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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우편배달부의 특별한 우정 그린 <일 포스티노>

글 | 신용관 조선pub 기자

 
 
시(詩)를 통해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세상을 발견해가는 한 남자의 여정을 다룬 <일 포스티노>(Il Postino, 114분, 1994년)가 20여년 만에 재개봉(3월 23일)한다. 영국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가 연출한 이 영화는 제16회 런던비평가협회 감독상, 제49회 영국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제8회 시카고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등 유수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작은 섬 칼라 디 소토에서 아버지와 함께 고기잡이 일로 근근이 먹고 살아가고 있는 청년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시 분)는 뱃멀미를 핑계로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한다. 1950년대 세계 여기저기를 떠돌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 분)가 망명 차 이곳에 들른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에 집을 구해 부인과 함께 그 섬에서 체류하게 된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네루다에게 날아드는 우편물을 처리하기 위해 마리오는 그의 전속 우편배달부로 고용된다.
 
네루다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구입한 네루다의 시집을 읽던 마리오는 시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시인을 통해 ‘메타포페’(metaphore, ‘은유’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시를 쓰기도 하는 마리오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불리는 베아트리체 루소(마리아 그라지아 쿠치노타 분)에 첫눈에 반해 네루다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 영화는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원작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을 바탕으로 했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블로 네루다(1904~1973)는 칠레의 저항 시인. <20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1924), <지상의 주소>(1931) 등의 대표작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마리오 역을 맡은 이탈리아 국민배우 마시모 트로이시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감명 받아 평소 친분이 있던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에게 영화화를 간곡히 제안해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영화로 만들면서 원래 소설의 배경 칠레 산티아고를 이탈리아의 섬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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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측면은 사랑에 빠진 마리오가 나름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낭만과 유머로 묘사한 부분. 베아트리체에게 “당신 미소는 나비처럼 날개를 펼치는 군요”라는 멘트를 던지는 순박한 어촌 청년의 모습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세계적 시인인 네루다에게 “시란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당초 “시는 일일이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만다”던 네루다도 이 청년의 소박한 열정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그 순간 사랑에 빠진 마리오를 위해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 시를 쓰는 방법과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전해준다. 네루다 시인을 연기한 필립 느와레는 영화 <시네마 천국>(1988)에서 어린 소년 토토의 정신적 지주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
 
마리오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은유’를 통해 시를 쓰는 일이 단순히 고양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 중반,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는 네루다의 주문에 마리오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베아트리체 루소) 한마디로 대답한다. 딱히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리오는 영화 후반부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섬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담기 위해 애쓰는 인물로 변해 있다. 고깃배 소리, 그물에 걸린 물고기 들어 올리는 소리, 섬에 부는 바람 소리, 교회의 종소리, 나아가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내의 뱃속에 들어 있는 아이의 심장 소리까지 마리오는 녹음테이프에 담는다.
 
<일 포스티노>는 그러나, 색채와 미장센으로 화면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마치 네오리얼리즘 영화처럼 영상은 거칠고, 사실적이다. 어획물의 제값을 받지 못하는 섬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흥정하려 드는 인간군들, 오로지 표만 얻으려는 무책임한 정치가들의 모습도 덤덤히 묘사된다.
 
영화 후반부의 스토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식이 나오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순박한 어촌 청년이 공산주의자 시인을 만나 시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지만, ‘네루다에게 바치는 시’를 쓰고 1950년대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죽음에까지 이르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방점은 소박함과 따뜻함에 찍혀야 할 것이다. 특히 제68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루이스 바칼로프(Louis Bacalov)의 사운드 트랙은 이 영화의 백미다. 바닷가의 서정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시인을 위해 자전거 페달을 밟는 순박한 청년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일 포스티노>가 ‘시와 바다와 자전거가 있는 영화’라는 문장에 어쩔 수 없이 공감하게 된다.
[글=신용관 기자] 
 
 
 
등록일 : 2017-03-20 16:48   |  수정일 : 2017-03-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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