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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얼음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더울수록 더 시원한 자연의 신비지대 ‘풍혈’

글 | 서현우 월간산 기자

빙혈이라고도 불려…
지구온난화 식물 피난처 역할로 생물학적 가치 높아
얼음골ice valley은 다른 말로 풍혈風穴·air-hole혹은 빙혈氷穴·ice hole로 불리는 산 속 바위 틈새 지역으로, 여름엔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엔 따뜻한 공기가 바깥으로 배출되는 특이한 기후환경을 가진 특징을 지닌 곳이다. 풍혈에서는 연중 10℃ 정도의 바람이 항상 나와 이른바 ‘자연 에어컨’으로 불리며, 날씨가 무더워지는 중복과 말복경에 얼음이 더 많이 어는 특색을 갖고 있다.
 
얼음골의 존재는 예로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행李行 등이 지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빙혈은 입하立夏 후에 얼음이 비로소 얼고, 극히 더우면 얼음이 단단하게 굳으며, 장마가 들면 얼음이 풀린다. 봄과 가을에는 춥지도 아니하고 덥지도 아니하며,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이 봄과 같다’고 적혀 있다. <세종지리지>에도 경상도 의성현에 위치한 빙혈에 대해 ‘빙산의 큰 바위 아래에 높이가 3척, 폭이 4척 8촌, 가로의 길이가 5척 1촌인 구멍이 있다. 이것을 풍혈이라고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 못 밝힌 자연 에어컨
 
또한 1926년 동아일보는 ‘한반도 전체에 풍혈은 149개소가 있으며 그중 남한에는 54개소가 분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예로부터 얼음골이 조상들의 귀중한 얼음 채취 장소이자 피서지로 활용되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얼음이 어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얼음골의 생성 원리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국에 분포돼 있는 얼음골들이 공유하는 지형적 특성들을 토대로 설득력 있는 여러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얼음골들은 돌무더기로 뒤덮인 너덜(너덜겅의 준말로 많은 돌들이 깔려 있는 산비탈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너덜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산이 풍화로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돌밭이다. 너덜 지형의 돌들은 지면에 노출돼 있다가 한랭 건조한 상태에서 수분이 들어가 결빙된 다음 부서졌기 때문에 작고 뾰족한 것이 많다.
 
모든 너덜이 얼음골인 것은 아니다. 얼음골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너덜을 이루는 돌의 크기가 20~30cm 정도는 되어야 하며, 이 돌밭이 500m 정도는 퍼져 있어야 한다.
 
또한 경사는 40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암석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너덜의 위아래로 공기의 대류가 일어나기 어렵고, 너무 크면 열전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체의 길이가 500m가 안 되고, 경사가 40도 이하로 완만하면 공기의 저장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얼음골 지형의 특성을 분석한 여러 가설들이 존재한다. 먼저, 서북 방면의 계곡에 위치한 얼음골들은 적은 일사량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의 특성상 냉기가 한 번 자리 잡으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온도의 지연현상이다. 지중(지하) 평균 온도는 절기보다 3개월 늦어 12~2월에 가장 추운 지상과 달리 지중은 4~6월이 가장 낮다. 또한, 너덜의 안과 밖의 밀도 차이에 의해 겨울에는 냉기가 너덜 내부로 흘러 들어가고, 여름에 내부의 냉각된 공기가 외부의 공기에 비해 밀도가 커져서 계곡을 따라 흐른다는 분석도 있다.
 
물에 의한 단열팽창 현상도 한 요인으로 제시된다. 겨울철에 땅속으로 들어온 냉기가 지하수를 얼리면서 방출된 열이 공기를 데워 온혈을 형성하고, 반대로 여름철에는 외부의 공기가 너덜 내부로 들어와 겨울의 냉기를 갖고 있는 바위를 만나 냉각되고 지하수와 함께 아래쪽으로 이동해 방출돼 빙점에 도달한다는 해석이다.

 
얼음골은 생물자원의 보고
 
얼음골의 중요성은 단순히 피서 기능에만 있지 않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식물의 식생 북방한계선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고산식물들이 멸종하는 현 세태에서 얼음골은 귀중한 식물 피난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풍혈지역 25개소에는 총 365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 중 눈측백 등 북방계식물 24종, 월귤 등 희귀식물 19종, 산개나리 등 특산식물 15종 등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얼음골은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가치도 풍부한 지형이다.
 
그러나 얼음골 식생은 급격한 쇠퇴현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인위적인 지형 파괴, 무분별한 불법 채취 등이 그 이유다. 이에 따라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얼음골 지역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유지 및 보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한 조치다. 유명 얼음골을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무엇보다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얼음골을 아껴줘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얼음골 체험 시 지나치게 암석을 뒤집거나 주변 식생을 채취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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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음골 너덜 틈에서 실제로 형성된 얼음. 출처 상위 5%로 가는 물리교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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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래 한랭한 북부 또는 고산 지역에서 자생하는 월귤. 낮은 해발 고도의 얼음골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출처 산림청

출처 | 월간산 586호
등록일 : 2018-08-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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