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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김상호, 라미란 그리고 장혁의 <보통사람>

평범함의 소중함에 대하여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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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사람 스틸

 
영화가 끝나고 바나나를 사먹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바나나는 하나에 900원 정도다. 두 개를 사면 1500, 커피 한 잔 값이나 과자 한 봉지 값에 비하면 저렴하다. 영화 <보통사람>에서 성진(손현주)는 범인을 잡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달리다가, 시장 한 모퉁이에서 바나나를 발견한다. 이미 갈변이 진행돼 거의 갈색 반점이 절반을 덮은 떨이바나나 두 송이, 성진은 큰 맘 먹고 바나나를 산다. 하나는 아들을 하나는 아내를 떼어 주고, 자기는 껍질을 앞니로 조금 파먹은 뒤 입맛을 다신다.
 
영화 <보통사람>은 직선제 거부, 4.13 호헌조치 등 군사독재가 절정을 달리던 1987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제5공화국의 대통령은 도덕성과 정통성에 약점을 갖고 있었다. 1986년에는 나라 곳곳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하는 민주헌법쟁취투쟁이 확산됐고, 야당이던 신한민주당은 1000만 개헌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1987년 서울대생이던 박종철 군이 남산 인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다. 이어 413일에는 모든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호헌조치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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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개봉
2017년이나 1987년이나 국정에 문제가 생기면 평범한 보통사람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곧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 여기며 평소에도 군화를 신고 달리던 형사 성진은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든 전혀 관심없다. 나는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성실하게 국가에 충성할수록 그들이 말하던 국가가 보통사람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데모하는 대학생들도 열심히 잡아넣었고, 월남에 파병 갔다 온 것을 일생의 자랑으로 생각했던 성진은 보통사람으로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꿈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꿈인가를 알게 된다. 그 꿈은 상식이 통하는 보통사회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상식이 통하는 평범한 사회를 꿈꾸는 보통사람의 힘
 
<보통사람>을 보다보면 마피아 게임이 떠오른다. 게임의 술래는 모두가 깊이 잠든 밤에 마피아를 지목한다. 아침이 밝으면 시민과 경찰은 힘을 합쳐 마피아를 찾아야 한다. 이 때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저는 무고한 시민입니다. 마피아가 아닙니다라고 외치는 수밖에 없다. 시민과 마피아를 가르는 기준은 단 하나, 술래의 지목이다. 그리고 성진과 재진(김상호)이 살았던 시대는 국가라는 술래에 의해 숱한 마피아들이 남영동으로 불려가던 시대였다.
 
그 후로 30년이 지났고, 이제 바나나 하나 사먹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시절이 되었다. <보통사람>의 김봉한 감독은 “1987년과 2017년이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했다. 그 때 셔터를 내리고, 연필을 놓고 거리로 나왔던 보통사람들. 오늘, 생업을 뒤로 하고 주말의 휴식을 버리고 거리로 나왔던 보통사람들. 상식이 통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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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역의 김상호와 형사 역의 손현주

<보통사람>의 얼굴에 손현주와 김상호 그리고 라미란을 캐스팅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먼지 한 톨 묻히지 않고 살았을 듯한 안기부 실세 장혁이 양지든 음지든 그게 다 국가를 위한 일 아니겠어요?”라고 물을 때 들었던 서늘함은 그가 얼마나 매끄러운 연기가 가능한 배우인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보통사람>323일 개봉한다.
 
등록일 : 2017-03-20 13:09   |  수정일 : 2017-03-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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