준 이들이 있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420일 개봉한다.
등록일 : 2017-04-20 14:12   |  수정일 : 2017-04-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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